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끝> 호언장담(豪言壯談) 꺼드럭거리며 뽐내며 큰소리치다 

▲ 김요수
 신하야, 바닷가 시골에서 태어나 혼자 벌어서 공부했던 짐을 폐하로 뽑은 백성들은 슬기로웠고, 짐은 지난 5년이 영광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행복한 일꾼이었다.

 - 백성들은 가난했던 폐하가 ‘서민’을 떠받들 거라 어렴풋이 믿었지만, 부자가 된 폐하의 마음은 읽지 않고 뽑았습니다. 폐하의 기쁨은 백성의 등짐이고, 폐하의 영광은 백성의 피땀이옵니다. 먹을거리 걱정에 촛불 들고 거리에 나서고, 잠자리 때문에 용산에서 불에 타고, 일자리 때문에 쌍용에서 짓밟히고 죽어가고, 나라를 지키다가 천암함에서 자식들이 죽은 것은 폐하의 일이 아니라 백성의 일이오니 폐하가 가장 행복한 일꾼임은 틀림없사옵니다.

 우리가 미국에 물건을 팔겠다면서 미국의 소고기는 안 먹겠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다. 초등학생도 아는 것이다. 백성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것은 법을 무시한 것이며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다. ‘5·18 광주사태’도 그런 것이 아니더냐. 용산이나 쌍용은 서민들의 일인데, 짐은 서민을 잘 알아. 그래서 일자리 나누기, 미소 금융, 든든 학자금, 전통시장 상품권 같은 ‘친서민정책’을 펼쳤다. 정책이라 하기엔 좀 그렇다만. 중도실용, 동반성장, 공생발전도 ‘부르짖었잖아’. 서민들은 부르짖기만 해도 풀어진다. 천안함 46용사들은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르며 목이 메고 가슴이 저렸다. 멀지 않아 통일 되면 또 부르고자 한다.

 - 남북이 맞서서 버티고 있으니 이 땅은 모두 한마음이어야 합니다. 다른 마음을 품는 백성들을 어찌 백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백성에게 ‘법’이 있음을 가르치려고 촛불은 ‘물대포’와 ‘명박산성’으로 껐고, 용산은 ‘화포’로 잦아들게 했으며, 쌍용은 ‘용역포’로 막았고, 천안함은 ‘선거’에 보탰습니다. 앞으로도 감히 딴 마음을 먹는 백성들이 생기면 ‘종북’으로 틀어막겠습니다.

 짐이 취임 때 ‘오로지 선진일류국가에 모든 것을 바친다’고 했다. 촛불이나 용산, 쌍용, 천안함은 선진일류국가에 어긋나는 일이다. 너희들이 ‘종북’으로 남은 세력을 몰아붙이니 이제 ‘더 큰 나라’가 우리 눈앞에 떳떳하게 서 있구나.

 - 서민들이 철탑에 오르지만 백성의 85%가 이 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먹고 사느라 시달려도 자식을 군대 보내고, ‘멸사봉공(滅私奉公 사욕을 버리고 공익에 힘씀)’ 외치는 지배층은 자식의 군대를 면제 받아 유학 보내고, 서민의 자식이 자식을 낳아 군대를 보낼 때 유학 다녀온 지배층의 자식들은 권력을 차지합니다. 폐하의 ‘실용’을 좇으니 나라의 ‘병’이 사라지고 사회가 선진화되었습니다.

 글로벌 리더십 없이는 나라를 지킬 수도, 키울 수도 없다. 법을 요리조리 피해도 떳떳하여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고, 선진국에 유학을 다녀오면 뛰어난 것이어서 백성들도 부러워한다. 과정은 필요 없고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짐의 덕택이다. 서민의 자식이 군대를 가서 의무를 다하는 것은 법으로 마땅하고, 부자나 권력의 자식이 군대 대신 유학을 가는 것은 선진일류국가를 이룩하는 것이라 마땅하다. 그것이 양극화라 하더라도 짐의 탓은 아니다. 양극화는 모든 나라의 문제고 짧은 시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일을 안 해본 사람, 모르는 사람은 우리를 많이 비판하더라도 걱정하지 마라. 세계의 문제를 짐의 잘못으로 덮어씌우는 자들이 세계의 흐름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꼭 일도 안 해본 놈들이 말이 많단 말이야.

 - ‘청문회’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일이 우리 삶을 고단하게 하더라도 ‘언론과 검찰 장악’을 통한 기적의 역사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두 차례에 걸친 전대미문(前代未聞·들어본 적이 없는)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이겨낸 것처럼 말입니다. 그때 바로 ‘비상경제정부’를 선언하고, 매주 빠짐없이 무려 145차례나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었지요. 우리의 자긍심이고, 자신감입니다.

 점퍼 입고, 벙커에 들어갔지. 마치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었어. ‘글로벌 코리아’시대엔 꼭 총을 들어야 전쟁하는 것은 아니야. 경제도 이제 전쟁이야.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벙커에 군대 갔다 온 사람이 한 명밖에 없었다고 비아냥거렸지. 먹고 사는 것이 곧 전쟁이나 다름없는데 말이야. 일을 해보면 알아. 일을 한 사람은 우리를 이해할 거야.

 - 그렇게 국가신용등급을 팍팍 올렸지요, 아직도 서민의 살림살이는 팍팍하지만. 폐하께서 서민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것을 봐야 하는데 보지 못하고 떠나네요. 아쉽습니다만, 떠난 뒤 꽃피는 계절이 오면 천지개벽(天地開闢·하늘과 땅이 새로 나누어지다)한 ‘4대강가’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강산을 둘러볼 폐하께서는 웃음꽃이 활짝 필 것입니다.

 기나긴 세계사 속에서 강한 나라와 약한 나라의 위치를 짐이 바꾸었고, 에프티에이(FTA)를 통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경제영토를 개척했으니 웃을만할 거야. 경제위기가 ‘국격’을 높일 기회라는 것을 ‘직감’해서 글로벌 코리아를 국정 과제로 삼았으며, 짐이 ‘말’한 녹색성장은 이제 세계 공통 용어가 되었다.

 -이 나라에는 강한 백성과 약한 백성의 위치가 튼튼해졌고, 경제영토가 없는 서민들은 일자리 찾아 어슬렁거립니다. 폐하의 짐작은 품 안에서 글로벌하고 폐하의 말은 발아래에서 공통 용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폐하의 5년 기록을 삭제하도록 하였습니다. 교과서에서 (안)철수의 말도 삭제하니까요. 아, 오해는 마십시오. 쓸데없어서 삭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잘 아시면서. 대신에 폐하를 높이 받든 말만 적은 국정백서를 12권이나 만들었습니다. 물론 영상백서는 이미 따로 만들었지요.

 자질구레한 작은 거 갖고 싸우기 싫으니까 알아서 해. 작은 사람이 되기는 싫다. 그런데 짐은 후덕한 강부자나 산뜻한 고소영이 좋던데, 요즘은 성시경이 더 섹시한가봐.

 - 성시경은 노래하는 남자라서 섹시하고는 멀어요, 요즘 성시경은 성균관, 고시, 경기고를 줄인 말입니다. 사람들은 ‘도토리 키 재기’라고 합니다만.

 아, 남자야? 어쩐지, 새로 올 폐하가 남자가 아닌가보지?

김요수 ghomsol@hanmail.net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에 따라 폐하타령은 이번주로 막을 내립니다. 다음주는 새로운 연재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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