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불립문자(不立文字):말글로는 깨달을 수 없네

▲ 김요수.

 신하야, 며칠 남았느냐? 지난 5년 돌아보니 그리움이고 아쉬움이다.

 - 자꾸 날짜를 헤아린다고 시간이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우면 안타깝고 아쉬우면 슬프기만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힘들어하는 식구들에게 돈으로라도 슬픔을 달래주는 것이 아름다운 풍습(風習)입니다. 우리나라도 물러나는 폐하께 법으로 무궁화대훈장을 드려도 된다고 되어있습니다.

 오, 정말 아름답구나. 세계에 ‘국격’을 우뚝 세웠고, 새로운 ‘도덕’을 마련했으니 받을만 하겠다. 그런데 그 값이 얼마나 되느냐? 설마 ‘훈장’이라고 써서 종이만 주거나 금칠한 트로피만 달랑 주는 것은 아니겠지?

 - 금이 190돈, 은이 110돈이 들어가고 자수정과 루비 같은 보석으로 되어있습니다. 폐하뿐 아니라 황후마마도 받을 수 있으니 돈으로 치면 1억 원은 될 것이옵니다. 폐하와 황후마마의 깊은 시름에 미치지는 못하겠으나 조금이나마 덜 수는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큰 돈을 너희들이 모았느냐? (최)시중 대감처럼 미리 챙긴 것이냐, 아니면 (이)상득이형님처럼 장롱이 큰 것이냐? 어쨌든 너희들의 뜻이 갸륵하다. 한번쯤 마다하고 받아야 마땅하겠다만 우리 사이이니 그렇게 입에 발린 소리는 하지 않겠다.

 - 저희들이 돈을 모은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낸 피땀 어린 세금이옵니다. 세금은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꺼내 쓰기가 쉽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 조직도 바꾸지 않습니까? 이름만 바꾸는데도 6000만 원쯤 든다는데, 다른 것까지 바꿔야하니 어마어마하지요. 그것도 모두 백성들이 낸 피땀 어린 세금입니다. 하오나 그렇게 해야 인쇄, 간판, 디자인하는 사람들한테 일이 생기지요. 살기 어려우니 일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훈장도 마찬가집니다. 살기 힘든 또드락장이(세공업자)도 일거리가 생기니 경제를 살리는 것이옵니다.

 먼저 먹는 놈이 임자구나. 세금이 어쩌다가 가을 도토리 신세가 되었구나. 짐이 물러나는 것이 아쉽다고 백성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지 않도록 하여라, 싫다. 더위 먹은 소 달만 보아도 헐떡인다고, 백성들이 모이는 것은 이가 갈린다. 미국소고기 수입 때 ‘촛불집회’와 (노)무현이 (김)대중이 죽었을 때 ‘추모인파’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하도 놀라서 ‘아침이슬’처럼 저절로 눈물이 맺히더구나.

 - 백성들이 구름처럼 모이지 않도록 ‘명박산성’을 쌓을 것이며, 모이더라도 최루가스를 넣은 물대포를 쏘아 물리치겠습니다. 또한 사진을 찍어 샅샅이 찾아내 불법집회를 까닭으로 돈을 물리거나 ‘불법사찰’하여 사회생활이 어렵게 만들겠으니 걱정 마옵소서.

 훈장이 돈도 안 되는 ‘송덕비’보다 훨씬 낫다. 법으로 되어있고 남들도 먹었다하니 마음은 놓인다만, 짐이 짐에게 ‘잘했다’고 주는 것이 좀 뻘쭘하다. 그 누구보다도 황후의 발가락이 좋아하겠구나. 모처럼 남편노릇 하겠다. 그래 역시 돈이 으뜸이야. 삼성의 (이)재용이도 이번에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인 보아오포럼의 이사가 된다면서? ‘사회 배려 대상자’가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자리는 물러나는 짐에게 딱 맞는데…, 쩝.

 - 폐하를 했던 사람들이 모두 ‘셀프 훈장’을 받았으니 얌통머리 없는 짓은 아니오니 뻘쭘하지 마옵소서. 그리고 이제 자리에 욕심내지 마시고, 손자손녀들의 재롱도 보고 텔레비전도 보시면서 쉬셔야지요.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교황도 ‘교회를 위해’ 물러나는 시대입니다. 간혹 쉬는 것이 ‘위하는’ 길일 때도 있습니다. 폐하께서도 ‘백성을 위해’ 이제 쉬시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시트콤에서 ‘빵꾸똥꾸’ 없애 버렸고,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사회’라고 술주정으로 웃기던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도 없애버렸는데, 텔레비전이 재미있겠느냐? 그렇다고 ‘회피 연아’ 동영상을 고발하고, ‘찍지 마, XX’이라고 성질 뻗친 (유)인촌이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재미없겠어.

 - 텔레비전이 재미없다면, 우리나라 물 걱정을 없애고 친환경으로 만든 ‘4대강 사업’의 자전거 길을 (이)재오랑 자전거 타며 다녀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이옵니다.

 한때 짐이 자전거를 타니까 (이)재오도 (유)인촌이도 너도 나도 자전거를 탔지. 하하하. 그때 인기 좋았는데. 짐이 한숨만 쉬어도 태풍이 불었지. 요즘 언론에서는 짐의 이름도 나오지 않더구나. 짐이 이루어놓은 훌륭한 일들이 잊힐까 두렵다. 이럴 때는 ‘나꼼수’도 그리워. 녀석들이 짐에게만 바치는 방송을 했는데 끝났다니 그마저 아쉽다. 한 사람만을 위한 방송이 있었다는 것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들었다는 것도 전무후무(前無後無)할 거야.

 - 폐하의 다스림이 잊힐까봐 폐하의 5년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습니다. ‘감성다큐’에는 폐하를 따르던 사람들의 말과 뒷얘기를 담아 따뜻하고 뛰어난 폐하를 그렸으며, ‘영상실록’에는 백성들과 함께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든 폐하의 치적과 세계경제위기에 대처한 폐하의 슬기로움이 들어있습니다. ‘영상의궤’에는 폐하께서 세계의 정상들을 만나 선진일류국가시대로 이끈 이야깁니다. 조선 임금의 모든 사실을 기록할 때 쓴 ‘실록’이란 낱말과 조선 왕실의 행사를 기록할 때 쓴 ‘의궤’라는 낱말을 씀으로써 폐하께서 이 나라의 ‘폐하’임을 뚜렷이 드러냈습니다.

 하하하, 사랑스럽도다. 말하지 않아도 너희의 마음이 맑아져서 짐의 발자취를 좇았구나. 너희의 옳은 판단을 만백성이 따르겠구나. ‘경(敬)’이란 마음의 잣대이니, 너희들은 ‘경’을 실천한 것이다. 스스로 너희의 몸이 바르게 되어 짐을 오래도록 받드는구나. 너희의 참된 용기가 만백성을 이끌 것이다. ‘의(義)’란 몸의 잣대이니, 너희들은 ‘의’를 실천한 것이다. 이렇게 깨달음이란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 글이나 말로써 아무리 가르치려 해도 되지 않는 것이 깨달음이다.

 - 우리가 실천한 것은 ‘경의’가 아니라, 나치스의 괴벨스 말인데요. ‘거짓말도 자꾸 하면 믿게 된다.’는.

김요수ghomsol@hanmail.net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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