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19.08.26 (월) 06:05

광주드림 섹션특집 타이틀
 김요수의 쓰잘데기
 김찬곤의 말과 세상
 윤정현의 명발당에서
 노거수 밑 休하기
 2035년, 대한민국
 무등지성 인문학 향연
 조대영의 영화읽기
 최종욱의 동물과 삶
 조광철의 광주갈피갈피
 전고필의 이미지산책
 김요수의 폐하타령
 서유진의 아시안로드
 이병완의 세상산책
 이국언의 일제강제동원
 정봉남 아이책읽는어른
 민판기의 불로동 연가
 임의진의 손바닥편지
 변길현의 미술속세상
 천세진의 풍경과 말들
 임정희의 맛있는집
시선무등지성 인문학 향연
[인문학 향연]<59>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인간의 용기와 고결함을 노래하다
이현주
기사 게재일 : 2014-03-24 06:00:00
▲ 전투 중인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그리스 문학의 권위자인 앙드레 보나르는 호메로스의 재능을 무엇보다도 새로운 인간형을 창조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면서, 호메로스를 발자크 및 셰익스피어만큼 위대한 작가로 칭송한다. 호메로스는 한 인간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데 몸짓 하나, 말 한마디로서 대상의 본질을 드러내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알다시피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그의 순수 창작물이 아니라 고대로부터 전해져 오는 것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의 에피소드를 엮어 하나의 시편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기원전 12세기에 발발했던 트로이아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기원전 8세기에 나왔으며, 운율이 규칙적이고 간결하며, 매끄럽고 기억하기에 쉬운 내용을 지니고 있다.

 왜 하필 호메로스는 ‘일리아스’라는 시편을 만들어 입에서 입으로 낭송하도록 만들었을까? 기원전 8세기 당시 시골에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던 지주들이 지나간 시절의 전쟁이야기 듣기를 매우 좋아했었고, 이즈음에 그리스에는 상인계급의 출현해 상업과 항구도시가 발달해 계급갈등이 심화되었다. 땅을 소유하지 못한 무산계급은 상인들과 합세하여 지주계급을 무너뜨리고자 했고, 더 나아가 지주계급들과는 다른 자기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했는데, 그 욕망의 결과물이 바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탄생이다. 즉 호메로스라는 이오니아 시인이 풍부한 시적 감수성과 상상력을 토대로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고, 새롭게 등장한 상인계급이 동일한 이야기에 예술적 가치와 형식을 덧입힘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일리아스’가 오랜 세월 동안 계승되어 온 것이다.

 

 그리스 민족의 전쟁사

 

 ‘일리아스’는 그리스 민족의 전쟁사를 다룬 이야기로서 전쟁과 인간, 죽이고 죽을 뿐인 인간들의 용기와 고결함을 다룬다. 이 작품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나선 자들과 그들의 희생과 죽음에 관한 인간들의 이야기이자, 영웅들이 섬기는 신들의 전지전능한 힘과 불멸성을 동시에 노래하고 있다. ‘일리아스’는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아 사이의 전쟁이 이미 9년 동안 지속되는 가운데, 그리스의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명장 아킬레우스 사이의 불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전리품 분배과정에 있어 아가멤논은 아폴론의 사제인 크뤼세스의 딸을 획득했는데, 크뤼세스가 자기 딸을 구하기 위하여 수많은 몸값과 홀을 들고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인,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에게 자기 딸을 돌려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아가멤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부탁을 거절하고, 화가 난 크뤼세스는 아폴론에게 부탁해 그리스군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간청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리스와 트로이아가 그렇게 오랫동안 전쟁을 치룬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그 유명한 파리스의 심판에 그 원인이 있다.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성대한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가 혼인 잔치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께”라는 문구가 새겨진 황금사과를 던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는 세 명의 여신들을 이데산으로 데리고 가서, 그 곳의 양치기이자, 트로이아 프리아모스의 둘째 아들인 파리스에게 그 결정권을 떠넘긴다. 파리스의 선택을 받고 싶은 세 명의 여신들은 그에게 각자 자신들이 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것들을 제시한다. 지혜의 여신이자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는 전장에서의 명예와 명성을, 제우스의 누이이자 부인이며 결혼의 수호신인 헤라는 권력과 부를,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아내로 만들어 주겠다고 말한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하고, 아프로디테는 파리스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인 헬레네, 즉 스파르타의 왕인 메넬라오스의 부인을 데리고 트로이아로 무사히 가도록 도와준다. 하루아침에 아내를 도둑맞은 메넬라오스가 형, 아가멤논과 함께 그리스 연합군을 만들어 트로이아를 공격한 것이다. 그러나 호메로스의 세계는 아직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모든 일들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신들의 조정에 의해서 그리스와 트로이아는 10년이라는 지루하고 긴 전쟁을 치룰 수밖에 없다. 신들 역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걸맞게, 예를 들면, 아프로디테나 아레스 등은 트로이아편을, 파리스에게 선택받지 못한 헤라와 아테네, 그리고 포세이돈 등은 그리스 편을 든다. 제우스와 아폴론은 중립을 지키면서 트로이아와 그리스군의 영웅들을 번갈아가며 도와준다.

