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함과 분노

 - 1965 / 15세 이상 관람가 / 136분 / 감독 : 세르지오 레오네 / 출연 : 클린트 이스트우드(몬코 역), 리 반 클리프(더글라스 모티머 대령 역), 지안 마리아 볼론테(인디오 역)

 

 현상금 사냥꾼 모티머는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선술집으로 향하고, 곧바로 현상수배범을 사살한다. 또 다른 현상금 사냥꾼 몬코도 한 선술집에서 수배범을 잡는다. 한편, 일단의 무리들이 형무소를 급습하여 그들의 두목 인디오를 탈옥시킨다. 인디오에게는 현상금 1만 달러가 붙었다. 인디오는 자신을 배반한 옛 동료를 찾아가 살해한다.

 모티머는 엘파소로 향한다. 몬코도 엘파소에 도착한다. 인디오는 엘파소은행을 털기로 한다. 인디오의 부하들 4명이 엘파소에 나타나 엘파소은행을 정탐한다. 몬코와 모티머는 망원경으로 그들을 감시하다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몬코는 모티머의 존재를 마을의 노인에게 묻는다.

 “모른다니까. 난 그를 몰라. (…) 아무도 몰라. 난 귀먹었어. 한땐 다 알고 있었지. 오래 전 목장 할 때였지만. 지금은 기차가 이방인을 데려와서 정신없어.”

 몬코는 노인에게서 상대가 더글라스 모티머 대령인 것을 확인하고, 모티머는 신문에서 몬코가 현상금 사냥꾼인 것을 확인한다. 두 사람은 호텔 앞에서 마주친다. 두 사람은 총으로 서로의 모자를 맞히며 상대를 제압하려 하지만 결국은 마주앉아 술잔을 나눈다. 두 사람 모두 인디오를 잡으려 하고, 둘은 협조하기로 한다. 몬코가 위장하여 인디오의 패거리로 들어가기로 한다.

 “대령, 젊은 시절이 있었나요?”

 “그래, 자네처럼 겁이 없었지. 그런데 인생을 소중히 여기게 한 사건이 있었어.”

 “뭐죠?”

 “……”

 “질문이 경솔했나요?”

 “아니, 질문이 아니라 대답이 그럴 수 있어.”

 인디오는 이전에, 다정하게 회중시계를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던 남녀를 습격하여 남자를 살해한다. 여자도 인디오가 겁탈하던 중 총으로 죽는다. 인디오가 늘 갖고 있는 음악이 나오는 회중시계가 바로 그 시계다.

 몬코는 인디오의 친구를 탈옥시켜 인디오에게 간다. 일당은 몬코를 의심하지만, 은행털이에 그를 합류시킨다. 몬코는 산타쿠르즈 은행을 털기 위해 따로 나선 일당을 해치우고 인디오 일당이 향한 엘파소로 향한다. 몬코와 모티머 대령이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인디오 일당이 엘파소에 도착한다. 일당은 몬코와 모티머 대령이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금고털이에 성공한다. 두 사람은 인디오 일당을 뒤따른다.

 몬코는 인디오 일당에 다시 합류하고, 모티머는 자신이 금고를 열 수 있다며 일당에 합류한다. 금고가 열리고, 인디오는 돈을 다른 상자에 담아 창고에 옮겨둔다. 모두 잠이 들자 몬코와 모티머는 그들의 돈을 훔치지만 발각되어 구타를 당한다.

 인디오는 한밤중 부하를 시켜 몬코와 모티머를 풀어준다. 부하들을 둘과의 총격전에 휘말리게 하려는 것이다. 결국 돈을 두고 일당끼리 죽고 죽이는 싸움이 벌어져 모두 죽고, 모티머와 인디오가 마주한다. 모티머 대령의 남매가 갖고 있던 회중시계의 노래가 멈추면 마지막 대결이 시작된다.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인디오를 응시하고 있는 모티머 대령의 눈빛은 강렬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오래도록 영화를 기억하게 하는 마지막 이 몇 분의 시간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것이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주도한 장르인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의 매력일지 모른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혁명과 역사, 전쟁에 휘말리는 인간의 드라마틱한 생과 운명을 담으려 했다지만, 영화평론가들의 치사(致辭)일 수 있다. ‘스파게티 웨스턴’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범죄자이고 모르는 타인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일이 파리 한 마리를 죽인 것 같은 느낌 정도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실제 서부 총잡이들의 결투는,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악당과 영웅이 총을 들고 대치하다 어느 한쪽이 쓰러지는 모습은 그리 흔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는 등 뒤에서 총을 쏘는 일이 대단히 비겁하고 경멸받을 행위로 등장한다. 그러나 제 목숨이 달려있는데 앞에서만 쏘았을까.

 어쨌든 영화 속이든, 실제이든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세계는 법과 도덕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던 시기의 일이다. 노인의 말처럼 기차를 통해 계속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유입되던 시기의 산물이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익명의 사회는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짐승의 사회가 된다. 타인도 분명 인간이지만,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갖지 않으면 타인은 인간이 아닐 수 있다. 타인을 인간으로 존숭하지 않으면 죄의식은 사라진다. 땅콩회항의 주인공도 승무원을 인간으로 생각했다면 타인의 존엄을 짓밟는 망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법이나 도덕은 삶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탄생했다. 법과 도덕이 제대로 작동해야만 인간사회와 동물사회가 차별화 된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동물사회는 법칙이 없는 것이 아니다. 동물사회의 냉혹함은 인간의 감성이 작용한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어찌 보면 인간사회는 지구상 모든 사회 중 규칙을 어기고도 굴러가는 유일한 사회일 것이다. 실은 동물사회보다도 못한 사회인 것이다.

 인간이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는 말과 행동에 있어 경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티머는 자신이 인디오를 죽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대답이 경솔할 수 있다’며 몬코에게 답하지 않는다. 요즘 우리는 행동도 경솔했고, 경솔했던 행동에 대하여 또 다시 경솔한 말을 더해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분노하고 있다. 짐승만도 못한 사회의 모습이어서 분노하고, 그 모습이 고쳐질 것인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어서 분노한다. 분노는 법과 도덕을 환기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되어야만 가치가 있다. 실제의 세상은 자식을 죽인 살인자를 응징하는 모티머의 방식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천세진 <시인>



 천세진님은 눈만 들면 산밖에 보이지 않는 속리산 자락 충북 보은에서 나고자랐습니다. 하여 여전히 산을 동경하고 있는 그는 광주에서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