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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속세상]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생의 희망을 그리다
변길현
기사 게재일 : 2013-11-04 06:00:00
▲ 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93×73cm, oil on canvas, 1888, 대영박물관 소장.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는 지금, 밤하늘의 별들은 더 총총해진다. 고통 속에 살았지만 죽어서 별이 된 사람. 그래서 모두의 가슴 속에 남는 예술가는 빈센트 반 고흐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만인의 작가이다. 살아서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죽은 후에 그 진가가 알려져서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영혼이 담긴 작품을 남긴 작가로 알려져 있고,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감동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 전율은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광기에 찬 작품 활동만 하다간 동정일수도 있고, 순수한 예술혼에 대한 동경일수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인간의 영혼을 담고 있는 작품의 힘 때문일 것이다.

 유럽을 안 가더라도 아시아에서 고흐의 해바라기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일본 동경의 신주쿠 거리 손보재팬빌딩 42층에 있는 토고 세이지 미술관. 일본의 야스다해상화재보험사가 고흐의 해바라기를 1987년 영국 크리스티경매에서 약 400억 원에 구입한 작품이다. 소더비가 감정한 이 작품의 현재 가격은 800억 원에서 1000억 원. 구입 후 거품경제 붕괴로 이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소유권이 지금의 손보재팬으로 옮겨갔고, 지금의 보험회사가 운영중인 토고 세이지 미술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토고 세이지라는 일본의 초현실주의 화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미술관이지만, 그와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고흐의 해바라기 1점을 보기 위해 1인당 1만 원의 입장료를 주고도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린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 좌우에 같이 전시되어 있는 세잔과 고갱의 작품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다.

 고흐 자신은 누구보다 불행한 사람이었다. 평생 가난에 시달렸고, 평생 연애에 성공한 적도 없으며, 평생 병마에 시달렸다. 추남이었고, 지저분했고, 생활력도 없었다. 그의 집안의 정신병력은 결국은 그를 자살로 이끌었다. 그의 위대함은 그런 환경에서도 자기가 하는 일에 영혼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알아주는 일반인은 거의 없었다. 살아서 유화 단 1점만을 팔았을 뿐인 화가.

 고흐가 죽기 3년 전인 1988년. 고흐는 프랑스 파리에서 남부 아를(Arles)라는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따뜻하고 햇볕이 좋은 그곳에서 그는 고갱과 함께 작업하기를 기대하며 작은 집을 빌려 노란 색으로 페인트를 칠한 후 해바라기를 그린 그림으로 장식하였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갱과 함께 쓸 작업실을 장식할 목적으로 해바라기를 그린다고 하였다. 프랑스 남부의 8월에 고흐는 생의 의지를 가지고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었다.

 오늘 소개할 해바라기는 바로 그 편지에서 고흐가 소개한 해바라기이다. 배경벽과 화병조차 노란색인 이 그림은 고갱이 초록색 눈동자라고 묘사한 해바라기의 중심만 제외하고는 거의 노란색 일색이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른 것이긴 하지만, 고흐가 생의 희망을 가지고 그린 이 해바라기조차 그의 운명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열네 송이가 담긴 화병은 희망과 정열의 노란색을 띠고 있지만 화병에 담긴 해바라기들은 고흐 그 자신처럼 병들어가면서도 생의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처럼 고갱은 고흐를 떠나려했고, 고갱과 다투고 난 뒤 자신의 귀를 자르면서부터 고흐의 정신병적 발작은 시작되었다. 그는 정신병원에 있을 때에도 그림을 그렸고, 고통스러울 때에도 그림을 그렸다. 제 정신으로는 살 수 없었던 사람. 그 사람이 빈센트 반 고흐였다.

변길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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