 

 인간들의 용기와 고결함



 호메로스는 그리스와 트로이아 간의 전투를 노래하면서 완벽할 정도로 양자 간의 힘의 대립을 평등하게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압승을 하도록 그리지 않고, 트로이아군과 그리스 군이 서로 번갈아가며 승리와 패배를 경험하도록 만든다. 트로이아의 영웅은 헥토르, 파리스, 아이네이아스, 데이포보스, 글라우코스, 사르페돈 등이 주를 이루고, 그리스군의 영웅은 아가멤논, 메넬라오스,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아이아스, 디오메데스, 네스토르 등이 등장한다. 각자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갖춘 훌륭한 전사들로서 신들의 사랑과 보호를 동시에 받는다. 그 누구보다도 호메로스는 공동체를 사랑한 가장 고결하고 최상급의 용기를 갖춘 자로 헥토르를 꼽는다.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와 달리, 선천적으로 용감하고 강인한 인물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단련해 용감해진 인물이다. 호메로스가 헥토르에게 가장 최상급의 용기를 부여한 것은 다름 아닌, 전쟁에서의 두려움과 고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조국, 공동체를 위하여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강인한 정신력에 있을 것이다. 헥토르는 훈련을 통해서 용기를 배웠으며, 용감하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용기는 한 시민으로서 도시를 지켜내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 및 책임감과 연결된다. 헥토르와 최후의 대결을 펼친 아킬레우스는 그에 비하면, 훈련되고 훈육된 장수라기보다는 원래부터 선천적으로 싸움을 좋아하고, 힘차고 당당하고 혈기왕성하며 파괴본능을 갖춘 영웅이다. 그는 적과 타협하기보다는 항상 분노하며 전쟁을 하면 신이 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모두 뛰어난 영웅임에 틀림없지만, 호메로스는 인간의 약점을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내는 힘을 가진 헥토르에게 더 좋은 것을 부여했을 것이다.

 헥토르는 연약하고 결점 많은 인간의 약한 모습을 다 지니고 있는 인물이기에 이 작품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강인한 아킬레우스보다는 매사에 고민하고 갈등하는, 그야말로 인간적인 헥토르에게 더 많은 연민과 관심이 갈 것이다. 트로이아에서 가장 뛰어난 장수이지만, 아들의 죽음을 예견한 프리아모스는 헥토르에게 혼자 떨어져 싸우지 말고 즉시 성안으로 들어올 것을 권유하고, 그의 아내 역시 성벽 안으로 들어와서 적군의 전사를 물리치고 선두에서 아킬레우스와 맞서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아킬레우스의 강인함을 이미 알고 있는 헥토르는 잠시나마 그에게 가서 싸우지 않고 협상하면 어떨까 고민하지만, 만약 그랬을 경우 아킬레우스에게 다가갔을 때 그 자리에서 가차 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여긴다. 헥토르는 자신의 운명이 다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지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아킬레우스와 맞섬으로써 가장 위대하고 고결한 정신력을 갖춘 진정한 영웅이 된다.

이현주<무등지성 운영위원>



< Copyrights ⓒ 광주드림 & gjdream.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싸이공감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Naver) 요즘(Daum) 네이버 구글
인쇄 | 이메일 | 댓글달기 | 목록보기


네이버 뉴스스탠드
[딱꼬집기]일본 경제보복 맞서 분노하되, 강요는 안된다
 “당한 것만 해도 치가 떨리는데, 일본 사람들이 ‘정신대’란 사실 자체가 ...
 [편집국에서] 성비위? 도덕교사 배이상헌의...
 [청춘유감]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를 떠나며...
 [아침엽서] 외로우니까 사람일까?...
모바일
하단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