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이상 수동 운행 금지에 
택시기사·노인들 연일 농성 

 2035년 3월 국회 앞에서는 택시 기사들과 노인회 회원들이 연일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그 즈음 국회는 한 법안 문제로 갑론을박에 빠져 있었다. 법안의 요지는 70세 이상의 노령 운전자는 의무적으로 자동화 자동차를 구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과 사업주가 원한다면 기사가 없는 무인택시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25년 전인 2010년 구글의 로봇 기술자 세바스찬 스런은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구글이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들’을 개발했다는 발표를 했다. 20년 전인 2015년에는 북미 오토쇼에서 메르체데스 벤츠가 F015라는 자율주행시스템 차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레이저 거리 측정기, 레이더와 수중음파탐색기인 소나송신기, 동작 탐지기, 비디오카메라, 위성위치 확인 시스템(GPS) 수신기 등등을 장착한 자동화 자동차는 당시에는 지나치게 고가였고 실험적이었다.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2030년을 무인차 상용화 시기로 잡았으나 시기는 앞당겨졌고, 2034년에는 자동차 시장에서 자율주행 시스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고 있었다.

 

 자동화 차량 50% 비싸…제조사 로비설

 

 그러나 운전의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나 자동화 자동차의 비교적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여전히 수동 운전차량을 선호하고 있었다. 게다가 주 소비층인 40대 이상에서 수동운전 자동차 소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의 자동차 내수시장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해외시장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았다. 자동차 회사들로서는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법안이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된 것은 고령자가 모는 한 수동 자동차가 일으킨 사고 때문이었다. 80세 가까운 노령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초등학교 근처 인도로 내달리며 아이들 여럿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다. 각종 기록장치들은 노인에게 별다른 문제가 없었음을 증명하고 있었으나,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했다.

 서울의 모처에서 국회 산업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당 중진 의원과 자동차 회사 사장이 자리를 갖고 있었다.

 “이미 사고로 인해 사회적 분위기는 잡혀 있는 상황입니다. 의원님께서 조금만 밀어붙여 주시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잘 좀 부탁드립니다.”

 “이봐요. 박 사장,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도 만만치는 않아요. 그리고 수동 운전 자동차가 어제 오늘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자동화 차량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 박사장 얘기처럼 그렇게 확실한 명분도 못 돼요. 자동화 차량이라고 사고가 안 나는 것도 아니잖소?”

 “물론 사고가 간혹 나지만, 경미한 사고들입니다.”

 “에이, 그건 박 사장이 모르는 소리요. 반대하는 측에서 내 놓은 자료에 인사 사고가 분명히 있지 않소!”

 “의원님, 그 사고들에서 원인이 자동화 시스템에 있다고 확실하게 결론이 난 사고는 한 건도 없습니다.”

 “사건 조사 결과는 그렇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디, 사실만으로 법안 처리가 된 답디까. 정치가 그런 게 아니에요. 게다가 자동화 차량은 가격이 50%가 비싸잖아요. 자동차 제조회사 로비 얘기가 벌써 파다해요. 부담스러운 상황이란 말이오! 거기에 택시기사들 문제는 어쩔 거요?”

 “그러니까 이렇게 의원님께 부탁드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희도 나름대로 손을 써서 이번 사고의 비극적인 면을 좀 더 부각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 부모가 갖고 있는 불안감을 조명하면 분위가 좀 더 달아오를 겁니다. 무인택시는 별건으로 다루면 되시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명분과 분위기를 만드세요. 부담이 덜어져야 의원들을 설득할 것 아닙니까!”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의원님, 조만간 미국 한 번 다녀오시지요.”

 “미국? 아니, 지금 바빠 죽겠는데, 뭔 미국이오.”

 “저희가 미국에 마련해 놓은 것이 있어서…. 한 번 다녀오시지요?”

 “어허 이거 참…. 일정이 되려나 모르겠네….”

 

 여성 운전자 보호 무인택시 도입도

 

 법안 찬성 측에서는 무인택시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범죄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해주고, 노령 운전자가 많아진 상황에서 더 이상의 비극적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자동화가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들은 이미 자동화된 자동차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적지 않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들은 자동화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비행기 사고를 통해 사안을 설명했다.

 2013년 1월 4일, 미국연방항공국은 항공사들에게 “항공사들은 적절한 때에 (조종사들에게) 수동 비행을 홍보할 것을 권장한다”라는 안내문을 전송한다. 2013년은 자동운항을 한지도 많은 세월이 흐른 뒤였다. 그런데도 이런 조치가 취해진 것은 여러 사고들에서 자동운항에 익숙해진 조종사들이, 비상시에 수동 운항으로 사고를 일으킨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로도 20여 년 동안 조종사들의 수동 운항으로 발생한 사고는 계속 이어졌다. 드론 또한 무수한 사고를 일으키고 있었다. 반대하는 측은 위와 같은 사례를 들어, 자동화가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비행기의 경우가 자동차 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범죄 예방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비상시에 대한 대비는 무인택시가 더욱 문제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내놓았다.

 국회 밖의,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 전국의 택시 기사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각종 이익단체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그들과 연계되며 논란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OO일보 반미력(半彌勒) 산업부장은 후배기자들도 모두 퇴근한 시간에 홀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는 무인택시 도입과 70세 이상의 노령 운전자의 자동화 자동차 의무 구매 법안에 대한 글을 준비 중이었다. 솔직히 어느 한 쪽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책상에는 전남도에서 보내온 홍보자료가 놓여있었다. 오랫동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적자로 일관해 온 전남 영암의 F1 경기장을 수동으로 자동차를 몰 수 있는 새로운 사업아이템으로 성공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앞으로 모든 차가 자동화 되면, 직접 운전하는 즐거움을 찾는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반미력(半彌勒) 부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툭 던졌다.

 “그래, 그런 사업도 가능하겠지. 하여튼, 위인들 하는 짓들이라곤….”

 

 “범죄 예방 도움되도 비상시 큰 문제”

 

 반미력(半彌勒) 부장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들이 정리 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지금, 자동차 하나를 두고 법적·윤리적·문화적 장애물을 뛰어 넘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반 부장은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다. 앞으로 자신의 자동차에서 승객처럼 앉아있는 것, 그것이 과연 편안할 것인지. 최근 미국에서 선을 보인 가상섹스 프로그램도 떠올랐다.

 반 부장은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다. 사고가 나서 씩씩거리며 상대를 찾았더니, 자동화 자동차인 상대차 소유주가 자동차를 가리키며, “난 모르는 일이에요. 얘가 운전했어요.” 이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반 부장은 혼자 키득거렸다.

 루이스 멈퍼드(문명비평가)가 1930년대에 `자동차’에 대하여 “인간 신체의 기계적 또는 감각적 능력을 확장하는 동시에, 삶의 과정을 측정할 수 있는 질서와 규칙으로 환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지? 아마 그 양반 지금까지 사셨으면 자기가 한 말을 당장 취소했을 걸!

 어둠이 더 깊어지고 있었다. 여전히 수동 자동차를 고수하고 있는 반부장이지만, 솔직히 이렇게 피곤할 때는 자동화 자동차가 아쉽기는 했다.

천세진 <시인>



 천세진님은 눈만 들면 산밖에 보이지 않는 속리산 자락 충북 보은에서 나고자랐습니다. 하여 여전히 산을 동경하고 있는 그는 광주에서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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