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근로정신대 지원조례 전국 확산
생활보조비·진료비·장제비 지원 등 광주와 비슷한 내용
전북도 현황 파악 나서…타 광역시도 동참할 듯

▲  1944년 6월경 광주전남에서 동원된 나이 어린 소녀들이 일본인 감시자에 이끌려 대열을 지어 나고야에 위치한 아츠타 신궁에 참배하고 나오는 모습. 깃발에 조선여자근로정신대라고 쓰여 있다. 취학을 미끼로 끌려갔지만 임금 한 푼 없이 혹독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제공>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등 군수공장으로 끌려가 강제노역 피해를 입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생활보조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지원 조례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광주시의회가 지난 3월 15일 전국 최초로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지원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가 일제 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보조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를 추진 중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민주통합당 이강무ㆍ김인호 의원을 비롯한 32명의 시의원은 지난 8월 일제 강점기 여성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매달 30만 원의 생활보조비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지원대상은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대일항쟁기 지원위원회)에서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로 결정된 사람 중 1년 이상 서울시에 거주한 사람이다.

 이들은 서울시로부터 생활보조비 외에 본인부담금 중 월 20만 원 이내의 진료비와 사망시 장제비 1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조례안에는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에 대한 자료수집 및 조사ㆍ연구와 국제교류사업 및 홍보 사업 등에 대한 지원근거도 포함됐다. 앞서 제정된 광주시 여자 근로정신대 지원 조례의 골자 그대로다.

 조례안은 시의회 의결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의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근로정신대 피해자는 52명이다.

 경기도의회 민주통합당 장태환(의왕) 의원은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생활지원, 명예회복 및 피해구제 활동을 위한 ‘경기도 일제강점기 여자근로 정신대 피해자 지원조례안’을 발의, 지난달 27일부터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조례안은 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해 매달 생활비 30만 원과 진료비 본인부담금 중 월 30만 원까지 생활보조비 등을 지원하고, 사망할 경우 동거가족 및 장례집행인에게 100만 원의 장제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 예산 범위 내 추가 지원도 가능토록 했다.

 다만 지원대상은 광주시, 서울시와 달리 차상위 계층에 속한 사람으로 한정했다. 현재 경기도내 근로정신대 피해자는 지난 5월 기준 5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이런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최근 전북도는 현황 파악 차원에서 도내 근로정신대 피해자 현황 자료를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지원위원회에 요청한바 있다. 한편 경북도의회에서는 피해 대상자가 2명에 그쳐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제 강제동원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민주당 김창숙 의원은 “피해 할머니들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조례에 관심을 가졌지만, 실제 경북도내에 거주하시는 근로정신대 피해자가 2명, 대구시는 4명에 그쳐 이 분들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자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시작된 근로정신대 지원 조례 제정 움직임이 서울시와 경기도로 이어지면서, 나머지 다른 광역자치단체 역시 시간이 걸릴 뿐 근로정신대 지원 조례 제정 움직임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제는 패망이 가까워지자 후방의 부족한 노동력 조달을 위해 1944년과 1945년 사이 13~16세 정도의 나이 어린 소녀들을 취학을 미끼로 일본으로 데려가 군수공장 등에서 강제노역을 시켰다.

 나고야에 소재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는 목포, 나주, 광주, 순천, 여수 등지에서 150여 명이 동원됐으며, 대전 충남지역에서도 150여 명이 동원돼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다.

 도쿄 아사이토 누마즈 공장에는 1944년 4월경 부산, 창원, 진해, 진주, 김해, 밀양 지역 소녀 300여 명이 동원됐으며, 도야마현에 위치한 (주)후지코시 강제 군수회사에는 1944년 6~7월과 1945년 2~3월 2차례에 걸쳐 최대 규모인 1089명(추정치)이 동원된 바 있다.

 후지코시 강제에는 광주전남에서는 광주, 목포, 나주, 순천, 여수, 보성 등지에서 동원됐으며, 그밖에 서울, 인천, 경기, 경남, 경북, 충남, 대전, 충북, 전북 등 전국 각지에도 동원돼 피해자가 전국적 범위에 있다.

 한편, 특히 해방 후 위안부라고 오인 받아 대부분 가정 파탄에 이르렀으나 일본군 위안부피해 할머니들과 달리 그 동안 어떠한 지원이 없던 상태였다.

 앞서 광주광역시는 김선호 교육의원의 발의로 근로정신대 피해자 가운데 시에 1년 이상 거주한 이들을 대상으로 매달 생활보조금 30만 원과 20만 원 이내의 진료비를 지급하고 사망하면 장제비 100만 원을 지원하는 조례를 전국 최초로 마련해 지난 7월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이 조례에 의해 지원을 받는 근로정신대 피해 대상자는 16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국언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



 이국언님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8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이 최종 패소하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뒤늦게 권리회복 투쟁에 뛰어들었다. 208일간의 1인 시위, 10만 서명운동, 일본 원정 투쟁, 10만 희망릴레이 등을 통해 2010년 해방 65년 만에 미쓰비시중공업을 협상장으로 끌어내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7월 최종 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다. 062-36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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