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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미쓰비시의 역습
미쓰비시 협상 결렬!
“대법 판결 불구, 한국정부 입장 변화 없어”
이국언
기사 게재일 : 2012-07-27 06:00:00
▲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지난 5월31일 국회 정론관에 기자회견을 갖고 대법원 배상 판결에 따른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정부 무 대응이 미쓰비시 오만함 불러

 “회사로서는 유감이지만, 아직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이 내려진 상황에서 계속 다툼 중이므로 특별한 언급은 삼가겠다. 단, 본건은 일한 양국 간에 체결된 65년 청구권협정에서 국가 간에서는 해결된 문제이며, (특히) 판결 후에도 일한 양국 정부가 그러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는가.”

 지난 7월6일 오전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 중부사업소에서 열린 16차 협상. 미쓰비시중공업은 대법원 판결 이후 밝힌 한국정부의 입장을 근거로 근로정신대 할머니 지원단의 요구를 일거에 묵살하고 나섰다. 일본정부는 줄 곳 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징용 피해자들의 문제가 모두 종결됐다는 입장이었지만,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 역시 같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냐는 것.

 “일제 강제 징용 기업은 배상해야 한다”는 지난 5.24일 대법원 판결로 협상에 결정적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앞서 5월24일 대법원은 그동안 논란의 쟁점인 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성격에 대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청구권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며 여전히 개인청구권은 유효하다는 것.

 그동안 일본정부는 박정희정권 시절 일본과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을 만능의 키로 이용해 왔다. 협정에 따라 한국정부에 제공한 경제협력자금 무상 3억 달러를 빌미로 일제 피징용자들의 보상 문제는 일체 끝난다는 것. 우리정부 역시 이와 같은 입장을 피력해왔다. 다만 피해자들의 반발이 일자 뒤늦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원폭 피해자, 사할린 피해자 문제는 협정 대상에 빠져 있다는 식으로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논란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일본 정부가 당시 대한민국 정부에 무상 3억 달러의 경제협력자금을 제공했지만 이것이 징용피해자들의 권리문제와 법적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 다시 말하면, 협상 과정에서 일본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도 않고,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한 상태에서, 어떻게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은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개인청구권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문제는 그 뒤 우리정부의 처신이었다. 외교부가 5월29일 대변인을 통해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무상 3억 달러에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함된 것이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한 것.

 돌아보면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외로운 투쟁에 무심하기는 우리정부 역시 미쓰비시 못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근로정신대 문제와 관련해 사사건건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손만 들어줘왔다. 2009년 1월에는 당시 아소다로 총리와 서울에서 가진 한일정상회담 기간 중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리랑 3호 위성 발사용역을 수주할 수 있도록 해, 해외 상업위성 시장 진출에 결정적 발판을 놓아줬다. 만 2년에 걸친 16차례에 걸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도움은커녕 협상이 있는지 없는지,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그 흔한 전화 한통이 없었다. 한국정부마저 무심한 마당에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다급할 이유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였다.

 한편, 협상에서 미쓰비시는 느닷없는 장학금을 입에 올려 큰 반발을 샀다.

 “할머니들이 일본에 가면 공부할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 이런 점을 감안해 미래 지향적 방향에서 일본의 재단법인을 통해 일본에 공부하러 온 한국 유학생들에 대해 장학기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빠르면 내년부터 실시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장학금을 지급하든, 말든, 그것은 미쓰비시가 알아서 할 일. 애초 협상에서 논할 얘기가 아니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고통을 치유하는 일에 엉뚱한 유학생들의 장학금을 꺼낸 것 자체가 후안무치한 발상이었기 때문.

 미쓰비시가 협상테이블에서 오히려 한국정부의 태도를 들이미는 참담한 상황…. 미쓰비시의 이런 오만함과 용기는 과연 누가 키워왔는가. 

이국언 road819@hanmail.net

 이국언님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8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이 최종 패소하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뒤늦게 권리회복 투쟁에 뛰어들었다. 208일간의 1인 시위, 10만 서명운동, 일본 원정 투쟁 등을 통해 지난해 해방 65년 만에 미쓰비시중공업을 협상장으로 끌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062-36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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