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죽이고, 덮고…
`나쁜 놈’들의 세상 통탄



 ▶머릿속에 글이 쏙쏙 들어있어서 입만 열면 재미와 슬기를 쏟아내는 사람 있다. 몸에 글이 덕지덕지 묻어서 움직이기만 해도 배우고 그대로 따라하고 싶은 사람 있다. 거울 삼을만하면 귀감(龜鑑), 본받을만하면 모범(模範)이라고 한다. 그러한 사람을 사표(師表)라 부른다. 우리말로는 스승이 알맞겠다. 세월호의 진실을 거짓으로 덮는 놈들부터 `세월호 현상’까지 배울 것이라곤 딱 하나, `절대 이래서는 안 된다’이다.

 

 ▶읽으면서 확 다가오는 글 있고, 읽고 난 뒤 문득문득 떠오르는 글 있다. 글을 보며 생각의 너비가 넓어지면 좋은 글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쓰던 말이 바뀌면 더 좋은 글이다. 직접 읽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퍼져 우리의 몸짓을 바꾸면 참으로 좋은 글이다. 세월호의 소식을 만나면서 우리의 생각은 바뀌었고, 말 또한 바뀌었다. 이미 몸짓도 바뀌고 있다. 정부나 언론이 전해준 소식이 아니다.

 

 ▶글! 하면 세 사람이 떠오른다.

 

 `조선혁명의 기둥’으로 철학과 국가경영의 터를 닦은 삼봉 정도전. 우리나라는 어쩌면 1200년째 그가 쓴 <조선경국전>을 바탕으로 살아오고 있다. 정도전은 글 속에서 배우고 삶 속에서 깨달은 생각을 실천에 옮긴 영웅이다. 우리는 `세월호 현상’에서 배우고 깨달은 생각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삶의 혁명’을 이루어 백성들이 다함께 잘사는 나라를 바라보았던 정약용. 이루지 못한 그의 꿈이라 아쉬워 우리는 지금도 그를 끌어안고 산다. 정약용은 읽으면서 깨닫고 깨달아 널리 알리려 했던 위인이다. 우리는 `세월호 현상’의 본질을 꼼꼼하게 살펴 잘못된 곳을 뜯어고치고 확 바꿔야 한다.

 

 ▶`미래의 문화혁명’을 꿰뚫어 보고 책을 천 권도 더 쓴 혜강 최한기. 조선 끝 무렵에 이미 천문, 지리, 농학, 의학, 수학, 역사학은 물론이고 경학까지 두루 살펴 썼으니, 그의 앎은 헤아리기도 어렵겠다. `말로 남기면 가까이 있는 사람만 기뻐하는데 글로 남기면 먼 나라 사람도 즐긴다’고 했던 최한기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미래를 밝게 하는지를 먼저 알아차린 선각자다. 내다보고 이끌어가는 몫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세월호 현상’에서 깨닫는다.

 

 ▶큰 잘못을 저지르고 벌벌 떨며 두려워하는 아이들 앞에 훈장은 회초리를 들었다. `내가 너희들을 잘못 가르쳤다’고 말한 훈장은 바지를 걷어 올리고 회초리를 아이들 손에 맡긴다. `대충 때리면 더 혼날 줄 알아라’ 훈장의 말에 아이들은 울면서 열심히 훈장의 종아리를 때렸다. 그 뒤로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훈장의 멍 자국보다 더 깊은 존경심이 생겼다. 어렸을 때 책 속에서나 보았음직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박안수 선생님의 페이스북에 있는 글이다.

 

 ▶옳은 것을 알기도 힘들지만 옳은 것을 바로 몸으로 옮기는 사람은 영웅이고, 위인이고, 선각자다. 그런 사람들 뜻밖에도 우리 가까이에 많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짓밟는 사람들이 더 많다. 돈 때문에 세월호의 불법을 눈 감고, 돈 때문에 세월호 사고를 감싸고, 돈 때문에 세월호에 있는 목숨을 죽이고, 세월호의 모든 진실을 거짓으로 덮으려 한다. `나’뿐인 나쁜 놈들이다.

 

 ▶백지영이 노래한다. `차가운 바람이 손끝에 스치면/ 들려오는 그대 웃음소리/ 내 얼굴 비치던 그대 두 눈이/ 그리워 외로워 울고 또 울어요’ 가슴 깊이에서 꺼낸다. `입술이 굳어버려서 말하지 못했던 그 말/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 우리 이제 헤어지네요’ 그리고 애타게 울부짖는다. `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 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 그런데 우리는 청와대 게시판에 글 하나 올리려면 목숨쯤 걸어야 하는 현실이다.



글·그림=김요수



김요수님은 월간 샘터에 2년 동안 연재했으며 <딱좋아 딱좋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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