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음마식(牛飮馬食,)
소가 물마시듯 말이 풀 먹듯 허천나게 먹네

 - 폐하, 눈이 펑펑 내려서 세상이 온통 깨끗합니다. 정치검찰도 덮고, 민간인 사찰도 덮으니, 폐하가 다스리는 아름다운 나라의 참 모습입니다. 이렇게 하얀 나라인데 이(준구) 교수가 ‘경제의 이곳저곳이 시퍼런 멍이 들게 만들었다.’고 우리를 꼬집었습니다. 아마 이 교수는 색맹인가 봅니다.

 - 너는 사람을 꼬나보는 나쁜 버릇이 있구나. 짐이 마음을 굳게 먹고 추진하는 것이 무엇이냐? 바로 ‘녹색성장’이다. 준구 교수는 틀림없이 녹색성장을 훌륭하다고 말하려다보니 온 나라 땅이 파랗게 보였고, 경제학자라서 마땅히 빗댈 말을 찾지 못해 ‘멍’이라고 했을 것이다. 결코 짐이 ‘멍’해서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 녹색성장이라서 하얀 눈이 쌓여도 파랗게 보이는군요. 성장을 녹색으로 덮어 어울리도록 만들고, 보수를 붉은 물결로 덮어 어지럽히니, 폐하의 너그러운 말씀은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옵니다. 지난 토론회를 보셨는지요? 세 사람이 나와서 말을 했는데 백성들은 세 가지가 없었다고 ‘3무(無)’ 토론회라고 한답니다.

 - 짐의 나라에는 없는 것이 없다. 용산참사를 만드는 힘센 경찰도 있고, 쌍용차를 덮어버리는 용역도 있으며, 말 잘 듣는 검찰이 있어 다스리기에 좋다. 국가를 위협하는 리트위트도 벌을 주고, 나라 경제를 뒤흔드는 미네르바도 잡아넣어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리니 잘 따른다. 국민소득이 높으니 백성들은 가난해도 우쭐거리기 좋고, 권력과 재벌이 잘 사니 힘없는 백성들도 곧 잘살게 될 거라는 희망도 있다. 절망하면 죽고 희망을 품으면 사는 것이다. 백성들이 희망을 품어 살도록 만든 것이 바로 짐의 사랑이다. 대체 토론회에서 무엇이 없었느냐? 설마 폐하를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게냐? 그럼 뭐, 할 수 없이 짐이 조금 더 해 먹어야겠구나.

 - 그것이 아니고요, ‘3무’라는 것은 (박)근혜는 읽을 게 없었고, (문)재인은 낄 데가 없었고, (이)정희는 잃을 게 없었다는군요.

 - (전)여옥이라고 있잖아. 표절이 아니고 ‘아이디어 인용’이라고 아득바득 우기는 그 여옥이. 여옥이가 근혜 서재에 가보니 책이 별로 없고 증정 받은 책들만 있다고 하질 않았느냐? 그러니 읽을 게 있겠어? 그렇다고 도서관에 다닌다는 말도 없고. 여옥이가 표절할까봐 미리 치웠을까. 읽지 않아도 병풍들이 다 읽어줄 거야. (김)종인이, (안)대희, (김)지하, (이)회창이, (이)인제, 아, 새로 (한)화갑이도 병풍으로 섰다지? 아무튼 똑똑한 반장처럼 줄을 잘 세운단 말이야.

 - 폐하께서는 부디 곱게 늙으시옵소서. 충성 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그러니까 (박)정희처럼 죽은 뒤에도 산 (이)정희한테 혼나니까요. 요새 곱게 늙는다는 것은 입은 다물고 지갑을 열라는 뜻이랍니다.

 - 짐이 빚까지 탈탈 털어서 ‘청계장학재단’을 세운 바람에 지갑이 아주 텅텅 비었어. 어디서 지갑을 채워야 지갑을 열 텐데. 29만 원밖에 없다는 사람한테 가서 지갑 채우는 꼼수를 좀 배워야겠어. 갑자기 소녀가장(少女家長)이 된 근혜에게 준 6억 원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게 지금으로 치면 대체 얼마나 될까?

 - 그런 것은 계산 안 해도 언론이 다 해줍니다. 대한민국은 아버지가 만든 ‘나의 나라’이며 청와대는 ‘나의 집’이어서 폐하라는 가업을 물려받으려는 사람이 ‘소녀가장’이 되었을 때는 27살쯤 된 것 같은데 대체 ‘소녀’의 기준은 무엇인지요?

 - 궁금해? 궁금하면 6억 원. 깊은 뜻이 있는 것처럼 짧게 대답하고, 신문기사를 깊이 이해 못하고, 정치의 식견이나 인문학 콘텐츠가 부족하면 아마 소녀라고 하지 않을까, 여옥이가 그리 말한 것 같은데…. 근혜는 아직도 소녀가장인지도 몰라. 그때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잖아. 샴푸도 옛날 것만 쓰고, 비 오면 비옷 모자도 씌워주어야 하고, 햄버거도 포크와 나이프를 갖다 주어야 먹으니까.

 - 폐하께서는 그런 것을 어떻게? 혹시 <말을 해야 아시나요?>에 겁을 먹고 움찔해서 근혜에게 ‘노후대책 안심 보험’을 드신 거신지요? 아니면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자리가 빌 것 같으니까, 그곳을 노리시는지요?

 - 쉿, 행복도 추진해야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뭐, 정치는 이미지고 유권자는 정책을 따지지 않는다고 짐이 영화에서도 말했지? 행복도 추진해주고, 부자도 추진해주고, 혼인도 추진해주고, 재개발도 추진해주고. 뭐든 추진해야지. 선거 때 무슨 말이든 표만 얻을 수 있으면 던져야지. 그러면 짐처럼 영화에서 주연도 맡을 수 있어.

 - 폐하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반말 살짝 섞으면서 오빠나 이웃집 아저씨같이 서민 시늉 내는 것이 (최)불암이를 넘어서더군요. 국밥집 아줌마 시에프(CF) 찍을 때 감독도 감탄할 정도의 연기력,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를 두 그릇씩 뚝딱 먹고 ‘좋~다’할 때는 정말 남우주연상 감이었습니다.

 - 전방부대에서 밥 먹는데 군가를 불러가지고 입을 오물거리는 장면이 조금 걸리기는 해. 아무튼 (장)동건이나 (이)병헌이 같은 아이들이 짐의 연기를 보고 배워야 할 텐데. 언제 피아노 잘 치는 (유)승호도 부르고, 제대한 (현)빈이도 불러서 함께 봐야겠어. 사인도 받고, 그때는 아들 시형이도 불러라. 같이 사진 찍게 해 줘야하니까. 참, 상연관이 몇 개 안 된다던데, 이것은 정치탄압이야. 상영관을 늘리고 아카데미에도 출품하여라.

 - 아카데미상을 받고 싶은 폐하의 뜻을 받들겠사옵니다. 그곳에 먼저 폐하께서 직접 보고 받을 수 있는 민간불법사찰단을 보내고, 낙하산 검찰을 보내어 폐하의 뜻이 통하도록 하겠사옵니다.

김요수 ghoms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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