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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향연]<58>오에 겐자부로 ‘개인적인 체험’
출구 없는 현대인, ‘재생’ 희망 있는가?
버드의 ‘결단’과 ‘모럴’을 중심으로
명혜영
기사 게재일 : 2014-03-17 06:00:00

 인간은 자유롭기 때문에 불안이라는 것이 따라온다. 자유롭다는 것은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며, 또한 책임을 수반하는 일이다. 책임은 당연히 불안을 야기하는데 자유롭게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감정이다. 자유와 불안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 한다.

 인간은 이유 없이 이 땅에 내던져진 존재이기에 본질이라는 것이 애초에 없다. 때문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 완전히 자유롭다는 것은 규정당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미래가 완전히 열려있다는 뜻이다.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에 의해서 새로운 존재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며 일본 현대문학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 그의 대표작 `개인적인 체험’(1964. 8)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에 심취해 구상된 작품이다.

 아프리카로 모험여행을 꿈꾸는 초보 아버지 버드(鳥)가 두부에 이상을 가지고 태어난 갓난애를 살려서 키울 것인가, 죽도록 내버려둘 것인가를 놓고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번민에 번민을 거듭한 결과 갓난애를 살려서 키우기로 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작품은 출구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재생의 희망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자기기만의 늪으로부터 벗어나 정통적 삶의 길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받아들이는 버드의 변화,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자기개발 통해 만들어지는 존재?

 

 오에가 수용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란 무엇인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란, 전면적으로 인간은 자유로우며, 책임에 있어서도 항상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계획에 따라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존재이며,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 존재는 항상 도상(途上)에 있기 때문에, 결코 `물질’과 같은 고정화된 존재가 될 수 없다. 그 때문에 살아있는 한 항상 선택을 해야 하고 또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중압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 생존의 불안정함과 고독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그런 선택의 자유를 방기하는 일은 자기기만일 수밖에 없으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를 고정화하려고 시도해도, 필연적으로 좌절로 끝나게 된다. 따라서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부조리한 존재구조를 자유로이 받아들여 자신을 실현해 가는 일이다.

 버드의 결단은 이처럼 실존적 삶의 모럴 위에서 행해지고 있다. 실존주의적 모럴이라는 것은, 실존주의 사고가 그때그때 선택과 책임을 지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에 갓난애를 죽이는 일도 받아들여 살리는 일도, 선택을 거쳐 책임을 진다면 사회로부터 인정받은 삶이 된다는 것이다. 단, 덧붙여 말하자면, 어느 한 쪽을 최선이라고 생각해 선택한다고 해도, 다른 한쪽의 선택지가 없어지는 건 아니고 항상 배후에 들러붙어 존재하기 때문에, 부조리와 불안은 계속 안고 사는 것이며, 이러한 불안은 선택을 강요당할 때마다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실존주의적 모럴상의 `결단’이라는 것이, “모럴에 어울리지 않는 것”을 잘라내는 일이 불가능한 사상이라는 점을 지적해 두겠다.

 실존은 주체적이고 사적인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실존적 입장에서의 모럴은 사적 모럴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실존은 현실세계로의 기투(企投)를 통해 비로소 자기를 실현해간다는 점에서 공적인 관련성으로부터 때어놓을 수는 없다. 버드 자신의 실존주의적 모럴을 평가함에 있어서,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관련성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체험’에 있어서 실존주의적 모럴의 문제는, “이상(異常)을 가진 갓난애를 살리느냐 죽이느냐”하는 생명의 의미와 권리에 대해 객관적으로 정립된 윤리적 가치를, 실존의 자유로운 결단에 의해 부각시켜 근원적인 의미를 따지는 것이다.

 실존적인 삶의 방식이란 기성 도덕관이나 기성 사회질서에 대하여 배덕적인 면을 가지며, 그 안에 한번 빠짐으로써 기성질서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일상적 침전물에서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서의 윤리를 회복하며, 기성질서 안에서의 자신의 삶에 대한 자세를 선택한다. 이와 같은 구조를 가진다.

