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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산책]부산에서 갈무리한 지역문화재단의 역할
시민이 주인공인 문화로
전고필
기사 게재일 : 2015-01-07 06:00:00
▲ 주민과 작가들이 폐자제를 이용해 만든 천사의 날개.

 부산의 선배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한 해 동안 열심히 놀았으니 쉬었다 가라는 말씀.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에 당도했다. 3시간 20분의 거리, 결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인데 자주 가는 것은 흔치 않다. 하여튼 그곳에 당도해서 이른 저녁을 먹고 부산문화재단에 들렸다. 재단의 위치는 해외로 나가는 콘테이너가 집적되는 ‘감만’이라는 곳에 있었다.

 잦은 교통사고로 학교가 이설한 곳에 재단이 둥지를 틀었다. 뻔한 성냥곽 같은 학교지만 내부는 지역 주민들로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감만창의문화촌’이라 명명한 재단의 건물에는 레지던스 작가들이 입주하고, 예술인협동조합이 일을 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사랑방과 커뮤니티센터가 있었다. 다양한 주민주체의 문화동아리를 이 공간 안에 초대해서 문화를 공유하고, 더욱 확산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마을이 박물관’ 부산문화재단서 실감

  마침 주민과 재단의 일꾼들이 한 해 동안 활동했던 성과를 돌아보고 내년을 설계해 보는 마당이 펼쳐지고 있었다. 주민과 주체들이 십시일반으로 준비한 음식은 풍성했고, 사이사이 주민들의 공연과 장기자랑은 지역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골목과 골목에 숨결을 넣고 있는 작업은 재활용 물건들을 사용하며,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더 깊게 마을을 파고드는 모습까지 보였다.

 마을이 박물관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이런 일에 동참하는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마이크를 잡고 재단에 원하는 것을 말했다. “우리 할머니는 예. 노래 부르기를 좋아합니더. 노래방 하나 맹그러주이소.” 어려울 것 없다는 재단 관계자의 답변이 나오고 200여명의 주민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동네 풍물패의 단장은 “진즉 재단이 왔어야 했는데 좀 늦었네요. 그래도 우리를 받아줘서 고맙네예”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문화의 판을 형성하는 축으로서 재단의 역할은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수고한다. 일종의 컨트럴 타워의 역할을 자임하며 고상한 위치를 고집하는 재단도 있을 터이고, 주민들의 일상 안으로 파고들며 생활 속의 문화를 꽃피우는 시민문화 활동가 역할을 하는 재단도 있다.

 광주에서 광주문화재단이 수행하는 일은 무엇일까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지역 간 문화의 격차가 다르고, 그런 문화를 향유하고 수용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과거 예술가 중심의 지원으로 문화가 마치 예술가의 전유물인 것처럼 읽히던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문화예술의 지원 사업이 아직도 예술 지상주의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 이곳 의 현주소다. 그 기저에는 말로만 시민문화를 외치며 제도적으로는 예술지원정책자금만 배분하는 정부의 문화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리고 지역의 자체적인 문화 활동을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재단이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은 광주의 경우 불과 1억5000만 원 밖에 안 된다. 이것으로 재단이 목적하는 사업도 쉬이 성취하기 어려운데 이 작은 파이를 시민과 나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부산문화재단 적립금 광주 3배

  반면에 부산의 경우는 재단 적립금도 266억 원으로 광주의 세배에 이르고 있으며 시민의 창의적 문화 활동을 위해 투여하는 자금이 몇 억 원에 이른다.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되며, 문화수도라고 외쳐 온지 10여년인데 정작으로 시민의 주체적인 문화 활동을 위해 투여하는 돈이 1억 원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참으로 난감하다. 이 어처구니를 누가 뚫어야 할까.

 이 또한 광주문화재단이 해야 할 일이며 광주광역시의 행정이 맡아야 할 일이며, 광주시의회의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시민의 세금으로 살고 있으면서 시민들의 일상적 삶을 ‘외지인에 친절하기’, ‘내 집 주변 청소하기’ 등 계도의 대상으로 몰지 말고, 즉 시민들의 자치적인 삶은 충분히 경지에 도달했다고 인식하고 시민들을 더 존중하고, 주체가 되어 그분들이 소망하는 문화의 세계로 초대하고 응원하고 지지해야 한다.

 사실 광주의 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는 다양한 부분에서 성장해왔다. 각화동의 시화마을, 양림동의 공공미술2.0, 대인예술시장 등이 있을 것이다. 헌데 이 세 프로젝트의 공통점이 있다. 예술가가 전면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주인공이었고, 예술가와 기획자는 배후 이거나 배경이었다는 사실.

 모름지기 광주시와 시의회와 광주문화재단이 명심해야 할 일이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운영관계자들도 깊게 생각해야 할 지점이라 여긴다.

 전고필





`전고필’ 님은 항상 `길 위에’ 있습니다. 평생 떠돌며 살고자 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관광의 핵심은 `관계’를 볼 수 있는 눈입니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읽어내는 눈. 그것들을 찾아 평생 떠돌고자 합니다.

부산 감만창의문화촌의 주민과 하께하는 결과 보고회 모습.
주민과 작가들이 폐자제를 이용해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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