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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2035년, 대한민국은]<3> `이민정책’ 비밀회의
인구 부족…어느 나라서 이민 받을 겁니까?
천세진
기사 게재일 : 2015-04-10 06:00:00

 제주도 사건이 있은 뒤 일주일 후인 2035년 1월27일, 아침 7시 주요 장관들이 청와대 지하벙커로 속속 모여 들었다. 갑작스런 회의 소집에 장관들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고, 잠시 후 대통령이 회의실에 들어왔다. 대통령은 곧바로 “이민청장, 발표 준비 됐으면 바로 시작하시죠!”

 `이민청’이라는 소리에 장관들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 이른 시간에 지하벙커에서 열리는 회의의 시작이 이민청이라니. 게다가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 장관들은 안경과 옷에 은밀하게 장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 통신기기 검색까지 받았고, 오늘 회의 내용에 대한 비밀 준수 서약서에도 사인을 했다. 긴박한 사태가 벌어졌으리라고, 전쟁은 아니더라도 대단히 민감한 외교 사안 정도는 터졌으리라 생각했던 터였다.

 회의실 정면 하단에서 불빛이 쏘아져 올라오더니, 통계를 나타내는 표가 4D영상으로 펼쳐졌다. 최근의 인구추이를 나타내는 표였다. 이민청장이 가볍게 목례를 하고 앞쪽으로 나섰다.

 “모두 아시겠지만 20년 전, 2035년의 인구변동 추이는 한 해 15만 명 정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2040년에는 그 차가 조금 더 멀어져 한 해 25만 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인 2034년 출생자 수는 20년 전에 예측했던 36만8000명에서 무려 4만 명이 적은 32만 명이었습니다. 올해 안에 이미 인구 감소가 2040년 예측 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의 상태를 방치하면 2050년에는 한 해 45만 명이 줄어들고, 2060년이면 총인구가 4,300만 명 아래로 내려갑니다. 출생자수가 줄어드는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문제는 부족한 생산인구의 충원입니다.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부족분을 메워왔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국가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민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문호를 대폭 개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호 개방에는 일정한 원칙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시점에 국무총리가 말을 끊었다. “이미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문제 아닙니까? 현재의 이민 정책에서 기준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이민청장이 대답을 하려는 순간, 대통령이 가볍게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대한민국 30% 이민으로 채워야”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 인구의 30%가 이민자로 채워질 것인데, 누굴 받겠냐는 거예요. … 중국에서? 중국 출신이 전체 인구의 10%만 넘어도 제어하기 힘든 존재가 될 겁니다. … 제주도 소식 들었지요?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인데 사건의 결말이 그들의 의지에 따라 처리됐어요. 감당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원칙을 만들자는 거예요. … 그런데 말입니다. 그 원칙을 대놓고 발표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어느 나라에서는 받고, 어느 나라 출신은 안 된다고 하면, 설령 그 나라 출신들이 이민을 오지는 않더라도 외교적으로는 득이 없다는 거예요.”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청장이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중국도 어려운 카드지만, 동남아 권에서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도 문제는 있습니다. 종교적 갈등이 사회문제로 등장할 겁니다. 가장 바람직한 카드는 베트남입니다.”

 “베트남 사람들을 이민자로 대거 받는 적절한 방법이 있겠습니까?” 대통령이 좌중을 돌아보며 물었다.

 “과거 베트남전과 연계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과거의 일에 대해 사과를 하고, 약간의 배상금과 함께 이민자 쿼터를 부여하는 것이지요. 일 년에 15만 명 정도로요.”

 “베트남전과 연계하면 국내·외적으로 반발이 있을 겁니다. 주전국(主戰國)인 미국이 배상을 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배상을 한다? … 미국이 굉장히 불쾌해 할 겁니다. 간접적으로 그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꼴 아닙니까. 그건 부담이 너무 커요. 국내적으로는 보수단체들이 난리를 칠거예요.”

 “언제 적 얘긴데… 이미 전쟁 참가자들도 대부분 사망한 상태 아닌가요.”

 “그런 논리는 일본 애들 논리와 별로 다르지 않아요. 우리가 매일 역사를 왜곡한다고 열 받아 하면서, 우리가 그러는 꼴 아닙니까. … 이래저래 대놓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에요.”

 “티를 내지 않으려면, 민간기업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민간이요?”

 

 “베트남 노동자들 유입시킨다면…”

 

 “베트남에 진출한 민간 기업들이 회사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영역을 대폭 늘려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베트남 젊은 노동자들을 확보하고, 그 중 우수한 인력을 한국으로 유입시키는 전략입니다. 기업들의 한국어 교육에 드는 비용은 우리 정부가 전부 또는 상당액을 부담합니다. 그리고 한국어 강사진을 정부에서 선별하여 파견하고 그들에게 이민자 평가와 이민청과의 연결 업무를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베트남의 많은 대학에 정부 지원으로 한국어과를 대폭 개설하고 졸업생들에게 한국에서의 취업 기회를 제도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그것 가지고 해결되겠어요? 일 년에 20만 명인데, 베트남에서 15만 이상이 빠져 나오는 문제를 베트남 정부가 용인하겠어요?”

 “그 점이 가장 신경 쓰이는 문제입니다. 베트남 정부에서도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인력 유출에 대해 이미 상당히 민감해져 있는 상황입니다.”

 “카드가 문제예요, 카드가. 그럴듯한 명분이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시각을 달리할 수도 있겠지요.” 반미력(半彌勒) 문화부장관이 운을 뗐다.

 “시각을 달리하다니요?”

 “지금의 시각은 대한민국의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그걸 포기하면 해법은 간단하지요. 작아지는 대한민국에 적응하면 됩니다. 이민 정책으로 규모는 유지되겠지만, 먼저 인구의 30%가 이민자인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인종·종교·문화 갈등을 해결할 사회구성체의 성숙이 뒤따르지 않으면 규모는 국력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분열된 국가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도 이미 노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에서 자신들의 상황을 모를 리 없습니다. 베트남이 대안일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규모를 줄여야죠!”

 

 “작은 덩치에 적응하라.… 규모의 경제가 문제지요. 작아진 내수시장에서 기업과 자영업이 살아남지 못하면 국가도 안정되지 않아요. 국민 대다수가 축소와 퇴행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겁니다. 그리고 … 작은 대한민국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

 묘수는 도출되지 않았다. 설령 묘수가 나왔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천만 명 이상을 이민자로 받아들이는 일에 뒤따를 사회적 反動을 누르는 일에 앞장설 사악한 마스크를 쓰려는 이는 없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정보를 들었더라도 자신에게 돌이 날아온다면 입을 닫을 위인들 아닌가!

 반미력(半彌勒) 장관은 청와대를 나서며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가득했다. 그는 윌러드 게일린의 “악은 메두사의 머리다.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돌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합리화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하늘이 더욱 어두워지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반미력(半彌勒) 장관은 우산을 펼 생각도 하지 않고 조용히 뇌까렸다.

 “시간은 모든 걸 해결해 주기도 하겠지만, 모든 걸 앗아갈 수도 있지…. 데이비드 하비는 `위기는, …모든 종류의 대안이 등장하는 역설과 가능성의 순간이’라고 했다. 지금이 바로 위기가 아닌가! 그런데 우리가 지금 제대로 가능성을 읽고는 있는가?”

천세진<시인>



 천세진님은 눈만 들면 산밖에 보이지 않는 속리산 자락 충북 보은에서 나고자랐습니다. 하여 여전히 산을 동경하고 있는 그는 광주에서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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