 지금까지 버드의 실존주의적 결단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으로 현실사회에 정립되어 있는 윤리적 가치와 비교함으로써 버드의 인간성을 비판하고, 심리구조의 해독을 작품의 논점으로 생각하는 의견이 집중적이다. 그렇다면 버드 자신의 모럴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그 의미를 실존주의적 모럴의 명쾌하게 분석된 구조에 의해 분명해지는 기존 질서의 혼탁한 부분이나, 버드의 성장을 읽어냄으로써 작품을 재평가해 보자.

 

 외면과 내면의 불일치

 

 알코올 중독 생활을 경험하기 전의 버드를 기쿠히코(菊比古)는, “20세의 버드는 모든 종류의 공포심으로부터 자유로운 남자”였다고 회상한다. 히미코는 “학교에서는 하급생들 사이에 숭배자를 만들기도 하고, 예비교에서는 그야말로 헌신적인 학생까지 출현했다.” “어린이들의 세계에서는 히어로”였다고 평가한다. 사실, 기쿠히코를 비롯해 도내고교출신의 예비교생 안에서는 버드의 우스꽝스러운 행동 안에 어떤 히어로익한 면이 있다고 보며, 나서서 변호를 하려한다거나 직업을 소개해주겠다는 등 지원군이 생겨날 정도이다. 버드는 이를 보며 자신은 “어린동생 정도의 패거리들에게 위험으로부터 구출될 운명임이 틀림없다”고 깨닫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버드는 폭력적이지만 액셔니스트인, 용감한 타입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버드 자신은 “자신이 용감한 타입인가 그렇지 않은가”가, 싸움이나, 수험, 결혼 등의 경험을 하고 나서도 확신이 안서며, 차라리 전쟁에 나갔다면 자신이 어떤 타입인지 알 수 있으련만 하고 생각한다. 이처럼 타자로부터의 평가와 내면은 반드시 합치되지는 않는다. (또한 `용기’에 대한 물음에서, 행동에 책임이 수반되는 실존주의적 사고에 기초해, 버드라는 존재가 소년 시절부터 실존주의적 행동으로 살아 온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타자의 관점에서 보면 버드는, 젊은 육체를 지닌 공포와는 거리가 먼 행동파이지만, 실존적 삶의 방식을 취하는 까닭에 타인의 설움에는 개의치 않는다는 에고이스틱한 면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기쿠히코와의 사건에 따른, 어린 시절과의 결별 후의 버드는 실존주의적인 삶을 살며, 사회에 자신을 던져 상승지향을 가진 성공한 사람이긴 하지만, 생명의 실감과 충실을 얻을 정도의 구체적인 상황에 직면하지 않은 인생을 보내고 있어, 그 일이 결국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소설 서두에서, 아내의 출산에 직면한 버드는, “자신이 왜 결혼 후 위스키의 심연에 빠져 들었는지” 아직도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 앞에 전개된 위험을 의식하고, 자신이 그러한 알코올 중독에 빠진 이유는 “자신의 생활 내부에 무언가 결락된 것과 근원적인 불만에 대해 철저히 생각해 보는 일을, 자신이 피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고 인식한다. 버드의 생활에 결락된 것과 근원적인 불만을 인식하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를 읽어내는 일이 된다.

 오에 겐자부로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에 심취해 `개인적인 체험’을 구상했다는 점은 이미 언급한 바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보편적 이성’에 따라 삶을 살아가지만, 실존주의적 관점에서는, `개별적 주체’로서 스스로 매순간 선택을 하며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인생을 지향한다. 버드 역시 결단의 순간에 직면해, 자유정신에 근거한 자신의 선택이 모럴에 저촉되는지 아닌지의 귀로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명혜영 <무등지성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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