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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속세상]황재형의 ‘아버지의 자리’
부조리한 시대, 빛나는 화가
변길현
기사 게재일 : 2013-11-18 06:00:00
▲ 아버지의 자리, 162.1×227.3㎝, Nov.2011~Apr.2013, oil on canvas.
 1980년대 학번인 필자는 1970년대 선배들의 실제를 잘 모른다. 인터넷도 없이 대자보로만 사회의 실상을 고발하던 시기였으니 깨어있는 학교 선배들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는 사회의 실상을 알 수도 없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향한 열망은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직장인들은 생업이 끊기면 안 되니까 참여를 못해도 학생들은 직접 거리에 나가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학교수업의 휴강이 빈번했고 교수님도 강사님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묵인하던 시대였다.

 군부독재를 끝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었고, 마침내 넥타이를 맨 직장인까지 참가한 1987년 6·10민주항쟁으로 전두환의 항복을 받아내었다. 대리인인 노태우의 6·29선언이 그것이다. 대통령 선거의 직선제 개헌과 김대중 사면복권이 이루어졌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학생들과 시민들의 힘으로 공식적으로 달성된 날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전설 같은 일이다.

 그러나 그때부터 30여년도 더 지난 2010년대인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서점에 가면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이고, 도서관은 도서관이 아니라 취업준비실이 되어버린 시대. 불법이 드러나도 공직자가 뻔뻔하게 부정하는 시대. 이것이 현재의 한국문화의 한 단면 아닌가. 이들에게 있는 영혼은 어떤 종류의 영혼일까?

 

 가난한 이들의 삶 그린 황재형 

 그래서 더더욱 지금 이 시대에 황재형 화백이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된다. 사회처세술과 취업공부만 판치고 영혼이 보이지 않는 이 시대에 황재형 화백이 1980년대에 그린 그림은 아직까지 생명력을 잃지 않고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1980년 황재형은 만학의 대학교 3학년이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미대를 다니던 그는 야학과 공단에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마주했고, 당시에도 막장이라 불리던 강원도 탄광촌에까지 가난한 사람을 향한 그의 시야를 넓힌다. 탄광촌을 다니다가 우연히 광산매몰사고로 사망한 한 광부의 작업복을 보게 되고 그는 그것을 그렸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황지330’이 그 작품이다. 찢어지고 해진 ‘작업복’과 ‘황지330’이라는 명찰, 그리고 출입을 증명하는 ‘인감증’만이 남아 그 시대에 갈 곳 없는 가난한 자의 최후를 쓸쓸이 웅변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 작품으로 그는 중앙미술대전에 입선하여 일약 유명해지게 되나 그를 괴롭힌 것은 관찰자로서의 삶이었다. 광부와 신분이 다른 사람으로서 광부의 모습을 그려야 하는 자괴감이 그를 괴롭혔다. 1982년 27세의 젊은 아내와 갓 태어난 1살짜리 아들과 함께 그는 강원도 태백으로 들어가 광부가 되어 생활하고 광부의 삶을 그렸다. 그에게 광부화가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이다. 이후 탄가루가 눈에 들어가 결막염으로 실명의 위기에 처하여 광부생활을 청산한 이후에도 그는 태백에 남았다. 누구보다 가난한 삶을 살았고, 아이들을 가르쳐가면서 생계를 유지했고, 가난한 사람들과 이 땅의 모습들을 그렸다. 누구보다 진실된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았기에 그의 그림에는 영혼이 담겨져 있다. 탄광촌의 사람들, 평범한 강원도의 산들, 태백의 집들, 태백의 하천들이 그의 손을 거쳐 영혼을 담은 그림으로 다시 재현된다.

 

 실제로 광부가 돼 광부를 그리다 

 실상 그의 그림에 감탄하게 되는 장면은 광부들의 모습이 아니라 탄광촌의 모습이다. 이 세상의 끝이라고 여겨지는 탄광촌 막사들과 태백 민가들, 주변 풍경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쓸쓸함과 함께 인간의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중 ‘백두대간’이란 작품은 황재형 화백의 최대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태백산맥과 그 속에 깃들어 사는 마을의 모습을 담은 이 대작은 실로 이 땅과 인간, 그리고 역사에 대한 그의 애정과 철학이 담긴 걸작이다.

 그를 한국의 고흐라고 하는 것은 그의 작품에 가난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담겨져 있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영혼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중 오늘 소개하는 ‘아버지의 자리’는 이 시대 힘없이 늙어버린 어느 가난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가 새로 내건 전시회 제목인 ‘삶의 주름, 땀의 무게’는 이 그림 속 인물처럼 가난하고 힘없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주름투성이인데다가 햇볕에 그을리고 수염도 다듬지 못한 못난 얼굴을 가진 아버지들. 그들은 옛날에는 세상에 내몰린 탄광촌의 광부였고, 지금은 자본에 내몰린 도시와 농촌의 하층노동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름과 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 그림은 영혼으로 말해주고 있다.

변길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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