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쑥움쑥 씹히는 고기·와삭와삭 푸성귀

 광주 서구 양동복개상가 2층, 나2동 끄트머리. 계단 입구에 허름한 입간판이 벽을 기대고 있다. 허연 모시옷에 챙이 둥근 모자를 쓴 사람이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하얀색 의자 커버들이 듬성듬성 장승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옷장과 옷걸이, 가방이 보이는 좌식 테이블에는 알록달록 나들이옷에 뽀글뽀글 머리를 한 할머니들이 앉아있다.

 “7남매에 고것이 막둥이여, 인자 장가도 보내 불고, 한 시름 덜었제, 야야, 근디 니는 요새 통 얼굴 잊자불게 생겼써야. 어쩌꼬롬 오랜만이다냐.”

 커다란 양은 쟁반위에 싱싱한 밑반찬이 풍성하다. 열무김치, 오이김치, 배추김치, 시금치, 미나리, 파김치, 콩나물, 겉절이, 쌈장과 고추·마늘, 그리고 뚜껑에 문양이 새겨진 자그마한 스뎅밥그릇까지. 붉고 묽은 고기와 육수, 야채와 면사리가 불판에 놓인다.

 “36년 됐소. 시장 안에서 아동복을 팔다가 1980년 이듬해에 1000원 백반집을 시작혔지. 처음에는 밥 한 그릇도 배달하고, 그야말로 억척이었지. 5·18때? 주먹밥깨나 날랐서. 반찬은 없어, 그냥 밥을 찧어 소금물에 간을 혀서 김에 싸는 거지. 양동이에 담아 물이랑 갔다 줬어. 당시 사람들은 아주 신사적으로 양심적으로 행동했지. 중간에 육개장, 곰탕, 설렁탕을 내다가 지금은 불고기 백반 위주로 하요. 아침장사는 안 혀. 오전 10시30분까지는 그날그날 야채와 밑반찬을 준비하고 11시까지는 밥을 해놓지.”

 “동상, 요만큼 오소. 반백에 쭈글탱이가 다 됐네. 뭔 재미로 산다냐? 쇼핑도 하고 집구석에 쳐 박혀 있지 말고, 자주 얼굴 비고 맛난 것도 먹세 그려.”

 희끗한 배추속살에 고추와 마늘을 얹고, 쭈글쭈글해진 소고기를 한입 올려 입속으로 가져간다. 와삭거리는 푸성귀의 발자취, 움쑥움쑥 씹히는 고기의 세월, 가지가지 인연과 사연들로 얽혀 있을 법한 식당의 두루두루 정경들은 36년 전으로 역류한다. 그날, 광주천을 거슬러 월산동 발밑에서 허겁지겁 라면 국물을 넘기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닭전머리 골목 어디에선가 술잔을 기울였던 흔적들은 오로지 모정의 보살핌으로 치유됐던 시간들이었다. 올곧은 한 길을 걸어온 영창식당은 엄니에서 할매가 된 식당주인과 딸내미에서 엄마가 된 딸이 다시 어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되는 시간 속으로 고기를 저미고, 야채를 다듬으며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 차림 : 불고기 백반 6000원(2인이상 주문가능), 삼겹살 9000원, 돼지주물럭 9000원

▶ 주소 : 광주 서구 천변좌로 224-1(양동 441)/양동복개쇼핑센터 2층 나2동

▶ 연락처 : 062)365-1372

글·사진 : 장원익(남도향토음식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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