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국채 풀어 큰 타격
`경제전쟁’에 주변국 눈치게임

 “중국의 제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2035년 봄이 저물어 갈 즈음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반미력(半彌勒) 재정경제부 장관과 국방장관과 마주 앉아 있었다.

 “미국은 2인자를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중국이 내민 카드는 주변부터 우군으로 만들자는 전략인 듯한데, 쉽게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35년 봄이 다 가기 전, 중국은 전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발표를 하게 된다. 중국은 주변국들과 더 이상의 힘겨루기를 지양하고 한국과는 이어도 지역의 원유를 공동 개발하기로, 남사군도 주변의 지역에서는 베트남· 필리핀 등과 공동 개발하여 50대 50으로 자원을 배분하여 갖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이 지역들은 계속된 힘겨루기 속에 무진장의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 발굴이 지연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중국은 전면에 평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경제와 영유권분쟁을 분리시키자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개발비는 전적으로 중국 측이 전액 부담하겠다는 발표도 들어있었다. 한국, 베트남, 필리핀 어느 나라 하나 불만족스러운 조건이 아니었다. 어차피 중국과의 대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역도 아니었고, 설령 얻는다 하더라도 두고두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불편한 요인으로 작용할 요소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본과 오랫동안 분쟁을 벌여온 ‘조어도-센카쿠열도’는 제외되어 있었다.

 

 ▶중국, 주변국 우군화 전략 본격화

 

 2034년 말부터 아시아는 혼돈에 빠져든 상태였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본격화 됐다. 1997년과 1998년 아시아는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다. 국제금융자본은 거품 전쟁을 일으켜 태국, 홍콩, 베트남을 집어 삼키고, 마지막에는 경제규모가 제법 컸던 한국까지 집어 삼켰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중국은 무사했다. 그때까지 중국은 국제금융계에 본격적으로 편입되지 않은 탓이었다.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싸움은 1998년의 아시아 상황과는 달랐다. 그때는 주연이 국제투기자본이었지만, 이번에는 주연이 달랐다. 미국은 1985년 일본을 무릎 꿇린 것과 같은 양상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었다. 1985년 이전 승승장구하던 일본은 곧 미국 경제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바로 그 즈음 국제 핫머니가 일본의 부동산과 주식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일본의 자금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미쓰비시는 록펠러센터를 사들였고, 소니는 할리우드 컬럼비아 픽처스를 인수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 후 20년 동안의 내리막길이었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전략이었다.

 중국은 미국이 일본을 충직한 행동대장 이상의 자리를 갖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던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핫머니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중국은 전쟁의 양상을 미국이 상상하기 싫었던 방향으로 끌고 갔다. 중국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미국의 어마어마한 국채를 시장에 쏟아놓기 시작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아시아의 작은 나라들에서 파열음과 신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일본은 미국의 충직한 행동대장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한지만 한국은 심각한 고통을 당하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2035년 연초의 겨울과 봄이 흘러가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런 가운데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가진 중국의 발표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을 따르자니, 중국을 무시하자니…

 

 반미력(半彌勒) 장관이 다시 입을 떼었다.

 “지금의 중국은 1985년 9월 미국이 독일, 프랑스, 영국과 손을 잡고 무릎 꿇린 그 일본이 아닙니다. 독일, 프랑스, 영국도 중국이 당시의 일본과 같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일전(一戰)에서 미국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의 모습을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겁니다. 설령 미국이 이긴다고 하더라도 과거 일본을 상대로 거둔 완승이 아닐 겁니다. 상대는 중국입니다.”

 “이보우, 반장관, 그럼 대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안을 받아들이자니, 미국이 눈에 선하고, 받아들이지 않자니 중국이 눈에 선하고….”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지요.”

 “옛날 AIIB 일 기억 안 납니까? 그때 사드하고 맞물려 주춤거리다가 양쪽으로부터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하지 않았소?”

 “그때는 단순했습니다. 중국과 미국이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은 작심하고 맞붙은 상황입니다. 미국은 중국이 어느 정도 버티다가 미국 국채 매도를 중단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도 이미 경제적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독일, 프랑스, 영국도 심각한 지경에 빠져 있습니다. 이러다간 국제 경제계가 공멸할 수도 있지만, 시작은 미국이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손을 빼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이 물러서기에는 너무 세게 맞붙은 상황입니다.”

 “군사적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대통령은 국방장관에게 말머리를 돌렸다.

 “군사적으로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중국은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전군이 가장 높은 등급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일본, 북한의 움직임도 심각합니다. 자짓하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는 동북아 지역의 갖고 있는 전력이 너무 치명적입니다. 미국도 군사적 충돌은 원치 않을 겁니다. 미국 본토도 무사하지 않을 테니까요…. 결국 경제전쟁의 연장선에서 마무리 지어질 공산이 큽니다.”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만일의 사태를 예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저희 군의 입장입니다.”

 “그래요, 그래야지요. 터진다 해도, 우린 쉽게 움직이지 못하겠지만….”

 

 ▶미국·중국 협상장에 앉긴했으나

 

 중국의 제안은, 패권이 아닌 공생의 카드로 동남아시아 주요국과 한국을 중국의 우호적 세력권 안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다. 미국과 있을 오해도 불식시킬 수 있는 절호의 카드였다. 자원개발을 가지고 미국이 몽니를 부리는 것은 명분이 취약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고 볼 수도 있었다.

 미국과 일본의 정가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빠져들었다. 눈에 뻔히 보이는 전략이었다. 동남아시아-동북아시아 전역을 중국의 우호세력권 안에 두겠다는 전략인데, 이 전략을 무효화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쉽지 않았다. 분쟁지역에서 나올 자원은 엄청났고, 중국은 상대국가에서 소화하고 남은 양을 수입해주겠다는 카드도 내놓았다.

 이대로라면 일본은 서쪽이 완전히 가로막히게 되는 형국이었다. 미국 입장에서도 필리핀의 수빅만 기지가 가동은 되겠지만, 유사시 필리핀 정부로부터 흡족할만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필리핀 입장에서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이 원하는 카드를 손에 쥘 형국이 된 것이다.

 그러는 사이 국제 금융계는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있었다. 이대로 몇 달이 더 흐르고 나면, 지구촌의 양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무너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제 경제가 심각한 국면에 이를 것이었다. 세계 각국이 양국의 화해를 종용하기 시작했다.

 청와대에서의 회의가 있은 얼마 후, 각국의 압박에 못 이겨 중국과 미국이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협상은 꽤나 오래 걸렸다.

 청와대에 모여 TV를 통해 일차 협상 결과가 나오기를 지켜보고 있던 대통령과 장관들에 눈에 굳은 표정의 양국 대표들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통령이 조용히 뇌까렸다.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겠군…. 주변의 작은 나라들이 여럿 죽어 나간 뒤에 끝날지도 모르지….”

천세진<시인>



 천세진님은 눈만 들면 산밖에 보이지 않는 속리산 자락 충북 보은에서 나고자랐습니다. 하여 여전히 산을 동경하고 있는 그는 광주에서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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