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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향연]<60>독거노인 문제
혼자서 중얼거리는 고독한 삶
이송희
기사 게재일 : 2014-03-31 06:00:00

 노인이 혼잣말로 하루를 시침질 하네 중얼거림에서 시작해 중얼거림으로 홀맺는, 으늑한 골짝의 숲을 한 땀 한 땀 깁고 있네

 틀어진 아귀에서 새나온 불빛들 한적한 골목을 벌겋게 달궈놓고 밤 새워 지저귀던 소리 쩌억쩍 달라붙네

 누군가의 두 눈에 모래를 뿌려놓고 방문 걸어 잠근 채 웅크리던 꿈들아 바늘이 돋은 자리를 헤집던 매운바람아

 갈림길 저 편에서 넘어오는 한숨소리 스르르 풀린 슬픔 실꾸리에 되감네 저 만치 물러간 해를 한 땀 한 땀 깁고 있네

 - 이송희, ‘혀’<아포리아 숲>(책만드는집, 2013) 전문

 

 졸시인 이 작품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독거노인의 문제를 그리고 있다. 온 종일 혼잣말로 하루를 보내는 노인의 삶을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것에 비유하면서 노년의 고독한 삶을 깁고 있다. 중얼거림에서 시작하여 중얼거림으로 홀맺는 하루, 그 으늑한 골짝의 숲에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 저 편에서 넘어오는 한숨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슬픔을 되감으며 저 만치 멀어진 해를 붙잡아 날마다 한 땀 한 땀 깁고 있는 것이다. 독거노인이 늘어가는 추세를 반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라는 실꾸리를 풀게 한다. 독거노인 문제가 심각한 것은, 자식이 멀리 있어 부모를 자주 들여다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식이 부모를 버리는 경우도 있어 윤리적인 문제로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OECD 한국, 노인자살률 1위

 

 중국에서는 지난 2012년에 팔순 노인이 여섯 명의 자식들에게 버림받아 춘절(春節·중국의 설) 기간 나흘이나 막내딸 집 아파트 계단에서 노숙했던 사건이 보도되어 충격을 안겨준 일이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자녀들이 돌아가며 부양하다 2011년 12월 이 문제로 자식들이 다투게 되자 급기야 지역 주민위원회의 개입으로 여섯 자녀들이 정확히 한 달씩 돌아가며 모신다는 합의서를 만들고 손도장까지 찍었다. 아버지를 모시던 막내아들이 26일 “내가 맡은 한 달이 끝났다”며 다음 차례인 막내딸 집에 부친과 부친의 짐을 옮겨 놓고 떠나버렸고, 막내딸은 양력 기준으로는 한 달이 되지 않았다며 아버지를 받아주지 않고 가족들과 집을 나가버리면서 이 비극은 발생했다. 연말연시에 이 사건은 우리의 마음을 더 움츠리게 하는 소식 중의 하나였다.

 2011년 한국은 OECD국가 중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기록됐다고 한다. 20년 사이에 65세 이상의 노인 자살률이 5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청 수치는 우리를 더더욱 놀라게 한다. 노인문제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도 생겼다. 현대판 고려장은 부모를 요양원이나 노인시설, 혹은 시골에 홀로 방치한 채 죽기만 기다리는 상황을 말한다. 물론 고려장은, 일제 때 일본인들이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떨어뜨리고 열등감을 주면서 한국의 무덤을 도굴하기 위해 퍼뜨린 것이다. 고려장은 우리 역사책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일본이 왜곡한 풍습이지만, 현대사회에서 불효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오늘날의 노인 문제는 고령화 사회의 심각한 부작용이다.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핵가족화를 들 수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가족해체의 속도와 자살률이 비례한다고 한다. 함께 살지 않으면 식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젊은 층들의 의식이 확산되면서 더욱 문제는 심각해진 것이다. 우리가 뉴스 보도를 통해 만나는 노인 학대 문제나 독거노인 문제는 이제 이웃의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노인 복지정책조차도 이들의 외로움과 아픔을 제대로 보듬어 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할 뿐이다.

 딸 집 앞에서 노숙했던 중국 팔순 노인은 기자의 물음에 “내가 힘들게 키워냈는데,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라고 했다고 한다.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키워낸 자식사랑에 대한 대가가 너무 슬프고 가혹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비율은 2000년 7%에서 2010년에는 11%, 2018년에는 14.3%로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몇 십 년 후에 노인이 되어야 할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떤가.

 

 복지정책으로 외로움 달랠 수 없어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하는 이 문제는 비단 중국에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노인들이 인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고령화 사회에서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자식들에게 짐이 될 것을 우려해 스스로 요양원을 찾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바로 얼마 후에 우리가 직면할 현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점을 우려하여 지난 2013년 경기도가 마련한 ‘독거노인 수호천사’ 종합대책이란 것이 있다. 소득의 양극화와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생활 곤란 등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독거노인이 급증함에 따라 마련한 제도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경기도의 독거노인은 24만 3747명이라 한다. 어떤 이유로든 혼자 방치된 노인의 수는 경기도내 전체 노인 인구의 21%를 차지한다고 한다. 날이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문제, 우리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 소수의 자녀들이 결혼이나 직장 등으로 멀리 떠나고 배우자를 먼저 보내면 누구나 홀몸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제라는 심각성을 인식할 때는 이미 늦는다는 것 또한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송희<시인, 문학박사, 무등지성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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