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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를 밀어부치리라, 노란 물, 붉어지게…
<62> 결초보은(結草報恩):사무친 은혜 죽어서도 갚는다
김요수
기사 게재일 : 2012-12-28 06:00:00
 - 신하야, 며칠 남았느냐?

 - 올해가 지나려면 나흘이 남았고, 폐하께서 폐하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쉰 아흐레가 남았고, 봄이 오는 것은 하늘의 뜻이어서 신하는 알 길이 없사옵니다.

 - 봄이 온지는 이미 여드레가 지났다. 불쑥불쑥 소름이 살갗에 돋아도 두꺼운 외투를 걸쳤고, 쌩쌩 찬바람에 코끝이 찡해도 구들이 따뜻하니 봄이나 마찬가지다. 나흘은 짧아 아쉽지만, 쉰 아흐레는 넉넉하니 챙기도록 하여라.

 - 개국공신(開國功臣)에게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하였고, 낡은 곳간을 뒤져서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을 챙겼사온데 또 무엇을 더 챙겨야 하옵니까?

 - 백성은 고개를 숙이니 앞을 볼 수가 없고, 신하는 낮아서 눈앞만 보이는 게지. 큰 산꼭대기에서는 멀리 보인다. 그동안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한 신하들에게 쌓여있는 훈장들을 골고루 나누어주도록 하여라. 떠나면 얻을 수 없는 것이니라.

 - 애초부터 `그 나물에 그 밥’을 어전(御前)에 올렸기에 눈을 부라려도 찾을 길이 없사옵니다. 폐하께서 빚진 신하들을 회전문에 넣어 빙빙 돌려서 마땅히 훈장을 받을만한 신하가 더는 없사옵니다.

 -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아무리 짐에게 주어진 7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나누어주었다고 하더라도 짐에게 투표한 백성이 1149만 명이나 되는데, 줄 백성이 없겠느냐? 백성들은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먹는다는데 이럴 때 인심을 팍팍 써야지, 언제 또 오겠느냐?

 - 그래도 훈장이라 함은 공적이 뚜렷한 이에게 주어야 하는데, 훈장을 줄 신하는 찾았다 하더라도 뚜렷한 공적을 찾기가 어렵사옵니다.

 - 대외전략에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 (김)태효가 핵 안보 정상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느냐, 찾으면 찾을 수 있느니라. 찾아라.

 - 하오나 태효는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추진해서 백성들의 지탄을 받았고, `대북강경 고립정책’을 하면서도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 돈 봉투로 망신을 샀고, `한·미·일 신3각 냉전체제’를 밀어붙여 중국의 반발도 샀는뎁쇼?

 - 바로 그 `밀어붙여’로 짐에게 충성을 밀어붙이지 않았느냐, 그러면 됐다. `밀어붙여’ 정신은 성공의 가늠자이자 지름길이다. 다음 폐하가 되실 분도 (윤)창중이를 대변인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느냐, 밀어붙여서 48%의 노란 물을 붉게 물들이겠다는 뜻이니라, 빨갱이처럼.

 - 창중이라 함은 야당을 지지하는 48%의 백성들을 `공산화시키려는 반(反)대한민국 세력’과 `정치적 창녀’로 가볍게 밀어붙인 그 분을 말씀하시는군요. 그런 독설가가 대변인이 되었으니 이제 `지난 반세기 동안의 분열’은 꼼짝없이 `공포의 화해’를 맞이할 것이고, `갈등의 고리’는 틀림없이 `숫자의 탕평’으로 끊어내겠군요. 인사는 억지의 말로 구색을 맞추어서는 아니 되고, 대충 숫자를 맞추어서도 아니 될 것이옵니다. 발로 뛰어 나라를 위한 인재를 찾아야 하고, 반대편에 있는 백성들의 마음까지도 움직여야지요.

 - 짐이 해봐서 아는데 쉽지 않을 것이야. 구색을 맞추자니 맘에 쏙 든 신하가 보이지 않고, 숫자를 맞추자니 충성스런 신하가 없어. 그러니 민심이라도 얻으려고 낡은 곳간을 뒤져 사람을 사게 되지. 밀어붙이는 인사를 한 뒤엔 민주주의의 원칙을 뒷받침하는 인권을 손에 쥐고, 언론으로 백성들의 상식을 바꾸어야지. 말귀를 못 알아듣고 나불거리는 백성들은 검찰과 경찰, 그리고 용역의 힘을 빌리면 돼. 그래도 인사가 시끄러우면 어떡하는 줄 아느냐?

 - 저도 카드를 돌려막아 봐서 아는 데요. 인사도 돌려 막으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겉으로는 완벽한 100% 행복을 추진하는 삶으로 보이고, 대한민국 또한 100%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될 것이옵니다.

 - 잘 배웠구나. 어수룩한 말로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다. 백성들은 꼼꼼하게 따지지 않으니 어수룩한 말이라도 우리는 안간힘으로 지켜내야 한다. 민주주의도 그렇고 역사도 그렇다. 짐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식에서 `끊임없이 재평가되고 재해석되는 것이 역사’라고 했지? 민주주의도 그렇다.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민주주의와 역사의 뜻은 달라진다. 그러니 권력을 잡아야 한다. 1표만 이겨도 전부를 먹을 수 있는 권력! 이제부터는 법고창신(法古創新)해야 한다.

 - 법고창신이라 것은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한다는 뜻이 아니옵니까?

 - 그렇다. 새 것을 만들어 가되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근본인 `이승만의 독재’와 산업화의 근본인 `박정희의 유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고창신에는 그렇게 깊은 뜻이 있느니라.

 - 민주화를 위한 죽음은 산업화에 묻히고, 산업화를 위한 죽음은 자본화에 눌려도, 백성들은 부자를 좇는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산업화를 위해 민주화가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결과주의가 이제는 소스라치게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하니 과정은 소용이 없고, 이긴 자는 모든 것을 얻으니 진 자는 빈털터리가 되지요.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정말로 중1 시험이 없어지고 특기적성과 직업체험 활동을 할까요?

 - 짜~식, 아직도 모르니, 선거 때 뭔 말을 못해? 우리가 배울 때는 `스스로’ 문제를 바로 볼 수 있게 가르치고 기르는 것을 교육(敎育)이라고 했지. 지금은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없으니 부모나 학원이 대신해 주고 있어, 그러니 교육은 없고 사육(飼育)만 있지. 뉴라이트에 연락 해. 교과서에서 교육을 빼고 사육을 넣으라고, 어, 교육과학기술부도 사육과학기술부, 그러니까 `사과부’로 바뀌어야겠군.

 김요수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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