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이 보이는 언덕배기에 이르니 모퉁이를 감싸 안은 붉은 시트지가 눈에 띄었다. 사거리의 사방에는 차량들이 줄지어 있고, 앞마당이 있는 교회가 보인다. 바지 뒷주머니에 목장갑을 빼꼼 내밀고 있는 사내들이 트럭위에 종이컵을 올려놓고, 담배를 물고 있다. 이쑤시개를 입에 문 사내는 얼굴이 바싹 상기되어 있다.

 건강식당, 육신과 정신이 튼실해지는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식사를 마친 한 무리들이 자리를 떠서인지 식당 내부는 단출했다. 주방 안 의자에는 키가 작고 아담한 할메가 앉아 있다. 뭐라 중얼거리는데, 딸이나 조카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위생비닐이 깔려져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얼굴이 희고, 키가 훤칠한 사내가 섞어 버무린 콩나물과 시뻘건 배추김치와 붉은 깍두기, 그리고 붉게 물든 된장을 진열한다. 반반하고 약삭빠르게 생긴 고추 세 개와 매운 맛이 풍기는 서리 같은 양파를 내려놓는다. 밑반찬 차림새가 빼도 박도 못하게 안성맞춤이다. 깔깔한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 약주 한 잔을 가뿐히 넘겼다. 알싸한 맛으로 혀끝이 움직거리고 목구멍이 벌벌거렸다.

 번철 같기도 한 둥글고 투실투실한 전립골이 나왔다. 토실토실하고 꼬들꼬들한 것이 희끄무레한 대파 속에, 무너져 내린 양파 속에 아등거렸다. 불길이 타오르자 야단스럽게 복작대기 시작한다. 숟가락을 가장자리에 살짝 얹혀 어르는 소리를 달래본다. 순전한 국물 맛이다. 분출하며 고개를 내민 둥글납작하고 물렁물렁한 것을 입속으로 넣었다. 움쑥움쑥하며 씹히는 맛이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잇몸으로 대충 씹어 넘겨도 될 것 같다. 접시에 밥을 덜고 국물에 말아먹고, 한 잔 술에 꼬숩디 꼬순 곱창을 뭉텅하고 씹었다. 고추에 된장을 발라 싹둑 베물고, 다시 불타오르는 붉은 바다 속으로 숟가락을 담갔다. 그리고 뺐다.

 육신이 바닥에 달라붙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끄응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붉게 물든 건강한 얼굴이 되었다. 떨어지는 땀방울을 훔쳤다.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박고, 종이컵을 들고,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나왔다.

▶ 차림 : 돼지곱창전골 대(26,000원) 중(20,000원), 소(14,000원) 각 공기밥 포함

▶ 주소 : 광주 광산구 사암로 92번길 13(우산동 1614-9)

▶연락처 : 062)942-6286

장원익(남도향토음식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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