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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진 풍경과말들]영화 `작은 사랑의 멜로디 Melody’
어른의 과거와 아이들의 현재 사이
천세진
기사 게재일 : 2014-11-21 06:00:00
▲ 영화 `작은 사랑의 멜로디’ 중 한 장면.

 - 1971 / 103분 / 영국 / 전체 관람가 / 감독 : 워리스 후세인 / 출연 : 마크 레스터(라티머 다니엘 역), 트레이시 하이드(멜로디 역), 잭 와일드(몬쇼) 등

 

 간혹 오래도록 음악이 기억날만한 영화를 만나게 된다. 이 영화가 그렇다. 영화는 비지스가 1965년 만든 ‘In the morning’으로 시작된다. 원제는 ‘Melody’인데, 영화 속 주인공 여자아이의 이름과 같다. 영화 내내 비지스의 명곡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 속으로 이끈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정작은 어른들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무엇이며,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하는 가를 고민하게 되는 때문이다.

 이 영화는 영국 초등학교 아이들의 일상과 고민을 담고 있는 영화다. 1971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낯설지는 않다. 멜로디가 금붕어를 갖기 위해 엄마의 옷을 고물상에게 넘기는 장면은, 이 땅의 40∼50대에게는 엿을 바꿔 먹기 위해 수저를 들고 나갔던 기억으로 이어질 것이다. 공범의식 때문이었을까? 고물상들은 영국이나 한국이나 입이 아주 무거웠다.

 영화는 처음에는 잔잔한 모습들이 흐르지만, 마지막에는 극적인 반전과 통쾌한 웃음을 던져준다. 로켓을 만드는 친구의 실험이 점점 더 성공적으로 변해가는 것과 영화의 긴장감이 궤적을 같이 하는 것을 눈여겨보면 재미가 더해질 것이다.

 

 “웰링턴은 왜 스페인에 갔나요?”

 

 보이스카우트 소년단에 가입한 다니엘과 친구 몬쇼는 행진을 마치고 엄마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중산층인 다니엘의 부모는 다니엘의 교육에 대해서는 별관심이 없다. 특히 아버지가 그렇다. 다니엘은 아버지가 보던 신문에 불을 지르고 통쾌해 한다. 부부는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서로를 비난한다.

 다니엘이 다니는 학교의 모습은 우리의 예전 학교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우르르 몰려나가 축구, 동전치기, 카드, 크리켓을 하며 논다. 이성에 대한 관심도 아이들의 중요한 화젯거리다. 역사 시간에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족보 암기법도 알려준다.

 질문은 우리의 학교처럼 거부된다. “웰링턴은 왜 스페인에 갔나요?”라는 질문에 “그냥 간 거다. (…) 건방지게 굴지 말고 조용히 해. 너 하나 때문에 진도를 늦출 순 없어”라는 선생님의 답변이 돌아온다.

 왕따처럼 지내던 다니엘도 로켓 실험 무리에 몬쇼 덕분에 합류하게 된다. 실험이 실패로 돌아간 후 다니엘과 몬쇼는 시내 구경을 가고, 둘은 더 가까워진다. 다니엘과 몬쇼는 여학생들의 무용을 구경하게 되고, 다니엘은 멜로디에게 반한다. 다니엘은 예배 시간에 전달을 통하여 멜로디에게 좋아한다는 의사를 전한다. 둘은 음악실에서 만나 음악으로 대화를 나눈다. 축제가 열리자, 다니엘은 콧대 높은 멜로디에게 춤을 청한다. 몬쇼는 내키지 않지만 다니엘을 위해 함께 나선다. 그날 오후 로켓은 마침내 성공한다. 운동회가 열리고, 다니엘은 멜로디를 생각하며 죽어라 달려 1등을 하고는 졸도한다.

 다니엘과 몬쇼는 라틴어 시간에 답변을 하지 못해 매를 두 대 번다. 엉덩이에 헝겊을 대고 매를 맞으러 간 몬쇼가 왜 라틴어를 해석 못했느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하는 답이 걸작이다.

 “옛날 말이니까요. (…) 이미 사라진 로마인들과 말을 못하니까요.”

 

 10살 다니엘과 멜로디의 결혼

 

 엉덩이에 댄 헝겊을 들켜 제대로 매를 맞은 다니엘을 멜로디가 기다리고 있다. 몬쇼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니엘은 멜로디와 함께 사라진다. 멜로디는 좋아한다는 말을 직접 말하지 않아서 속상했다고 하며, 50년 동안 사랑했다는 부부의 묘비를 보며 대화를 나눈다.

 “그녀 없이 두 달 밖에 못 살았어.”

 “굉장히 많이 사랑했나봐.”

 “50년간의 행복…. 그게 얼마나 긴 세월일까?”

 “방학과 휴일을 빼면 150학기야.”

 “너도 나를 그만큼 사랑할 수 있니? 넌 못할 것 같아.”

 “벌써 일주일이나 사랑했잖아.”

 멜로디는 다니엘을 집으로 데려가 가족들에게 소개하고, 다음 날 둘은 수업을 빼먹고 놀이 공원엘 간다. 다니엘은 멜로디에게 청혼한다. 그 일로 둘은 다음날 교장에게 호출당하지만, 둘은 진지하게 결혼의지를 밝힌다. 멜로디의 부모도 10살의 멜로디를 이해시키지 못한다.

 수업시간에 반 전체 아이들이 사라진다. 다니엘과 멜로디가 철도 아래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정보를 입수한 교사진이 총출동한다. 두 엄마도 가세한다. 아이들과 선생님들 간의 추격전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로켓이 다니엘 엄마 차에 던져지고 실험은 대성공을 거둔다. 둘은 몬쇼의 도움으로 선로 수리용 열차를 타고 달아난다.

 

 세상, 어른과 아이들이 보는 차이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복제되어 왔다. 그러나 무수한 복제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주인공은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유일자인 ‘나’에 의해 이루어진다. 개별적 존재인 ‘나’는 길어야 백년을 살 뿐이다. 인류 문명이 수천 년을 이어왔고, 천재적인 사상가들이 인류 지성의 지평을 넓혀왔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넓혀지거나 고양된 높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자신이 태어난 환경으로부터 DNA를 부여받고 성년의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밟아가야 한다. 월반은 없다. 제 아무리 뛰어난 천재도 이성적 이해는 세대를 뛰어넘을 지라도 감성적, 생물학적 이해는 범인(凡人)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늘 ‘이해(理解)’가 문제가 된다. 각자를 만든 문화적·환경적 DNA가 다르기 때문에 오해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은 차치하고, 동일한 공동체에 사는 아이들과 어른들도 세상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당연하다. 그런데 어른들은 다르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생소한 문제다. 다 겪어봤다는 어른들의 조언은, 겪어보지 않은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럴 때는 겪어본 쪽이 겪어보지 않은 쪽의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 자신들이 겪을 때 얼마나 절실하고 진지했는지를 기억해야한다. 그 때문에 이 영화는 어른들에게 더 의미 있는 영화일지 모른다.

천세진 <시인>



 천세진님은 눈만 들면 산밖에 보이지 않는 속리산 자락 충북 보은에서 나고자랐습니다. 하여 여전히 산을 동경하고 있는 그는 광주에서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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