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문화의 `포용성’에 대하여

 지난달에는 전주에서 문화정책대토론회가 있었다. 전국단위에서 문화판의 일을 하는 30여명이 지역문화정책의 현황과 방향을 묻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번 달에는 충북 청주에서 문화예술토론회가 30여명의 정책가, 활동가, 기획가, 예술가 등을 모시고 치러졌다.

 광주에서는 금년 6월 대인시장에서 지역문화포럼을 가지며, 전국의 문화활동가 40여 명을 초대했고, 문화의달 행사추진위원회에서 10월 문화의 달 행사에 청년기획자 95명을 초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른 것이 있다. 세 가지 측면이다. 첫째는 지속성, 둘째는 주체성, 셋째는 재원측면이다.

 첫 번째부터 살펴보자. 전주의 문화정책대토론회는 그 역사가 10년째이다. 즉,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되겠다고 선포하던 해에 전주는 이미 전국 문화계의 활동가들에게 전주에 대한 친화력을 높이고자 행사를 주관하고 사람들을 초대하기 시작했다. 청주는 충북 민예총의 기반이 튼실한 곳이다. 이제는 국회의원이지만 도종환 시인, 충북대의 김승환 교수 등이 좌장이 되어 매해 문화 활동가들의 담론의 장을 형성해 왔다.

 광주는 어떤가? 전무하지는 않았다. 문화수도의 포문이 열리며 전국의 활동가들을 광주로 초대하는 행사가 부정기적이지만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일회용이었다. 그 기저에는 ‘광주’라는 이름이 가진 명망성에 기인했을지도 모른다.

 3년 전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원일(당시 한예종 교수)은 ‘자스민 광주’에 왜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광주에 빚을 지고 있는 입장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서 여기에 참여했다. 내가 가진 재능의 일부라도 광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광주를 찾은 문화현장의 일꾼들은 그런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무도 가볍게 그들을 초대했고, 응대했고, 보내 드렸다. 그리고 사안이 있을 때 다급한 목소리로 그들의 힘을 빌렸다. 그리고 또 잊었다.

 우리에게는 영원한 벗이 될 그들을 보듬을 여유가 없었고, 어찌 보면 문화계의 맏형 같은 우월의식이 더 팽배했을지도 모른다. 아주 큰 일 치러본 형, 한데 전주나 청주는 근기가 달랐다. 우월하지도 젠 척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모아내고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지지자를 구성해 내고 있었다.

 두 번째, 이런 전주와 청주의 양 행사에 주체들이 바로 민간이라는 점이었다. 민예총전북지회나 충북지회가 이 일을 주도하고 있었다. 세 번째와 맞물리는 부분인데, 행사의 재원은 지방정부에서 지원을 하고, 전체 판은 바로 수행단체가 국가적 이슈와 지역사회의 현안과 관련하여 문화 활동가들을 초대한다는 점이었다.

 민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지역과제의 답을 구하려는 행정은 그 자리에서 열린 귀로 내내 듣고 메모하는 모습은 이색적이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을 몇 해 동안 지켜보면서 늘 아쉽기만 했다. 문화중심도시를 만든다고 수많은 인재들을 초대하고 광주에 정착 시키고, 거기에 더해 나주의 빛가람 혁신도시에 서울에 주거지를 둔 사람들이 등 떠밀리듯 내려와 있어도 그들을 위로하고 남도 사람으로 끌어안으려는 의지 한번이나 보여주었는지가 자못 의심스러웠다.

 적어도 남도살이의 매뉴얼이라도 만들어 주어야 되지 않겠는가. 이를테면 살집을 쉽게 찾는 법, 혼자 밥 먹기 좋은 식당, 손님 접대 시 이용할 만한 식당, 가족이 왔을 때 계절별로 남도를 둘러 볼 곳, 이질적 공간에 적응하는 것은 사람이 쉬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적응의 매뉴얼이라도 드린다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아직 늦지는 않았다. 진정한 예향, 지속가능한 문화중심도시가 되려면 먼저 오신 분들 잘 모셔야 한다. 아시아문화전당에 취직하신 분들, 빛가람 혁신도시에 입주하신 분들, 비엔날레에 오신 분들, U대회 준비하러 오신 분들 잘 응대해야 하고, 문화와 관련해 광주를 찾는 분들은 더더욱 웅숭깊은 남도의 대접을 보여 드리자. 것도 일회용 포장이 아니라 깊은 장맛이 우러나는 남도식으로 말이다.

전고필



`전고필’ 님은 항상 `길 위에’ 있습니다. 평생 떠돌며 살고자 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관광의 핵심은 `관계’를 볼 수 있는 눈입니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읽어내는 눈. 그것들을 찾아 평생 떠돌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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