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주의에 기댄 한탕요법…우익 목소리 키운 채 일 더 꼬여
`위안부 문제’ 위헌·대법 `개인청구권 유효’ 판결 이행엔 소극

▲ 2011년 제65주년 8·15 광복절 축사 장면.

 임기 말에 들어선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태도에서 벗어나 일본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언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얽힌 실타래를 풀기는커녕 더욱 꼬여가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독도와 과거사를 둘러싸고 한일 간 외교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정부가 지난달 31일 방위백서에서 또 다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자 지난 10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일본의 주장에 쐐기를 박는다는 의도였지만, 그러나 의도와 달리 기회만 되면 독도를 ‘주인 없는 섬’이라며 국제 분쟁지역화 하려는 일본의 음모에 스스로 말려드는 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오고만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지난 14일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포문을 직접 일왕에 겨눔으로써 한일 간 관계는 돌아올 수 없을 만큼 급격히 경색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그동안 ‘조용한’ 외교를 이유로 대일 역사청산 문제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오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다른 모양새다. 불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밀실에서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추진할 만큼 어느 때보다 살가웠던 관계였기 때문.

 그러나 이런 갑작스런 태도변화가 실제로 얼마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느냐를 생각하면 사뭇 다른 반응이다.

 한편으로 일본에 대한 체증을 갖고 있는 국민들에의 일시적인 갈증을 해소해 줬는지는 모르지만, 일은 더 꼬여가고만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22일 일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일왕 사죄를 촉구한데 대해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를 직접 촉구하고 나섰다.

  또 일본 외무상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망언을 이어간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에 유감을 표명한 노다 총리의 서한 반송 문제로 대립을 이어갔다. 한마디로 앞만 보고 맞붙는 한일 간 전면전이다.

 한편 국가주의가 발호하고 있는 이런 격앙된 분위기에서 일본의 극우 보수주의가 고개를 드는 것은 물론, 일본 내에서 양심적 목소리를 내온 시민그룹들의 입지 역시 잦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한편에서는 이런 상황이라면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는 ‘이 정권에서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정 반대의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에 쏟는 목소리와 달리,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을 얼마나 챙기고 있는가를 살피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2011년 8월30일 헌법재판소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한일 간 입장차가 발생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이 침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뒤늦게 우리 정부는 2011년 10월6일 서울에서 열린 양국간 외교장관 회담에서 공식 양자회담을 제안한 바 있지만, 나몰라라 하는 일본의 태도 때문에 전혀 진척이 없다.

 우리 정부 역시 문제는 없지 않다. 이와 관련해 한일협정 제3조 2항에 의하면 분쟁 해결 절차로 외교적 경로를 통한 해결이 안 될 경우 중재에 회부하도록 하고 있지만, 헌재 결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중재 회부에 필요한 첫 수순인 중재요청 공한도 발송하고 있지 않는 상태이다.

 이 뿐이 아니다. 지난 5월24일 대법원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기업이 배상 의무가 있다는 역사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청구권 뿐 아니라, 외교적 보호권까지 그대로 유효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파산선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65년 협정에 포함된 것으로 본다”며 “정부가 일본에 별도로 요구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때 범정부 차원의 TF를 구성한다는 말도 들렸지만 논란 끝에 접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 같은 정부의 태도를 계기로 2년에 걸쳐 진행해 오던 미쓰비시와의 근로정신대 문제 협상은 결국 최종 결렬되고 말았다.

 망언제조기로 알려진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지국장이 최근 거침없는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임기 말 ‘애국자’로 임기를 끝내고자 하는 업적 만들기”라고 혹평했다는데, 그저 ‘망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개운치 않는 것은 나뿐일까?

이국언 road8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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