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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뼛속까지 친일이라고 하지만…”
<20> 대법 ‘日 징용 배상’ 판결 불구 한일군사협정 헛짓
‘개인청구권 유효’ vs ‘이미 끝난 문제’ 외면
침략 전범국과 군사협정 밀실 추진하다 들통
이국언
기사 게재일 : 2012-07-06 06:00:00
▲ 일제 피해자 단체들이 지난 5.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정부를 규탄하며 범정부 차원의 후속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아무리 뼛속까지 친일이라고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해방 이후 최초로 일본과 한일군사협정을 비밀리에 추진하다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탄식이 깊어지고 있다. 도대체 뭐하는 정부냐는 것.

 대법원은 지난 5월24일 우리 사법사에 길이 남을 판결을 내렸다. 1심과 2심의 판결을 모두 뒤집고 일제 때 강제 징용한 일본 기업들에 대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

 대한민국 헌법에 비춰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불법 강점에 지나지 않고, 기존 일본에서의 판결은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들 사이에서는 박정희 정권에서 이뤄진 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인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권리는 모두 소멸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왔다. 협정 체결 이후 일본정부가 제공한 ‘무상 3억’불과 협정문에 있는 ‘완전히, 최종적으로’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명확했다. “65년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었다”며 “당시 일본정부가 한국정부에 대해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은 징용 피해자들의 청구권 문제 해결과 법적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아울러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당시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개인청구권은 물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 역시 포기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가 간 체결된 조약의 최종적 해석권한은 결국 사법부에 있다. 이번 판결을 통해 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사실상의 파산선고를 맞은 셈.

 이번 판결은 일제에 의해 식민 지배를 받은 동아시아의 여러 피해국가에서 일본 전범기업에 그 배상 책임을 내린 최초의 역사적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또 다른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사법주권을 회복한 날’, ‘국민의 한을 풀어준 판결’이라는 환영 논평이 쏟아진 이유다.

 그러나 정부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단 한 줄의 논평이 없는 것은 물론, 아직까지 범정부 차원의 어떠한 대책이나 움직임조차 없다. 심지어 “정부 입장과 상이하다”거나 “정치적, 외교적 의미와 법적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고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대법판결에도 불구하고) 미불임금 등 강제징용 문제는 65년 청구권협정의 틀에 포함돼 있다고 본다”며 “피해자와 민간기업의 일이기 때문에 (결국) 정부는 더 이상 일본정부에 요구할 게 없다”고 애써 판결 의미를 축소시키기까지 한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간단치 않다. 수 십 만 명에 달하는 일제 징용 피해자들은 뼈 빠지게 일하고도 아직 그 임금조차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개인청구권이 살아있다’는 이번 판결로 모든 것이 뒤집히게 됐다. 현재 일본정부는 현재가치로 수조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징용 피해자들의 미불임금을 해방 67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탁형태로 일본은행에 보관 중인데, 이번 판결에 따라 일본에서 잠자고 있는 징용 피해자들의 미불임금을 찾아올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다. ‘민간기업과의 일’이라거나 ‘당사자 간의 일’이라며 뒷짐 지고 있는 정부를 보는 일제 피해자들의 심정은 참담함그 자체다. 내일 모레를 기약할 수 없을 만큼 이미 한계수명에 와 있는 일제피해자들 사정을 감안하면, 과연 이런 일들을 피해자 개개인의 일로 치부할 것이냐는 것. 그동안에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 왔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까지 헌신짝 취급하는 정도라면 도대체 국가의 존재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정작 서둘러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우리나라를 36년간 식민지배한 침략국 일본정부와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을 도둑 체결하는 데 눈이 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강변이 더 가관이다. 정부는 “군사협정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묻는 것은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대할 것”이라고 한다. 새누리당은 “괜한 반일 감정으로 자극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아예 국민들을 훈계하려 든다. 국민들은 지금 뼛속까지 친미 친일이라는 이 정권의 마지막 진수를 보고 있다.

 이국언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사무국장>


 이국언님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8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이 최종 패소하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뒤늦게 권리회복 투쟁에 뛰어들었다. 208일간의 1인 시위, 10만 서명운동, 일본 원정 투쟁 등을 통해 지난해 해방 65년 만에 미쓰비시중공업을 협상장으로 끌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062-36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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