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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산책]꿀 같은 성격 소유자의 ‘조청’
대인야시장서 엿 아닌 조청 팔면서 드는 아쉬움
전고필
기사 게재일 : 2015-02-04 06:00:00

 심장질환으로 병원에 계셨던 어머니가 시골집으로 가시자마자 하신 작업은 메주를 만드는 일이었다. 메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쇠 솥에 넣고 끓여야 한다. 잘 사용하지 않는 작은 방은 이때부터 펄펄 끓는다. 메주를 담근 후 이어지는 작업은 메주를 넣어놓은 방에 온기를 불어넣으면서 한편으로 조청을 만드는 것이다.

 조청은 인절미를 찍어 먹거나 산자와 유과 등에 버무려 먹을 때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인데, 시골 우리 마을의 공정은 조청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청이 만들어지면 이때부터 마을 어머니들이 모여서 엿을 만든다. 예전에는 엿을 당기는 밑바닥에 화로를 놓고 뜨거운 공기로 증기를 넣었는데 지금은 쿠커 같은 것으로 수증기를 부여하며 만든다. 두 분이서 조청을 늘여 당기면 누렇던 조청이 하얀색으로 바뀌어간다. 이제 엿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가위를 든 한 분은 늘씬해진 엿을 자르고, 동강난 엿에 찬바람을 쐬며 다시 약간의 밀가루 반죽을 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졌다. 엿을 당길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엿을 당기는 분들이 서로 품앗이를 하는데 한 분 두 분 돌아가시고 나니 이제 그 일을 돌려가며 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들려오는 소식은 ‘누구네 며느리는 엿 만드는 기술을 배워서 몇 백을 했다고 하더라’ 라든가 ‘뉘 집 아들은 인터넷을 통해 조청을 판매해서 500만 원이나 수익을 올렸다’더라 인데, 울 어머니는 짐짓 모른 체 하신다. 자식들이 조청 만드는 것도 말릴까봐 그러신 것이다.

 어느 이른 아침 시골집에 갔더니 장작을 태우는 냄새가 집안 가득했다. 틀림없이 조청을 만드실 것이라 예견하고 뒤 안으로 갔더니 아닌 게 아니라 작업 중이시다. 얼마나 만드셨는가 보니 고무찜통으로 한 가득이다. 1kg짜리와 2kg짜리로 옮겨 보니 큰 것 20여 통, 작은 것 30여 통 정도 된다. 어찌 하실 것이냐고 하니 “니들이 팔아줘야지야” 라고 하신다.

 겨울 농한기의 가장 큰 수익원이 엿 만드시는 것인데 거기까지 힘에 붙인 어머니의 열망이니 모른 체 할 수 없다.

 1월 말에 있을 대인예술야시장에 조카의 이름으로 신청을 한다. 다행히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별이 오니 어머니와 가격 흥정을 한다.

 개당 얼마씩이냐고 여쭈니 작은 것은 만 원, 큰 것은 2만 원에 원가를 책정하니 2000원에서 3000원정도 더 붙여 팔자고 하신다.

 고3인 조카와 중3인 조카에게 가장 적절한 홍보 문구를 작성하라고 하고, 보조원으로 내 아이 둘을 붙여주었다.

 드디어 개시일, ‘꿀 같은 성격 소유자 조청’ 이런 문구를 가지고, 할머니가 솥에서 작업하는 사진까지 첨부해서 수작업과 원생산자가 누군지까지 밝히며 장사에 몰입한다.

 어지간하면 아이들의 매대에 나가지 않으려 했지만, 보호자의 마음이 그렇진 않은가. 자주 들여다봐진다. 들여다봐진다는 것은 다른 지인들을 만나는 것이고, 지인과 조우 한다는 것은 또 그들에게 은연중 구입을 강요하는 강박으로 옮겨질지 모른다.

 실제 그랬다. 많은 아는 분들이 구매를 해 주셨다. 이틀간 아이들은 그들이 가져간 작은 것 30여 개와 큰 것 10개를 완판했다. 감격에 겨워하는 아이들이 대견해 보였다.

 총 49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할머니에게 원가 40만 원을 드리고, 아이들은 교통비와 광고료를 빼고 조카 둘이서 나누었다. 그리고 내 아이들은 각각 1만 원씩 할머니에게 받았다.

 소감을 묻는 나에게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야시장은 정말 재미난 경험이었어요. 근데 발가락이 깨질 것 같았어요”라고 말하고, 한편으로는 “돈 벌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라고 한다.

 대인예술야시장, 위대한 손의 총집합체인 이곳에서 엿이 아니고 조청을 판매하는 아이들을 통해 이에 늙어가는 어머니와 손길이 부족한 시골 마을의 환경도 다시 생각해 보고, 그럼에도 초롱한 아이들을 통해 시장의 지속가능한 미래도 희망해 보는 시간이었다.

전고필



`전고필’ 님은 항상 `길 위에’ 있습니다. 평생 떠돌며 살고자 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관광의 핵심은 `관계’를 볼 수 있는 눈입니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읽어내는 눈. 그것들을 찾아 평생 떠돌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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