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인지 ‘명박’인지 ‘근혜’인지
<63> 복철계망 ((覆轍啓望) : 엎어진 수레바퀴자국을 보고 꿈을 열어본다

 - 폐하, 새해를 맞아 곳곳에서 `빅 세일’을 하고 있사옵니다. 미리 사두기에 아주 좋은 때이니, `발가락 다이아’도 사 두고, `내곡동’도 사 두어야 좋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뒤를 받쳐줄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을 사 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50% 싸게 파는 곳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80% 혹은 90%를 싸게 파는 곳은 만든 값이나 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값을 매길 때 비싸게 했을까요?

 - 어떻게 알았지? 영리한 놈. 쌓아둬 봐야 쓸데없으니 싸게라도 팔아 돈을 만들려는 것이겠지. 사람도 제 몫 못하는 놈들은 헐값에 넘겨버려야 돼. `일심’으로 충성한다더니 들통 나서 쓸데없이 쌓여있는 신하가 있더라고.

 - 싸게 파는 기업의 마음을 잘 알아주니 망극하오나, 싸게 팔아도 살 수 없는 백성들의 마음도 굽어 살펴주소서. 도움이 되는지 손해가 되는지에 따라 `진실’이라는 것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이제라도 헤아려주셔야 합니다.

 - 아무리 뛰어난 도덕이라도 `힘없는 진실’은 먹혀들지 않는다. 힘없으면 대받치어 무너진다. 아무리 정의가 없어도 힘 있으면 밀어붙일 수 있다. 비록 싫은 소리는 듣지만 지켜낼 수 있지. `우리가 옳다’는 도덕은 `가진 자가 옳다’는 현실 앞에서 아무 쓸모가 없다. 힘이 있으면 정의라는 말을 살짝 얹어 구슬리기 쉽지만, 힘이 없으면 정의를 외쳐도 듣는 이가 없느니라. 힘을 길러 지켜야 하는 까닭이다.

 - 법을 요리조리 피해 재산 모으고 욕심 채우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턱하니 올라서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꼼수이옵니다. 그들을 내치셔야 합니다. 귀가 솔깃한 말로 백성들을 속이고, 달콤한 말로 알랑거려 윗사람을 꾀는 사람에게 힘을 주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그들을 멀리하셔야 합니다. 나랏일을 하는데 어찌 잇속을 앞세울 수 있으며, 일을 잘한다는 핑계로 어찌 `왕차관’을 감쌀 수 있겠습니까?

 - 막판이라고 깔보는 것이냐? 민주당파처럼 함부로 깔보며 큰소리치다가 큰코다친다. 그런 말은 꼬리가 보이는 짐에게 하지 말고, 새 폐하의 `인수위원회’에 가서나 하여라. 거기엔 `인수위 로또’를 떨며 기다리는 사람, `보은 인사’에 귀를 쫑긋거리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짐이 인수위를 꾸려봐서 아는데 `실용’을 외치면 `아륀지’라고 대꾸하는 사람이 있어야 좋더라. `아륀지’는 실용을 딛고 우뚝 서서 투기, 위장, 병역, 표절까지 모두 감출 수 있더구나.

 - 슬쩍 감춘다고 끝까지 숨겨지는 것은 아니옵니다. 마땅히 지켜야할 정의를 얼렁뚱땅 말만 바꾸어 백성들을 어지럽혀서는 아니 됩니다. `아륀지’로 실용을 덮어 백성을 편하게 할 수 없고, `녹색성장’으로 환경 파괴를 감추어 후손에게 떳떳할 수 없사옵니다.

