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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추위보다 더 매서운 백성의 마음을 만났군요
<61>절차탁마(切磋琢磨):자르고 갈고 쪼고 닦아라
김요수
기사 게재일 : 2012-12-21 06:00:00
▲ 김요수

 - 폐하, 어찌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시옵니까? 꿈을 이루는 `국민 행복 시대’를 가져올 새 폐하를 뽑았다고 백성들은 밤새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는데 말입니다.

 - `행복’을 `추진’해서 손에 쥐어 주어야하는 백성들이 행복하면 뭐 하겠노? 미국산 소고기 사 먹겠지. 소고기 사 먹으면 뭐 하겠노? 기분 좋~다고 카드 긁겠지? 카드 긁으면 뭐 하겠노? 기분 좋~아서 날아가는 행복을 쳐다보겠지!

 - 스스로 행복할 수 없는 백성들은 행복을 추진해 주어야지요. 이제 백성들은 입만 벌리고 `행복나무’ 밑에 누워있으면 행복이 뚝뚝 떨어질 겁니다. 폐하께서도 커다란 행복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누우소서. 임기 마지막 날까지 하루도 소홀함 없이 오직 행복나무만을 바라보고 나랏일을 살피면 되는데 어이하여 똥 씹은 얼굴을 하고 계시는지요?

 - 짐이 투표를 하고 손을 내밀었는데 젊은 놈이 악수를 거절하는 거야. 이런 네[四] 가지 없는 놈이 어딨어? 뺨을 올려붙이려다가 (구)자철의 뺨을 때린 리베리처럼 퇴장 당할까봐 짐이 참았다. 감히 짐의 손을 두 번씩이나 부끄럽게 하다니. 젊은 사람이 긍정적으로 살아야한다고 쏘아붙였지. 그런데도 분이 안 풀려 더 누르락붉으락 해지는 거야. 그래서 `부모님 잘 모셔라’고 덧붙였지.

 - 매서운 추위보다 매서운 백성의 마음을 만났군요. 세상을 부정적으로 살고 부모님 못 모시는 것들이 꼭! 손잡을 줄 몰라요. 폐하께서도 손 안 잡아주었잖아요. 미국 소고기 안 먹겠다고 촛불 든 손도 잡아주지 않았고, 용산참사 때도, 쌍용사태 때도 그랬으면서.

 - 그것은 모두가 잘 살아보자고 그런 거지. 먹고 싶은 소고기 싸게 먹고, 살고 싶은 좋은 집 지어주고, 노동자들을 더 잘 살게 해주려는 것이었어. 일찍이 (박)정희 폐하께서 노래를 만들었지 않느냐,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백성들이 너무 힘드니까 이번에 그네옹주도 그 노래를 도돌이표 달아서 부르더군. 우리 백성들은 잘 살아보자고 하면 깜빡 죽지.

 - 미국산 소고기를 그렇게 수입해도 미국산 소고기 파는 곳이 보이지 않으니 분명 백성들이 팔기도 전에 찾아서 허겁지겁 먹어버리는 것일 것이고, 좋은 집을 그렇게 지어도 이 추위에 철탑 위에 올라가서 자는 것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지요. 쌍용사태는 (정)혜신이가 알아서 다 손 내밀어주니까 폐하께서는 자잘한 일에 신경 쓰지 마옵소서.

 - 한 나라의 황제가 어찌 백성들의 밥상부터 살 집이나 벌이까지 생각하겠느냐. 황제는 무릇 큰일을 해야 하느니라. 짐이 49번이나 나라밖을 다녔고 84개 나라를 다니며 `세일즈외교’를 했다. 거리로 따져 보니 지구를 19바퀴나 돌아다닌 것이더구나, 아주 돌아버리겠다. 나라 안 일은 너희들이 잘 꾸려야지.

 - 폐하께서 내려주신 낙하산을 탄 신하들은 늘 충성스럽게 일을 처리합지요. 이번 선거에서도 백성들에게 우리의 뜻을 아름다운 말로 다듬어 잘 가르쳤고, 언론은 되풀이해서 백성들의 머릿속에 쏙 집어넣었고, 검찰과 경찰은 어리석은 백성들의 입을 막고 팔다리를 묶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멀리 내다보신 폐하의 덕이옵니다.

 - 늘 하는 이야기다만 그러한 일은 어리석은 백성들이 모르게 하여야 하느니라. 똑똑한 백성들만 알고 떠들어 댈 때부터는 백성들끼리 사이가 크게 벌어지도록 말이야. 백성들의 틈이 벌어질 때 치고 들어가서 대접받지 못한 자들을 끌어 모아야 한다. 이것이 대통합정치다.

 - 여부가 있겠습니까? 길들여진 백성들은 대들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를 감싸주지요. 잘난 척하는 백성들은 우리에게 욕지거리 하느라 정신이 없고, 욕지거리를 들은 백성들은 그들을 싫어하게 되어 있습니다. 싫어하면 대접받지 못하고 떠돌다가 우리에게 기웃거리지요.

 - 그것이 요즘 말로 `콘셉트’다. 그 흐름을 잘 잡아야 한다. 우리가 모든 걸 쥐고 있으니 흐름만 잡으면 되지. 대접을 받지 못한 자들에게는 모두 사발을 주어라. 잘 따를 것이다. (김)지하에게도 주고, (한)광옥이, (이)인제, (한)화갑에게도 주어야 하고, 우리를 거스르는 백성에게는 재갈을 주어라. 미네르바부터 촛불 유모차, 하다못해 트내기(트위터리안) (박)정근이까지 챙겨주어야 한다. 이것이 약속의 정치다. (* 트다 : 막혔던 것을 통하게 하다, 서로 스스럼없는 관계를 맺다, * 내기 : `서울내기’처럼 사람을 뜻함)

 - 그렇지요. 백성들에게는 빠르기를 겨루는 말[馬]처럼 눈가리개를 해 주어야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립니다. 또 눈앞에는 당근을 매달아야 아무 생각 없이 잘 달리지요. 물론 간혹 당근을 조금씩 먹이는 것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민생의 정치입니다.

 - 잘 아는구나. 쉴 틈이 없이 달리면서 먹게 하고 달리면서 싸게 해야 한다. 거리가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더라도, 말을 탄 우리와 달리는 말은 지저분한 것을 보지 않고 고약한 냄새를 맡지 않지. 다만 우리를 따르지 않는 백성들만 고약한 냄새를 맡고 지저분한 거리를 청소하게 되지.

 - 백성의 마음을 얻는 법을 잘 알아야 합니다. 남을 탓하며 욕지거리 하느라 바빠서 아름다운 미래를 말해주지 못하면 백성은 싫어합니다. 백성들의 속마음을 살펴주지 않고 자기 잘난 것만 내세우면 백성들은 떠납니다.

 - 이제 새로운 `경쟁과 성장’의 5년이 비롯되었다. 씨부렁거리지 말고 따르라. 따르지 않으면 백성이 아니니라. 그런데 짐도 따라가야 하느냐? 그것도 꺼림칙하고, 악수 거절한 녀석이 마치 `너나 잘하세요.’하는 것 같아 영 찜찜하다.

 김요수 ghomsol@hanmail.net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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