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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산책]남생이가 마땅히 살아야 할 곳
거북인 줄 알고 `방생’했더라면 어쩔 뻔
전고필
기사 게재일 : 2014-11-12 06:00:00

 사건의 발단은 그랬다. 시골집에 추수를 거들러 간 것이 시작이었다. 저수지 아래에 있는 논이지만 작년 둑 제방을 강화하는 공사까지 해서 그 아랫배미로 물이 새는 것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콤바인으로 벼를 베기 위해 둘레를 낫으로 베어보니 한 켠에 물이 고인 것이 심상치 않았다. 아랫집 논은 진즉에 고랑을 쳐 놓았는데 우리 논은 그냥 두었던 것이다. 결국 논으로 들어온 콤바인은 한동안 진흙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렇게 사투를 벌이는데 내 눈에는 아랫집 논고랑이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어떻게 두렁을 쳤는지도 궁금하고, 또 생계형 어부답게 대체 고랑에 어떤 어류가 있을 것인지 보고 싶어졌다. 그래 걸음을 옮겨 보니 논 주인이 고랑에 물고기 채집망을 세 개 놓아둔 것이 보였다.

 벌써 설렘이 일었다. 조심스레 망을 올려보니 미꾸라지들이 요동을 치고 있다. 그 많던 물고기들이 사라진지 오래고, 더욱이 고향에서 추어탕을 먹어본지 오랜데, 여기 꾸물거리는 미꾸라지가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두 번째 망을 들어봤더니 더 묵직하다. 아, 그런데 망에 돌멩이 몇 개가 들어있다. 자체의 무게로 이미 땅에 가라앉을 것인데 웬 돌덩어리지 하고 유심히 보니 거북이 세 마리다. 실망스럽다. 이곳까지 누군가 방생한 외래종 붉은귀거북이 자리를 튼 것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이를 어쩔까 생각하다 낚시용 두레박을 가져와 담았다. 살생할 수도 없고 여기 있는 것 보다는 대인시장 어물전에 드려서 방생용으로 팔게 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빠져나온 콤바인을 따라 다니다 나락을 다 베어낸 뒤 부리나케 대인시장으로 돌아왔다. 야시장 마지막 날이라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때였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두레박을 두고 나중에 어물전에 가져다 드리리라 생각하고 일을 하다 그만 잊어버렸다.

 그리고 하루가 간 다음날, 출근해서 보니 거북이 사라졌다. 나갈 곳도 없고, 물도 없고, 먹을 것은 더욱 없는데 이를 어쩌지 하며, 이곳저곳 뒤져 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퇴치해야 할 것인데 뭐 알아서 탈출했거나 나타나겠지 그렇게 생각하다 못내 잊어버리길 며칠. 한 직원이 까무러치게 놀란다.

 책상 밑에서 쥐가 책을 갉는 소리가 난다는 것이었다. 드디어 거북을 만나는구나 설렘에 언저리를 보니 한 마리가 보인다. 좀 더 세심하게 찾아보면 나머지도 나올 성 싶어 구석구석 뒤졌다. 또 한 마리를 찾았다. 하지만 마지막 한 마리는 종내 모습을 드러내 보이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두 마리를 어물전에 가져다 드렸다. 어물전에서는 대뜸 “이건 붉은귀거북이 아녀. 남생이여. 우리가 못 폴아” 그리 하신다. 미꾸라지 몇 마리 얻어 사무실로 다시 모셔왔다. 말로만 듣던, 강강술래에 속해있던 남생이 타령의 주인공을 모신 것이다. 세 마리가 다 모이면 키워보는 것은 어떻겠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동화와 전설의 주인공인데다 또 십장생의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한데 왠지 이상했다. 시장에서 못 파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결국 네이버의 힘을 빌렸다. 남생이라는 검색어를 넣으니 이 친구들이 천연기념물인데다 멸종위기종이고,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깃대종으로 남생이를 보호하고 연구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오는 것 아닌가. 게다가 무단 포획이나 채집, 사육은 금하고 있고, 혹 이를 어기면 벌금이 2000만 원 이하에 이른다는 법률도 만났다. 겁이 더럭 났다. 괜한 일로 경치게 될 판. 하지만 조용히 있다 마지막 한 마리도 찾아내면 본래의 그곳으로 보내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며칠, 아침 일찍 출근한 직원이 연락이 왔다. 남생이로 추정되는 소리가 나는데 빨리 찾아가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세 마리를 모두 찾았고, 모두 커다란 남비에 담아두었다.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빨리 보내주라는 호소로 들려왔지만 시골집에 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바로 곁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남비를 열어보면 미꾸라지 한두 마리가 사라진 것이 보였다. 먹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배설물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일요일 시간이 났다. 고이 모시고 20여 일만에 ‘그들’과 처음 만났던 곳으로 갔다. 모든 논들이 다 텅 비어있는 쓸쓸한 늦가을의 들판, 아직 물고랑이 온전하게 맑은 물로 남아있는 그곳에 세 마리의 남생이를 놓아주었다. 모처럼만에 고향의 진흙과 물을 만난 남생이는 쏜살같이 눈앞에서 사라져갔다.

 부디 잘 살길 바라면서 오는 길, 친환경농법이 준 선물일 듯싶은 남생이와의 만남이 실감이 안 난다. 이제 논에만 가면 남생이가 말을 걸어 올 듯한 착각이 일 것만 같다.

전고필



`전고필’ 님은 항상 `길 위에’ 있습니다. 평생 떠돌며 살고자 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관광의 핵심은 `관계’를 볼 수 있는 눈입니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읽어내는 눈. 그것들을 찾아 평생 떠돌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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