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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늙어 더 죄를 짓지 않을 것이니 풀어주어라
<64> 당랑거철(螳螂拒轍)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
김요수
기사 게재일 : 2013-01-11 06:00:00
 - 신하야, 강추위가 온누리에 퍼졌고, 전력만으로 강추위를 견디려는 백성들 때문에 `정전 대비 훈련’도 해야 하는구나. 짐이 일찍이 `원자력은 미래의 먹을 거리’라고 한 말이 맞지?

 - 지금 원자력을 말할 때가 아닙니다. 너무 추워서 죽은 지 20일이 되어도 썩지 않은 백성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텔레비전만 떠들고 있었다고 하옵니다. 죽은 백성은 일자리가 없어 벌이가 없는데다가 강추위마저 닥쳐 죽은 것이지요. 백성들의 살림은 살피지 않고 떠들어대는 정치인들이 마치 시체를 옆에 둔 텔레비전 같다고 수군거립니다.

 - 이럴 때 훈훈한 `가족사랑’을 알려주면 백성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겠구나. 짐이 앞장서서 가족 사랑의 본보기가 되어야겠다. 이런 강추위에 교도소에서 고생하시는 (이)상득이형님과 (최)시중이형님, (천)신일이를 풀어주어라.

 - 곳곳에서 밝혀진 폐하의 깊은 가족사랑은 잘 압니다. 하오나 폐하께서는 무엇보다 법질서와 법치주의를 앞세우셨으며, 이미 `이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지는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사면복권이 없다’고 똑 부러지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폐하를 `법대로 폐하’라고 부르며 받들고 있사오니 그들을 풀어주어서는 절대 아니 되옵니다.

 - 옳고 그름을 판단해 주는 것이 재판(裁判)이고, 그들은 이미 세상의 이치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법관에게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있다. 너는 이 강추위에 그들이 불쌍하지도 않느냐? 풀어주어라.

 - 그렇게 하면 백성들이 법을 개처럼 보고, 법을 다루는 사람을 개만도 못하게 보고, 재판은 쓸데없는 짓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법은 모든 시민의 권리이니 지켜져야 한다.’는 태도를 또렷이 보여야 하고, 폐하부터 지켜야 백성들이 따를 것이옵니다. 법을 감싸고 있는 정의와 상식, 규범에도 맞지 않사오니 풀어주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 `견찰(犬察)’은 들어봤는데 `개만도 못한 법조인’은 못 들어봤구나. 백성들마저 법을 개처럼 보면 안 되겠다만.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정의가 이루어졌고, 백성들이 저런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미리 막는 효과도 보았다. 그들이 갇혔어도 가진 것이 많고, 이제 늙어서 더는 죄를 짓지 않을 것이니 `대통합’하는 마음으로 풀어주어라.

 - 통합은 둘 이상의 조직이나 생각을 하나로 만들 때 쓰는 말이지, 제 식구 풀어줄 때 쓰는 말이 아니옵니다. 또한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은 많이 가졌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나이 먹었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늙었는데 교도소에서 밥 얻어먹는 것이 짠하기는 합니다.

 - 죄인이 죗값을 다 받았으면 풀어주고, 뉘우치면서 참되게 죗값을 치르고 있으면 중간에 풀어주기도 하고, 온 나라가 기뻐할 일이 있으면 풀어주기도 하질 않더냐? 풀어주어라.

 - 그들은 죗값을 다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이 뉘우치면서 참되게 죗값을 치르는 것을 폐하께서 어찌 아시는지? 아, 면회 다녀오셨구나, 답사 다녀온 건가? 그런데 올림픽도 없는데 온 백성이 기뻐할 일이 무엇이온지요? 원자력발전소 수주로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상을 받으시나요? 4대강 사업으로 세계환경포럼에서 상을? 궁금합니다.

 - 상 받은 것보다 기분 좋은 국정성과 보고서를 받았지. 백성들이 짐을 이렇게까지 높이 평가하는 줄 몰랐어. 세계와 비슷하게 경제 성장시켰고, 소득분배 개선됐고, 올바른 남북관계로 바꾸었고, 4대강으로 큰비와 가뭄에 안전하다고도 했다. 이렇게 좋은 일을 많이 했으니 짐을 봐서라도 그들을 풀어주어라.

 - 그거요? 백성들이 쓴 것이 아니고 신하들이 썼어요. 고르느라고 애 먹었대요. 그러니까 좋은 말만. 747 공약 (7% 경제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강국) 싹 빼고, 민생 악화는 쏙 빼고, 안보무능도 살짝 빼고. 누워서 침 뱉겠어요? 폐하! 정말로 온 나라가 기뻐할 일이 무엇이옵니까? 무척 궁금합니다. 설마 저항의 상징 시인에게 칭찬을 받았나요?

 - 죽은 (박)정희는 유신을 풍자한 `오적’을 받았으니, 독재가 저항을 만난 거야. 살아있는 (이)정희는 사퇴를 돌직구한 `욕설’을 받았으니, 저항이 저항을 만난 거구. 유신과 오적이 만나니 근혜가 되고, 사퇴와 욕설이 만나니 깡통이 되는 거야. 바로 그것이로구나. 이 세상에서는 부정과 부정이 만나면 반드시 긍정이 되고, 긍정과 긍정이 만나면 틀림없이 긍정이 되지. 범법자가 부정이고 억지가 부정이니, 그들을 풀어주는 것은 긍정이 된다. 그러니 그들을 풀어주어라.

 - 잘~도 그러겠네요. `잘~’도 긍정이고, `그러겠네’도 긍정이니 반드시 긍정인가요? 그런 말장난은 수없이 들었으니 정말 온 백성이 기뻐 날뛸 일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세요.

 - 그런가? 새로 폐하가 뽑혔으니 온 나라가 기뻐할 일이 아니겠느냐? 저기 벌써 만세 부르려고 손에 태극기 들고 기다리는 백성도 있구나. 이번에는 짐도 태극기를 똑바로 들고 흔들 테니 그들을 풀어주어라.

 - 혹시 압니까, 같은 편이 새 임금으로 뽑혔으니 취임할 때 기념으로 풀어줄지도….

 - 너는 `혹시’를 믿고 살았느냐? `설마’는 있어도 혹시는 없다. 짐을 겪어봐서 알잖아. 짐도 해봐서 안다. 풀어주어라. 똑똑한 (임)태희도 `새 임금이 나오면 옥문을 열어준다’고 했다. 짐이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 제발 풀어주어라. 진실로 온 백성이 기뻐할 일을 말하겠다. 짐이 물러난다. 이제 풀어주겠느냐?

 - `폐하의 시대’가 가고 `임금의 시대’가 오는 건가요? 폐하께서 납신다, 옥문을 열어 드려라.

김요수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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