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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온 죄로 위안부 낙인, 낯짝 있으면 나와라” 절규
<19>“후지코시, 이번에는 뭔가 다를까 했는데…”
김정주 할머니, 지난달 후지코시 본사 항의방문
“회사 관계자 만나게 해 주마” 속여 1시간 격리 
이국언
기사 게재일 : 2012-06-15 06:00:00
▲ 김정주 할머니가 후지코시 사장 얼굴이라도 보도록 해 달라고 하자 건물 경비 직원들이 차갑게 외면하고 있다.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제공>

 “10살 때 아버지 징용가고, 12살 때 언니는 미쓰비시로 끌려갔다. 1년 후 일본 담임선생이 일본에 가면 공부도 할 수 있고 언니도 볼 수 있다고 하더라. 6학년 때 졸업도 못하고 왔지만 언니 얼굴은 보지도 못했다.”

 만 13살 나이로 순천 남초등학교 재학중 후지코시로 끌려온 김정주(82) 할머니의 절규. “일본에 온 죄로 위안부로 낙인 찍혀 남편과 이혼까지 해야 했다. 내 가슴에 아픈 상처를 어떻게 보상해 주겠느냐. 낯짝이 있으면 사장은 왜 안 나오느냐.”

 도쿄 원정 투쟁에 나선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회사 측에 의해 또 한 번 눈물을 삼켜야 했다. 지난 달 24일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에 일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내려진 뒤 첫 원정 항의 방문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일본 내 전범기업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못해 매몰찼다.

 일제강점기 어린 나이에 ‘여자근로정신대’라는 이름으로 강제노역을 한 피해자들이 10일 오후 12시 도쿄 시내 ㈜후지코시 강재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가졌다. 일본 시민단체 ‘제2차 후지코시 강제연행 강제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 연락회’ 주최로 열린 이날 항의 시위에는 김정주 할머니 등 후지코시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원고 3명을 비롯,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대표 김희용) 회원 등 약 40여 명이 참여했다.

 2003년 일본정부와 후지코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1심과 2심에 이어 지난해 10월24일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패소한 바 있다. 특별한 것은 일본 사법부에 제소한 모든 사건이 이미 패소한 뒤, 그동안 이 소송이 일본정부와 전범기업을 상대로 일본에서 제기한 마지막 손해배상 소송이었다는 점.

 피해 할머니들의 소송 투쟁을 지원해 온 ‘호쿠리쿠 연락회’는 지난해 12월부터 매월 한 차례 도야마에 위치한 후지코시 공장 앞에서 규탄 시위를 가져왔지만 뚜렷한 한계를 실감해야 했다. 인구 30만 규모의 도야마시에서 군수업체 후지코시 회사의 영향력이 막강한데다 도쿄에서 500㎞나 떨어진 변방도시 도야마에서의 호소를 회사가 얼마만큼 의식할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

 회사 측은 또 한 번 피해자를 우롱하기까지 했다. 회사 관계자 얼굴 한번 보자며 김정주 할머니가 본사가 위치한 17층 건물로 들어가자 입구부터 경비원들이 막아 나섰다. 할머니를 겹겹이 둘러싼 경비원들은 승강기 입구를 가로막은 데 이어, 아예 애초부터 본사가 위치한 17층 접근을 막기 위해 17층에 오르는 버튼이 작동되지 못하도록 봉쇄했다.

 거친 몸싸움과 고성이 30여 분 오간 뒤 뜻밖에도 경비원들은 회사 관계자를 만나게 해 주겠다고 제의해 왔다. 그러나 이것 또한 속임수였다. 할머니를 승강기에 태운 이들은 17층 한 빈방에 있도록 한 뒤 거의 1시간 가량 감금하다시피 방치하고 사라지기까지 했다.

 규탄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후지코시의 불손한 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김희용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는 “한국법원은 더 이상 사죄하지 않는 일제 전범기업을 용납하지 않게 됐다”며 “후지코시는 불명예스럽게 전범기업으로 한국법원 판결에서 낙인찍힐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죄를 구해 오명을 벗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13살에 끌려온 어린 소녀들이 이제 82세의 할머니가 되고 말았는데, 강제 노역에 대한 임금을 달라는 것이 당연한 요구가 그렇게도 과한 것이냐”고 후지코시를 강력히 성토했다.

 참가자들은 2시간 동안 이어진 시위에 이어 자리를 옮겨 참의원 회관에서 곤노 아즈마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일본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일본정부의 전향적 대책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후지코시 강재는 일제강점기 어린 나이의 소녀들을 ‘여자근로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끌고 가 노동력을 착취한 대표적인 기업. 정밀 기계 부품 등을 주로 생산하는 후지코시는 1944년 6월과 1945년 2월경 2회에 걸쳐 광주전남을 비롯해 전국에서 1089명의 소녀들을 강제 동원한 바 있으며, 이는 근로정신대라는 같은 이름으로 어린 소녀들을 동원한 △미쓰비시중공업(300명 규모) △도쿄 아사이토 방적(300명 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규모다.

이국언 road819@hanmail.net



 이국언님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8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이 최종 패소하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뒤늦게 권리회복 투쟁에 뛰어들었다. 208일간의 1인 시위, 10만 서명운동, 일본 원정 투쟁 등을 통해 지난해 해방 65년 만에 미쓰비시중공업을 협상장으로 끌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062-36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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