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고자 했던 아이들

 - 2004 / 독일 / 15세 이상 관람 가 / 114분 / 감독 : 데니스 간젤 / 출연 : 막스 리멜트(프리드리히 웨이머 역), 톰 쉴링(알브레히트 스테인 역), 요나스 예거메이어(크리스토프 슈나이더 역), 레온 A. 커스텅(탸덴 역) 등

 

 1942년 여름, 베를린 베딩. 프리드리히는 엘리트 소년 사관학교인 ‘나폴라’에서 온 선수와 권투 시합을 갖게 된다. 시합에는 지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나폴라’ 권투 교사에 의해 스카우트 된다. 아버지는 반대하지만, 프리드리히는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신분 상승의 기회로 여기고, 부모님이 잠든 사이 나폴라로 향한다.

 군대를 방불케 하는 ‘나폴라’에서의 첫날부터 프리드리히의 생활은 만만치 않다. 수업은 가혹하고 비인권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군사훈련과 유대인에 대한 적대적 교육이 실시된다. 프리드리히는 별도의 권투 교습을 받는다. 프리드리히는 지역 당 지도자의 아들인 알브레히트와 가까워진다. 프리드리히는 교내의 상대와 시합을 갖게 된다. 모두들 쓰러진 상대를 때려눕힌 프리드리히의 잔혹한 승리에 환호하지만 알브레히트만은 다른 표정을 짓는다. 알브레히트가 프리드리히를 찾아 와 쓰러진 상대를 때린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넌 인정이 없어. 로프를 잡고 있었다고.”

 “그 애 역시 내게 그랬을 거야.”

 “그렇게까지 잔인할 필요는 없었어. (…) 다른 식으로 성취할 수는 없었나 해서.”

 “아니 없었어.”

 지그프리트는 또 다시 오줌을 싸고, 야후어 소위는 이를 미끼로 돈을 요구한다. 수류탄 수업 중 한 학생이 겁에 질려 수류탄을 떨어뜨리자 지그프리트가 몸을 던져 동기들을 살리고 죽게 된다. 학교는 그를 영웅으로 만든다.

 알브레히트는 프리드리히를 집으로 초대한다. 아버지의 생일 축하 만찬 자리에서 알브레히트는 축시를 읽으려 하지만 아버지는 나중에 듣자고 거절한다. 식사 후 알브레히트의 아버지는 프리드리히와 알브레히트에게 권투 시합을 시킨다.

 겨울이 되자, 나폴라의 8학년 전체가 전장으로 차출된다. 어느 날 밤, 프리드리히 학년(7학년)이 도망친 러시아 병사 수색에 차출된다. 학생들은 러시아 군을 향해 총을 발사하고, 총에 맞은 러시아 병사들이 아이들인 것을 알게 된다. 알브레히트가 살리려고 애를 쓴 아이를 아버지가 사살한다. 붙잡힌 러시아 소년병들도 모두 사살된다.

 기사의 영웅담과 독일 자연 배경과 관련된 글을 쓰는 작문 시간에 알브레히트가 작문을 발표한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눈의 겨울과 경치는 아련한 행복감으로 우리가 인간임을 깨닫게 해줬습니다. (…) 우리가 어제 그곳에서 그 포로들을 봤을 때, 악으로부터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그 소년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돌아올 때 쯤, 나 자신이 악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악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원했었는데 말이지요. 그들을 죽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무장하지도 않았고, 슈타인이 우리에게 미끼를 달아줬던 것입니다.”

 교관은 알브레히트를 제지한다. 분노한 알브레히트의 아버지는 그를 우크라이나 친위대로 보내겠다고 한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따지는 프리드리히에게 알브레히트는 자신을 돕기 위해 썼다고 말한다.

 얼어붙은 호수에서 훈련이 실시된다. 알브레히트의 순서가 되고, 알브레히트는 물속에서 연결 줄을 스스로 놓아 버린다.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들은 아버지 슈타인 사령관은 “약했어. 단지 너무 약했어.”라고 말한다. 알브레히트의 사망 기사를 교지에 실으려는 프리드리히의 의견을 학교장은 묵살한다.

 “국가와 총통을 위해 죽은 사람들 틈에 자살자의 장소는 없다. 그의 부모들도 똑같은 생각일 거다. 그들은 네게 공동의 책임이 있는 너를 용서했는지 물어왔다. 부모들은 아들이 널 만난 후로 약해지기 시작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너를 지켜주기로 했다. 이번 주 토요일에 개최하는 시합에 학교의 명예를 걸고 널 내보낼 생각이다.”

 권투 교관도 싸움을 독려한다. 시합이 시작되고, 상대가 쓰러진다. 주변을 살펴보던 프리드리히는 두 팔을 내려버린다. 프리드리히는 퇴교 당한다.

 아주 오래 전, 학교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이념을 기예를 갖춘 인재를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차이가 없었다. 사관학교는 그 첨병에 위치해 있었다. 많은 세월이 흘렀고, 1차 세계 대전이, 2차 세계 대전이 있었다. 전쟁은 젊은이들을 필요로 했고, 젊은이들은 두려움 없이 전장을 누빌 투철한 이념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었다. 결말은 비극적인 역사적 경험이었다.

 비극적인 역사는 각성을 가져왔다. 학교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소수의 권력층들은, 여전히 아이들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이념을 머릿속에 담고 사회로 나오기를 바라지만, 전처럼 쉽지 만은 않다. 나치 치하에서처럼 미친 질주가 더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이 각성은 무디어지고, 흐려졌다. 더는 전제적 상황이 아니라는 굳은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스스로 생명줄을 놓아 버린 알브레히트 같은 아이들은 크게 준 것 같지 않다. 스스로 두 팔을 내려버리고 패배를 받아들인 프리드리히 같은 아이들도 준 것 같지 않다.

 위기는 그 크기에 있지 않다. 동일한 성격의 국면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천 명이 죽었든, 백 명이 죽었든 그 숫자는 무의미하다. 언제고 반복될 것이 때문이다. 숫자는 각각의 사건을 말해주는 표식에 다름 아니다.

 위기를 인식하고 치료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라면 작문시간에 인간됨을 이야기하던 아이들이 밖으로 끌려 나가지 않아야 한다. 학교가 요구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강제로 쫓겨난 프리드리히는 이제 자유로울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불온했으므로 그 자유는 피를 머금은 자유였다.

 어떤 이들은 극구 부인하겠지만, 스스로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면 우리 시대는 분명 불온하다.

천세진 <시인>



천세진님은 눈만 들면 산밖에 보이지 않는 속리산 자락 충북 보은에서 나고자랐습니다. 하여 여전히 산을 동경하고 있는 그는 광주에서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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