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년 까지 사망자 계속 늘어
25년 이상 보장되는 장례사업

 “뭐? 장례사업을 하자고? 전망이 좋다고는 하는데, 죽은 사람을 두고 전망 운운하자니 좀 거시기하네… 그래, 전망이 어떻게 좋은데? 그리고 산은 왜?”

 “허허, 이 친구 참! 돈 버는데 별 걸 다 따지네. 전망? 무지 좋지! 장례사업은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활황인 사업이야. 2060년까지는 사망자가 늘어나는 구조니까. 그때까지는 25년 동안 이익이 확실하게 보장된 사업이지. 그동안 장례식장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전망이 장밋빛이라고. 그런데 우리는 방향을 달리해보자는 거지. 문제는 장례식장이 아니라 장지야, 장지 땅이 없다고.”

 “지금 국회에서 과거와 같이 봉분을 만드는 형태의 매장을 원천 금지하는 법안을 심의하고 있어. 납골당이 더 나을 걸!”

 “쉽게 생각하면 그런데,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그다지 높지 않은 표고에 계곡 물도 흐르고 하는 기가 막힌 전경을 갖고 있는 산만 손에 넣으면 VIP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목장 장소로는 딱이야! 수목장은 법적으로도 장려하고 있다고!”

 “그거 말 되네! 그런데, 이미 수목장이 전국에 널렸잖아?”

 “에이, 그런 평범한 것 말고. 좀 력셔리 한 거. 아니, 시쳇말로 이름깨나 날리던 위인들이 범생이들하고 같이 묻히는 것을 좋아하겠어? 죽어서도 급이 있는 데를 찾는 인간들이 널려 있다고. 그리고 그런 망자의 자녀들도 지들 체면을 따진다고! 아무나 못 들어가고 지들만 들어가는 그런 곳을 만들면 돈 생각 안하고 들어오게 돼 있다니까! 그리고 묻고 나서도 관리비로 매년 꼬박꼬박 챙길 수 있는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이라니까!”

 “그것도 말 되네!”

 “아무튼 자네는 아무거나 말이 돼! 귀가 팔랑 귀야!”

 “그것도 말 되네!”

 “으이그, 웃자 웃어… 아무튼 생각해 보고, 자네 내려간 동네에서 주변에 땅 좀 알아보고, 사람도 좀 만나보고 하라고.”

 

 죽어서도 급 따지는 이들의 수목장

 

 오랜 직장 생활을 끝내고 풍광 좋기로 소문난 전북 장수의 한 시골에 내려와 노후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던 반미력(半彌勒)은 친구를 만나고 온 뒤에 이런 저런 생각에 빠졌다. VIP들을 대상으로 한 수목장 사업이라…. 이곳 장수 같은 조용하고 뛰어난 환경이라면 말이 된다고 여겨졌다. 인근 주민들의 반대도 있겠지만, 설득의 여지도 충분하다고 생각됐다. 반미력(半彌勒)은 이런 저런 자료를 살펴보았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15년 대략 31만 명 정도가 사망을 했다. 그 수가 점차 늘어나 2025년 40만 명을 돌파했고, 2035년에는 51만 명 정도가 사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지난 20년 사이 사망자 수가 20만 명이 늘어났으니 한 해에 1만 명 정도가 늘어난 폭이다. 앞으로 20년 뒤까지도 사망자는 계속해서 해마다 1만 명 이상씩 늘어난다고 통계치는 말해주고 있었다.

 한 장례식장에서 매일 세 건씩 장례를 치른다 해도 1년이면 천 명, 쉽게 계산해도 늘어나는 사망자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매년 천 명씩 장례를 처리하는 장례식장이 전국적으로 10개 늘어나야 한다. 게다가 앞으로 10년 뒤인 2045년에는 사망자 수가 65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었다. 앞으로 10년 뒤까지 전국적으로 150개의 장례식장이 더 필요한 셈이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20년 뒤인 2055년에는 사망자 추정치가 75만 명에 달한다. 그때까지 장례식장은 250개가 더 필요하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지만, 그동안에도 사망자의 증가는 여러 문제를 낳았다. 장례식장 뿐만이 아니었다. 그 중 하나가 장지 문제였다. 봉분을 만드는 매장 풍습이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시골의 마을 주변의 산이 점차 봉분으로 메워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국회에서는 법으로 봉분을 만드는 매장 방식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것이었다. 이미 사회적 분위기도 법안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친구가 제안한 수목장 장지 또한 그 사이 많아졌다. 다만 친구가 착안한 방식은 일종의 틈새시장이라 할 수 있었다. VIP만 모신다면 관리가 뒤따르는 것이고, 관리를 명목으로 받는 비용을 통해 이익이 확보되리라는 친구의 말도 큰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니까, VIP, 쉽게 말하면 재력이 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고급 수목장을 우리 군에 만들어 보자는 것이지요?”

 “그렇지요, 군수님.”

 “아시겠지만, 시골 분들은 수목장이 됐든 뭣이 됐든 연고가 없는 망자가 자신들의 탯자리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좋아들 안 하거든요. 반대가 심할 겁니다.”

 “잘 알지요. 자신들이 사는 공간에 망자의 혼이 득시글거리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기다가 낯선 혼이고, 가뜩이나 시골에 사람도 없는데요. 그래서…, 수목장 주변 주민들에게 이득이 생기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사망자 한해 1만 명씩 늘어나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이를테면 우선적으로는 관리 직원으로 주변 주민들을 채용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고요. 다른 방안들도 고민을 해야겠지요. 그리고 찾아오는 분들이 돈을 쓸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것도 연구를 해 볼 생각입니다.”

 “그러면야 좋지요. 좌우간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을 당근이 있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주민들의 반감을 줄이려면 이 고장 출신의 재력가들을 먼저 유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아무튼 들어보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챙겨보세요.”

 “알겠습니다, 군수님. 도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이고, 그동안 우리 군을 위해 봉사도 많이 하시고, 선거 때 제 일도 많이 도와주셨는데요. 뭘….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자꾸 인구가 줄어서 걱정인데, 뭐라도 자꾸 사업을 벌려봐야지요.”

 “장지를 찾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쉬다 가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군 살림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군수님.”

 “그럼 그런 방안들까지 꼼꼼하게 부탁 좀 드립니다. 노령화는 점점 심해지고, 젊은이들은 아예 보이지가 않고, 살아있는 장지(葬地) 같아요. 활력이 없다니까요…”

 반미력(半彌勒)은 군수를 만나고 오는 길에 점찍어 두었던 야트막한 산의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산자락 아랫마을은 최근에 폐가가 2개 더 늘어 을씨년스럽게 변해있었다. 멀리서 이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마을 이장이 반미력(半彌勒)의 연락을 받고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도 이미 나이가 60을 넘어선 이였다. 유독 이 마을은 모두가 60대 이상의 사람들만 살고 있었다. 그 흔한 외국인 며느리를 맞은 집조차 없는 동네였다. 반미력(半彌勒)은 차에서 내려 이장을 향해 걸음을 떼면서, 마을 전체가 기운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지….” 반미력(半彌勒)은 마을이장이 내민 손을 반갑게 잡았다.

천세진<시인>



 천세진님은 눈만 들면 산밖에 보이지 않는 속리산 자락 충북 보은에서 나고자랐습니다. 하여 여전히 산을 동경하고 있는 그는 광주에서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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