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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산책]부산 서동시장 마을 통째로 박물관
전고필
기사 게재일 : 2015-06-10 06:00:00

 5월말 부산의 금정구 서동시장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를 서울에서 치르다 처음으로 지역으로 내려가면서 현장 예술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한 탓이다. 사전에 몇 번 들리면서 미로와 같은 시장을 구석구석 다녀봤다.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작년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시장은 활기가 있었다. 아마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지 않았더라도 그랬을 것이다. 하여튼 예술가를 좌장으로 한 팀들이 꾸려져 열심히 창작활동과 상인 지원활동을 하는 곳에 광주 사람이 들어서는 것이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그 팀들과 협업을 하며 상인분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문화적 요소를 발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마당을 만드는 것이 주 업무였다. 그래 광주에서 시장현장조사 요원 3명을 꾸리고, 부산에서도 2명을 꾸려 상인분들의 인터뷰를 부탁했다.

 

 ▶상인 70여 명, 아름답고 숭고한 삶

 

 일주일에 걸친 상인 면담을 통해 70여분 삶을 들여다보았다. 모두들 아름답고 숭고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맨손으로 들어온 본, 가업을 승계 받아 부모님의 이름으로 운영하시는 분, 간판에 떡 하니 아들의 이름을 걸고 오로지 신용하나로 30여년을 살아오신 분, 타관에서 온지라 말벗을 구하기 어려워 라디오를 친구처럼 여기고 장사해 온 분 등등. 그런 분들에게 장사를 하시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연장을 주시라고 했다. 그 연장은 도구이기도 하지만, 그분들과 가족의 삶을 연장해주는 소중한 생명줄이기도 했다. 한분 한분의 소중한 것을 모으고 그분의 말씀을 담아 어록과 연장 전시를 생각했던 것이다. 20여 분은 기꺼이 애지중지하는 도구들을 주셨다. 그리고 10여 분은 당일 날 가져다 전시하고 가져오라고 하셨다. “이 라디오가 40년 된 라디오여. 내 친구나 다름 없으니께” 광주에서 오셔 라디오를 벗하신 어머님의 말씀이 라디오와 함께 걸리고, 우리 동네 순이네 어머니는 “힘들 때마다 그래도 이 주물팬이 괜찮다며 용기를 줬어요”라며 살포시 웃는 모습이 걸리고, 하림생닭 어머니는 “이 칼을 이빨이 다 빠질 정도로 썼다”는 무거운 칼도 걸렸다. 그야말로 Knife is Life 라 할 만했다. 제일수선 집의 보물은 미싱이었다.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이 지역에서는 바짓단을 수선하는 미싱이 보였다. 옷걸이 나무대가 맨들맨들한 것이 마치 기름칠을 한 듯 보였다. 옷 집게 역할을 하는 나무대가 춤출 때 너무나 기뻤는데 이제는 별로 쓸 일이 없어 안타깝다는 말씀에 목이 메셨던 분의 그 나무대도 걸렸다. 이 간판으로 20년 동안 한 번도 쉰 적 없이 살아오셨다는 죽 집 어머니는 이제는 나를 좀 돌보면서 사시겠다며 간판 사진을 찍게 해 주셨다.

 돌아보면 우리의 소소한 일상 모두가 역사인데, 왜 우리는 저 서울 땅에서 이뤄지거나 뉴스에 나오는 것만 집중을 하고 분노를 삭이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것인지 돌이키게 한다.

 거친 장사의 세계에서도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고 그 영혼과 교감하며 좁은 가게에서 하루를 한주를 사십 여 년을 동고동락 해 오신 분들. 이분들의 삶이야말로 진정한 생애사의 박물관과 같았다.

 

 ▶상인들의 ‘생명의 연장’ 전

 

 애써 으리으리한 박물관에서 구할 것 없이 한 분 한 분이 소중히 여기는 정령 앞에 깊게 들여 볼 것이고, 들어 볼 것이었다. 이렇게 상인과 말을 걸고 물건에 가치와 문화적 공감대를 갖는 “생명의 연장” 전시는 준비되었다. 전시 개막식,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님과 금정구 구청장님이 오셔서 함께 공감하고 기뻐하신다. 개막을 축하하러 온 담양의 박문종 작가는 농경도 퍼포먼스로 부산에 예술의 모내기를 하였다. 도합 3주간의 부산에 대한 고민과 궁리와 실행은 참 많은 생각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지금 여기가 우리 사는 모습이야 말로 가장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고 박물관이며, 철학의 발상지라는 것에 확신을 한 성과였다.

 각양각색의 문화사업들이 혹은 재생사업, 개조, 혁신사업 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 가운데 정말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 그것은 다름 아닌 사는 분들의 이야기 안에 경륜과 미래비전이 확실하게 있다는 사실, 해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사실의 실천인 것 아닐까. 누군가 나서서 마을 통째로 박물관 하나 조심스레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 가득하다.

전고필



`전고필’ 님은 항상 `길 위에’ 있습니다. 평생 떠돌며 살고자 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관광의 핵심은 `관계’를 볼 수 있는 눈입니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읽어내는 눈. 그것들을 찾아 평생 떠돌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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