광주 ‘멋쟁이 도시’ 인프라 충분하다
‘제로섬’ ‘이분법적’ 사고 미래 대안 못돼

다가올 대선에서의 광주의 선택 주목

▲ 5·18주간에 열린 광주국제인권도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International Bridges to Justice의 설립자이자 CEO인 Karen I. Tse(왼쪽서 두번째) 와 같은 단체 국제프로그램디렉터인 Sanjeewa Liyanage(왼쪽에서 세번째)가 서유진 선생(맨오른쪽)·김영집 선생(맨왼쪽)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International Bridges to Justice는 아시아 각국에서 고문으로 인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률

 밖에서 돌아 다니다 귀국했다해서 여행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 국적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거의 유목민 같은(그래 ‘노마드’ 맞다) 생활을 하다보니 서울과 광주를 오가면서도 짧은 기간에 달라진 외형이나 지인들의 달라진 생각을 들으며 여행의 연속성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5·18민주항쟁 32주년 추모행사에 참가했던 해외의 지인들이 광주를 떠나고서야, 반 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찾은 한국과 광주의 안밖으로 달라진 모습이 뇌수에 녹아 있다가 스멀스멀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시(市)에서, 즉 관(官)에서 아예 광주를 인권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5·18기록 유네스코 등재 기념 1주년 학술대회 행사에서 광주시장은 단순히 모양새 갖추기 위해 축사나 한마디 하고 자리를 뜰줄 알았는데, 맨 앞자리에 앉아 학술대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발제자나 토론자와 일일히 악수하며 감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한,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이맛박에 인권을 부치고 아예 인권도시를 표방하고 나선 곳은 없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인권유린의 90% 이상은 국가폭력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국가의 왕이나 대통령 수상 주·도지사 시장·군수 등 체제 운영자들이 바로 인권유린의 주범들이고, 그들 대부분은 인권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한다.

 아무튼 광주는 관과 시민이 민주 평화 인권의 도시로 자리매김한다는 데에 별 이견이 없어 보였다. 5·18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가 기억해야 할 기록물로 등재된 것에 대해 뭐 학술대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듯한 두런거림을 듣긴 했지만 이는 아마 극소수 사람들의 생각일테고….

 이제 광주시민이나 한국인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모두 추구하는 민주 인권 평화를 안아낼 수 있는 ‘의향’, 즉 정의의 고장으로 다른 고장에서 볼 수 없는 창의적인 조례를 만들어 이름에 걸맞는 광주가 돼야 할 것이다.

 불의에 항거하는 정신이 그 어느 곳보다 충만한 고장으로 알려진 광주에서만이라도 단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꿈같은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릴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5·18정신의 완결편은 광주시민이 이러한 자긍심을 가질수 있을 때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외부에서 전라도를 폄훼하고 광주를 폭도의 도시나 빨갱이 도시로 비하한다해도, 세계가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록물을 창출한 시로서 어떠한 비아냥에도 의연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멋쟁이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한편 금년말 대선을 앞둔 이 지역민들에게는 또 하나의 시름이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오랫동안 이 지역을 대표했을 뿐 아니라 국가 대표급 스타 정치인 DJ의 부재가 마치 ‘앙꼬없는 찐빵’같은 허망함을 안겨준 모습을 보았고, 소위 개혁세력이라는 내부도 친노니 비노니 하면서 사실상 지역색으로 비쳐진 전근대적인 모습도 보인다.

 다시 광주가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몫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항상 어려울 때마다 그 중심에 광주가 있었고 돌파구를 제시하지 않았던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분명 한국 근대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건 사실이지만 언제까지나 그들 품 속을 그리워 하며 유훈 속에 갇혀 있을 것인가?

 그들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새 시대에 맞는 선수를 찾아야 한다.

 평화와 공존 그리고 공동체의 번영을 가져다 줄 복지를 실현시킬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이 있는 선수를 고르는 데 지역이나 이념이 필요하고 좌우파가 과연 필요한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현재 남한의 체제를 장악하고 있는 세력도 또한 북한의 체제를 장악하고 있는 세력도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

 세계 속에서 한 민족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이웃 국가들과 평화와 공존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얼마든지 창출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게 결코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우선 남한만이라도 멋쟁이가 체제 운영자로 들어서면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최고의 멋쟁이 국가가 될 수 있는 인프라가 아시아 어느 나라보다 잘돼 있다.

 일본? 떠오르는 중국? 그들이 멋쟁이가 될 수 없는 한계를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을 터. 중언부언은 시간 낭비라고 보고 그래도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음 기회에 나름대로 상세하게 나의 생각을 나눌 용의가 있다.

 생각만으로도 신명나는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내 자신의 재고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러한 공동체를 이루는데 기여하려면 마음 속에 있는 파시즘을 털어내야 한다. 파시즘이란 간단히 말하면 다름에 대한 수용 여부를 넘어 증오감 또는 적대감을 가지는 극단적인 사고방식인데, 열정을 넘어 극열주의자들이 사실상 파시스트다.

 한마디로 My Way 아니면 No Way 식이고 타협은 오직 회색주의자들의 몫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파시즘의 울타리 안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극우 극좌, 소위 진검승부로 ‘제로 썸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인류문명화 과정에서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폭정 속에서 파시시트들이 대량 생산되었는데, 당연히 폭정의 주체가 파시시트들이었다.(그들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인드를 가지지 않으면 불가능 하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독재와 싸우면서 독재자를 닮는다는 말이 바로 그 말 아니겠는가?

 포악한 독재자를 밀어내고 들어선 혁명세력은 그들이 밀어낸 포악한 독재자보다 더 포악한 독재자가 되었던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광주가 그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지혜를 가진 동네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건, 김대중과 노무현을 탄생시킨 동네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말한다.

 이번 대선에서 광주가 누구를 선택할지 자못 흥분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제로 썸 게임을 하던 시대가 일단 가고, 없었던 자유와 빵도 맛을 본 한국인들의 선택을 선악 이분법으로 갈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지금보다 조금 더 편한 체제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유권자에게 다가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주 고차적인 전략보다 몸소 속살을 보여줄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국 전략이란 게 꼼수를 만드는 방법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광주는 꼼수를 부린 일이 없다.

 일제때 광주학생 봉기가 꼼수였던가? 5·18 항쟁이 꼼수였던가? 김대중·노무현을 선택 했던 게 꼼수였던가?

 그렇게 보면 광주의 운영 주체도 멋쟁이가 들어서면 이름과 걸맞는 명실상부한 멋쟁이 도시가 될 수 있는 인프라는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갖추고 있지 않은가?

 엄마찾아 3만리라던가. 멋쟁이 찾아 3만리를 헤맨 심정이었는데, 바로 그렇게 보고 싶은 엄마의 뒷자락이 보이는 듯한 지점에 와 있는 것 같아 올해 광주의 5월을 기분 좋게 보고 나간다.여행은 계속된다.

 광주에서=서유진eeugenesoh@gmail.com


 서유진 님은 10여 년 동안 정글을 누비고 다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스리랑카·인도·태국·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민중에게 5·18광주항쟁의 역사와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진 10년 간이 그가 `5·18의 아시아 전도사’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기간이다. 현재도 동남아에 머물며 각 나라의 민중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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