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19.08.22 (목) 10:04

광주드림 섹션특집 타이틀
 김요수의 쓰잘데기
 김찬곤의 말과 세상
 윤정현의 명발당에서
 노거수 밑 休하기
 2035년, 대한민국
 무등지성 인문학 향연
 조대영의 영화읽기
 최종욱의 동물과 삶
 조광철의 광주갈피갈피
 전고필의 이미지산책
 김요수의 폐하타령
 서유진의 아시안로드
 이병완의 세상산책
 이국언의 일제강제동원
 정봉남 아이책읽는어른
 민판기의 불로동 연가
 임의진의 손바닥편지
 변길현의 미술속세상
 천세진의 풍경과 말들
 임정희의 맛있는집
시선천세진의 풍경과 말들
[천세진 풍경과말들]`비엔나호텔의 야간배달부’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랑
천세진
기사 게재일 : 2014-07-04 06:00:00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랑

 ‘비엔나호텔의 야간배달부’

 - 1974 / 이탈리아 / 청소년 관람 불가 / 감독 : 릴리아나 카바니 / 출연 : 더크 보가드(맥스 역), 샬롯 램플링(루시아 역), 필립 르로이(클라우스 역), 가브리엘르 페르제티(한스 역) 등

 

 1957년의 비엔나. 비엔나호텔 지배인 맥스는 어느 날 한 여자 손님과 눈을 마주치고, 두 사람은 서로 놀란다. 두 사람의 기억 속 장면은 나치수용소 시절로 향한다. 한 사내가 맥스를 찾아와 그의 신상과 관련된 얘기를 한다. 교수라는 사내도 호텔로 찾아온다. 맥스와 루시아는 계속해서 과거의 기억 속을 헤맨다. 호텔 방에 모인 사내들은 맥스가 한 여자를 수용소에서 살려주었던 사실을 확인하려 한다.

 루시아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남편에게 떠나고 싶다고 한다. 맥스가 살려준 여인을 찾으려는 사내는 맥스에게 요리사 마리오가 그 여자를 알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얘기한다. 맥스는 마리오를 만나 조용한 낚시터에서 얘기하자고 제안한다.

 오페라 공연장에서 맥스와 루시아는 서로를 의식한다. 수용소에서 유태인 여인이 성적 학대를 당하는 장면을 지켜보던 루시아는 맥스에게 끌려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공연이 끝나자 루시아는 갑자기 호텔을 떠나지 않겠다고 생각을 바꾸고 남편 혼자 보낸다.

 맥스는 낚시터에서 마리오를 살해하고 호텔로 돌아온다. 루시아는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던 맥스를 떠올린다. 루시아는 맥스를 찾으려다 우연히 맥스를 비롯한 과거 나치 장교였던 자들의 회의 장면을 목격한다. 그들은 맥스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찾아 없애려 한다.

 “기억하시오. 혹시 우리가 죄의식의 희생자가 아닌지를….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하오. 죄의식은 정신병, 신경증에 있어 방해요소다.”

 “스스로를 속이지 맙시다. 기억은 그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똑바로 직시하는 눈과 똑바로 가리키는 손에서 만들어집니다.”

 참석자 모두 자신들의 범죄 증거를 없애는 과정을 거쳤다. 맥스는 생존자가 없다고 거짓 증언한다. “클라우스, 아마 생존해 있는 목격자는 없을 거야. 그런데, 만일 있다면, 그냥 놔둬야 하나? 망각하게 만들까?”

 “서류상에 1천명, 아니 1만 명이라 해도, 살과 피를 가진 단 1명의 목격자보다는 영향력이 덜하지. 이게 그들이 위험한 이유지, 맥스.” 맥스는 참석자들의 압박에 교회쥐처럼 조용히 지내기를 원할 뿐이라고 소리친다.

 루시아의 방에 맥스가 찾아와 왜 왔냐고 소리를 지르며 루시아를 압박한다. 맥스는 루시아와의 해후로 인해 혼란스러워 한다. 마리오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마리오의 아내는 맥스의 인사를 거부한다. 루시아는 남편에게 유럽 일정 중에는 만날 수 없고 나중에 미국에서 만나자고 전보를 보낸다. 루시아는 맥스에게로 간다. 그녀는 수용소시절 맥스가 준 드레스를 펼쳐든다. 그녀는 수용소시절 맥스를 즐겁게 했던 방식으로 그에게 다가간다.

 맥스는 백작부인에게 예전의 소녀를 다시 만났다고 털어놓는다. 맥스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예전의 그녀와 같다고 한다. 맥스는 세례 요한의 목을 원했던 살로메의 이야기를 한다. 나치장교들을 위한 루시아의 공연장면이 이어진다. 춤이 끝나자 그녀를 괴롭혔던 요한이라는 간수의 목이 그녀에게 전해진다.

 맥스는 동료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경찰이 루시아를 찾고, 동료들은 맥스의 집에서 그녀를 발견한다. 긴급회의가 열린다. 맥스와 동료들의 생각은 더욱 멀어진다. 맥스는 호텔 일을 그만둔다. 두 사람은 고립된다. 동료들은 여자를 넘기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인다. 두 사람은 나치 장교 제복과 드레스를 입고 거리로 나선다. 그들을 향해 총이 발사된다.

 가끔 언론을 통하여 식민시대의 죄상을 인정하고 식민 지배를 받았던 나라에 도움을 주려는 식민 모국의 인사들이 조명되고는 한다. 대한민국도 한때 그런 역사를 겪었고, 역시 그런 일본인들을 접하게 된다. 지금도 독도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와는 다른 견해를 피력하는 일본인들이 조명되고 있다. 그들에 대해 감사를 느끼는 분위기고 감지된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조명이 때로는 불편하다. 감사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서다.

 루시아와 맥스의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념적으로 사랑을 이해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랑은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구분이 명확하다. 한쪽은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 사랑을 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받는 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없다. 맥스는 단 한사람만을 살렸을 뿐이고 그 사람이 루시아였을 뿐이다. 그것은 명분이 아니라 개인적인 기호의 문제였을 뿐이다.

 루시아의 맥스에 대한 집착은 마치 퇴행과 같다. 그녀는 다시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 그녀는 왜 다시 맥스에게로 돌아갔을까? 그 시절이 그녀의 가장 열정적이고 화려한 시절이었을까? 아니다, 그녀는 그 시절의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녀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에게 다시 끌려간 것이라 보아야 옳다. 그녀의 퇴행적인 행동들이,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그것을 방증한다. 맥스의 사랑은 가해자의 아량에 근거한 사랑이었고, 루시아의 사랑은 살려준 것에 대한 굴종적 감사에 근거한 것이었다.

천세진<시인>



천세진님은 눈만 들면 산밖에 보이지 않는 속리산 자락 충북 보은에서 나고자랐습니다. 하여 여전히 산을 동경하고 있는 그는 광주에서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Copyrights ⓒ 광주드림 & gjdream.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싸이공감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Naver) 요즘(Daum) 네이버 구글
인쇄 | 이메일 | 댓글달기 | 목록보기


네이버 뉴스스탠드
[딱꼬집기]일본 경제보복 맞서 분노하되, 강요는 안된다
 “당한 것만 해도 치가 떨리는데, 일본 사람들이 ‘정신대’란 사실 자체가 ...
 [편집국에서] 성비위? 도덕교사 배이상헌의...
 [청춘유감]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를 떠나며...
 [아침엽서] 외로우니까 사람일까?...
모바일
하단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