 - 짐이 깨끗하고 공정해서 이 자리에 왔느냐? 백성들은 알면서도 이 자리에 앉혔다. 너는 `말의 파괴’란 것을 알아야 한다. 상대가 `공정’이란 말을 꺼내려고 할 때, 내가 먼저 `공정한 사회’를 꺼내어 `내 문제’로 삼으면 상대는 꼼짝을 못하고 어쩔 줄 모른다. 그것이 바로 개그 콘서트 김준호의 `꺾기도’다. 상대가 공격하려는 것을 먼저 꺾어버리는 것이지. 요즘 우리나라 말이 사전의 뜻으로 풀이 되더냐, 아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에 따라 정해진다. 상대가 뜻을 풀이하려고 애쓸 때, 개그 콘서트의 박성호처럼 `나는 사람이 아니므니다’면서 상대를 `멘붕’으로 몰아붙여야한다. 그러면 경기 끝. 감히 짐에게 `공정’을 잣대로 들이댈 수 없게 되지. 하하하.

 - 아무리 말의 뜻이 처지에 따라 다르더라도, 백성들의 가려운 곳은 긁어 주하고, 백성들이 보고 싶은 것은 보여주어야 합니다. 폐하가 긁고 싶은 곳만 긁으면 백성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백성들이 보고 싶은 곳에는 가림막을 세워두니 백성들은 멍할 뿐이옵니다. 슬기로운 폐하라면 백성의 뜻을 살펴야 합니다.

 - 그 많은 백성의 뜻을 알아서 무엇에 쓰겠느냐, 백성은 내가 원하는 쪽으로 끌어가는 것이다. 백성들을 살살 어루만져 간지럽게 하고, 간지러워하면 피가 나도록 시원하게 긁어주면 된다. 백성의 간지러움은 피로 시원해지고, 짐은 긁고 싶은 곳을 긁고. 동·반·성·장! 백성들이 모든 것을 보면 말이 많아져서 다스리기 어렵다. 보아서 안 될 것은 가리고, 보아야 할 것은 눈이 시리도록 보여주면 백성들은 지쳐서 눈을 돌린다. 짐은 보여주지 않아 즐겁고 백성들은 지치도록 보아 행복하고. 행·복·추·진! 백성들과 함께 성장하였으니 짐은 부끄럽지 않고, 스스로 눈을 돌렸으니 백성들은 할 말 없고 짐은 뻔뻔하지 않다.

 - 간지러운 백성의 몸은 목숨을 버리거나 철탑에 오르고, 간질이는 폐하의 마음은 웃음을 짓거나 `낙하산’들과 법만 만지작거렸습니다. 백성들은 하고 싶은 말을 감추어야 했고, 듣고 싶은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괴로움은 슬픈 눈물이 되었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분노가 되었습니다.

 - 무어라? 너는 어찌 극히 일부인 48%만을 보느냐. 짐은 세종대왕처럼 어린 백성들이 제 뜻을 펴지 못할까봐 에스엔에스(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활짝 열어두었다. 백성들이 맘껏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말이야. 간혹 `미네르바’나 `박정근 리트위트’ 같은 말썽쟁이를 혼내기는 했다만. 또한 짐은 100번이 넘도록 라디오연설을 하여 백성들이 듣도록 하였다. 이 정도면 `노벨 소통상’감 아니냐? 거리에 나가 백성들에게 물어보아라. 지금 폐하가 `정희’인지 `명박’인지 `근혜’인지 잘 모른다. 이는 요순시대에 임금이 누구인지도 모르던 태평성대(太平聖代)와 같음을 뜻하는 것이다. 얼마나 편안하면 곳곳에서 `힐링 힐링’ 하겠느냐, 너는 아직도 `힐링’을 듣지 못했느냐?

 - `힐링’은 편안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어 지치고 괴로우니 하는 것이옵니다. 백성들은 배를 곯으며 어둠 속을 더듬는데, 폐하께서는 환한 곳만 떠돌아 배 속이 가득 차 있습니다.

 - 수도선부(水到船浮)란 말을 아느냐? 큰 배는 물이 차야 저절로 떠오른다. 물은 역사가 채우는 것이니 지금 떠들지 마라. 역사는 도덕이나 정의가 쓰는 것이 아니라 승리한 권력이 쓰는 것이다.

김요수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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