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뒤 인구 정점, 이후 쇠락의 길…
-장밋빛 아니라도 포기할 수 없는 세상 그려

 얼마 전 출판계에 재미있는 책들이 등장했다. 해리 덴트가 쓴 ‘2018 인구 절벽이 온다’, 박영숙, 제롬 글렌 등이 쓴 ‘유엔미래보고서 2030: 생존과 소멸의 갈림길,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책이다. 앞으로 맞게 될 생산인구 감소·노령화로 상징되는 세상에 대한 진단과 예측을 함께 담고 있다. 치밀하게 예비하지 않으면 비극적 결과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을 갖게 한다. 분석은 날카롭지만, 틀은 세계다. 세계화 시대에 숲을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나무 밑에 사는 이에게는 나무 사이를 뚫고 떨어지는 비도 피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숲과 나무에 닥치는 우환을 동시에 피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그리고 2035년이면 그 어려움이 모습을 상당부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다.

 이틀 전인 3월11일 한겨례 신문에 기획면에 희망 2045-나미래 씨가 사는 2045 대한민국이란 특집기사가 실렸다. 달라진 기업환경, 주거환경에 대한 간략한 묘사가 등장한다. 통일은 아직 되지 않았다. 어쨌든 희망적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가상인물 ‘반미력(半彌勒)’이 상상한 세상



 인류의 문명사 5000년 동안의 거의 전 시기를 통해 인류는 확장과 성장의 길을 걸어왔다. 물론 국지적으로는 전쟁, 전염병, 천재지변 등의 이유로 인해 일정시기 동안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가 위축되거나 하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났다. 한 때 위용을 자랑하던 제국들도 부침을 거듭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해 보면, 인류의 길은 거의 언제나 확장과 성장의 길이었다. 특히, 19세기를 넘어서며 그러한 확장과 성장은 십년이 다를 정도로 급속하게 이루어졌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계는 200년 안팎의 성장지향의 세계관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다.

 하지만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있다. 그 바탕에는 인구 증가라는 기본 분모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는 거의 언제나 공동체와 국가의 더 나아가 민족의 힘의 원천이었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전 지구적으로 본다면 인구는 늘어난다.

 우리는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언제나 지역적이다. 인구변동과 그 영향도 지역적으로 서로 다른 파도를 만들어낸다. 전 세계적 상황이 언제나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대한민국은 대한민국만의 또 다른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2030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나타났다. 대략 5200만 명 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후 대한민국의 인구는 줄어든다. 그 이후의 대한민국의 길은 확장과 성장의 길이 아니라 축소와 쇠락의 길이다. 통계적 시각으로는 축소와 쇠락의 기점까지 15년이 남아있다. 15년…. 길다고 볼 수도 있고, 짧다고 볼 수도 있는 시간이다.문제는, 단순히 길고 짧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후에 이루어지는 일에 대해 우리는 경험적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이후의 세계에 대하여 역사 속에서 답을 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답은 추상적이고, 계량적인 것이다. 축소와 쇠락의 길을 걸은 국가나 공동체들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답을 그대로 따른다면 대한민국도 언젠가는 그렇게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추상과 계량만으로 예상해 볼 수 있는 미래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히 비극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보다 더 참혹할 것이다.

 15년 뒤,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2014년 대한민국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45만5000명이다. 그런데 세상을 등진 이는 29만9000명이다. 15만 명 정도의 격차를 보인다. 2035년이 되면 이 격차는 역전이 된다. 통계청 추정치를 보면 태어나는 인구는 35만8000명이고, 죽는 이는 50만7000명이다. 역시 15만 명 정도의 격차를 보인다.

 2014년 한 해 동안 태어난 인구 45만 명을 단순하게 현재의 평균기대수명 82세 정도로 계산해보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3700만 명 정도다. 2035년보다 좀 더 후의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5200만에 가까운 인구에서 1500만 명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 그저 그런 예측이 아니다. 수치상으로 더 나빠지면 나빠지지 더 좋아질 가능성은 없다.

 현재의 크기에서 30%정도 줄어든 대한민국. 하지만 30%가 줄어든 상태의 현상은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규모의 경제라는 변수가 검은 입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대한민국은 앞으로 이전과는 여러 분야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갖게 될 것이다. 단순한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통일되면 인구가 7000만,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되지도 않을 셈법은 집어 치우기를 바란다. 그것은 문제의 핵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자들이 떠벌이는 소리다. 통일되면 인구만 합쳐지는 것이 아니다. 땅도 합쳐지고, 시장도 합쳐진다. 그러한 셈법은 북한이 남한과 같은 크기의 경제력과 시장을 갖고 있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인구가 줄면 시장이 준다. 시장이 줄면 국부가 위축된다. 국부가 위축되면 한 국가가 유지해 온 모든 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진다. 그리고 그 빨간불은 국가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는 전 분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떤 형태로든 그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필자는 경제학자도, 정치학자도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글에서 전문적인 분석은 뒤따르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2035년의 세계가 어떻게 펼쳐질 지를 작은 이야기들의 모음으로 그려보고자 한다. 어떤 이야기든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달라지는 세상에서도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삶이다.



 ‘반미력’으로 대변되는 민초들 현실

 

 이야기를 위하여 가상의 인물 하나를 설정했다. 그의 이름은 ‘반미력’이다. 그의 한자 성은 ‘半’이다, 미력은 미륵(彌勒)의 다른 표기다. 미륵은 미래불(未來佛)이다. 한국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 이 땅의 사람들이 불교와 전통신앙 안에서 가장 믿고 따른 주신(主神)이 바로 ‘미륵(彌勒)’ 이다. 미륵은 석가와 함께 불교의 신이지만 서로 다른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창세신화에서 석가는 속임수를 써서 미륵을 이기고 세상의 주도권을 잡는다. 그것이 현세의 세상이다. 지금 당장 부와 권력을 누리는 자들의 세상이다. 민초들에게 현실의 삶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민초들이 믿고 따르던 신이 미래를 상징하는 ‘미륵(彌勒)’ 인 것은 그 때문이다.

 앞으로 펼쳐질 한국의 모습이 장밋빛이 아닐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지레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 미래라는 점에서 그의 이름을 ‘반미력(半彌勒)’으로 정했다. 희망과 절망이 절반. 판단중지도 아니다. 한국의 미래가 어둡기를 바라서가 아니다.

 절반의 경우 언제나 현세의 의지가 이후의 그림을 좌우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아니 시계를 2035년으로 돌려 ‘반미력(半彌勒)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것은 우리의 미래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폭풍우를 몰고 올 검은 구름을 걷어낼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해서다.

천세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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