쨈같이 달콤한 쥐엄떡 주렁주렁
씨앗 하나 무게 0.2g 일정…저울로 쓰여

▲ 광산구 동곡동 동곡초등학교 후문 옆에서 자라는 주엽나무. 주변환경이 좋지 않아 생육환경이 점점나빠지고 있다. 후문 앞이 침산(砧山)마을이다.

 지난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올해도 정부는 금년 100세가 되신 1359명(남 199명·여 1160명)의 어르신에게 어른의 권위(權威)의 상징인 청려장(靑藜杖)을 전해드렸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풍요롭고 행복한 것은, 자신들이 살아온 삶의 지혜를 고스란히 후손들에게 물려주시는 어르신 분들의 덕(德)인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수백년의 세월을 지켜봐온 노거수(老巨樹)가 지역의 인재를 성장시키고, 마을의 민속과 문화를 번성시킨 장본인이다.

 광산구 동곡 하산동 침산(砧山)마을에는 1932년 2월 개교한 동곡초등학교가 있고, 마을과 연결된 후문 옆에는 길이 20cm가 넘는, 가시를 잔뜩 달고 있는 험상궂지만 달콤한 열매가 일품인 아름드리 주엽나무(콩과:Gleditsia japonica var. koraiensis Gleditsia) 한 그루가 1894년 동학농민군들을 기억하면서 자라고 있다. 수령은 약 150년 정도(흉고 330m, 수고 13m)로 일부 지방에서는 쥐엄나무라고도 부른다.

 쥐엄이란 쥐엄떡(인절미를 송편처럼 빚고 팥소를 넣어 콩가루를 묻힌 떡)에서 유래된 말인데, 열매가 완전히 익은 내피 속에는 끈끈한 쨈 같은 것이 있어서 먹으면 달콤한 맛이 나므로 쥐엄떡과 비교돼 이런 이름이 생긴 것 같다.

 

보석 무게 단위 ‘캐럿’이 유래한 나무

 주엽나무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잘 자라는 잎 떨어지는 큰키나무로 줄기와 가지에 예리한 가시가 있다. 이 가시는 한약재로 쓰고 있으며, 섬유질이 많아 손으로는 꺾을 수 없어 전정가위로 잘라야만 한다.

 주엽나무는 주변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더 많은 가시가 나오지만, 생육환경이 좋은 곳에서는 가시의 흔적만 나타난다. 잎은 아카시나무 잎 모양이며, 꽃은 6월에 황록색으로 피고, 열매는 10월에 길이 20cm 이상, 너비 2∼3cm의 비틀어진 큰 꼬투리 모양의 열매를 맺고, 약재로도 쓰인다.

 주엽나무 씨앗 하나의 무게는 0.2g으로 일정해서 예전에는 무게를 다는 저울추로 사용되기도 했다. 출애굽기 30:13절에 ‘한 세겔은 이십 게라라’ 하였는데, 1게라는 0.2g으로 주엽나무 열매 속에 있는 씨앗 한 알의 무게다. 그뿐 아니라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석의 무게 단위가 캐럿(Carat)이고, 1캐럿의 무게가 0.2g인 것은 이 씨앗이 무게 기준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894년 2월 널리 백성을 구제하고, 외세로부터 나라를 보호하여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기했던 동학농민군이 이곳 침선마을에 모여들었다. 백성이 진정한 주인이 되어 차별 없이 살 수 있도록 집강소(執綱所)를 전라도 군·현에 설치하려했으나, 지방토호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던 당시다. 운봉과 나주에 집강소를 설치하기 위해 전봉준은 비무장 수하 10여 명과 함께 나주목사 민종렬에게 투항을 권유했으나 거부당했다. 이렇게 나주성 공격에 실패하자 10월과 11월, 1만의 동학농민군과 당시 34세로 지략과 포용력을 갖춘 대접주 손화중(孫華仲) 부대가 나주성을 재차 공략하지만 남산전투에서 대패하고 만다. 결국 나주 동쪽에서 20리쯤 떨어진 광산구 침산(砧山), 선암(仙巖), 서구 덕산, 북쪽 용진산(龍珍山) 일대에 진을 치고 반격을 준비했으나, 최신 무기와 대포를 동원한 정석진 선봉장에게 대패한 것이다. 나주성 공격에 실패한 농민군들이 늦가을에 이곳 침산으로 모여들 때, 그리고 며칠 후 농민군을 토벌하는 관군이 침산을 기습할 때도 이 주엽나무는 배고픈 농민군들에게 자신의 열매 속에 들어있는 맛있는 쥐엄떡을 제공했을 것이다.

 

광주시 보호수 지정 왜 미루나?

 이 모든 광경들을 자신의 나이테 속에 세세하게 기록해놓고 후손들에게 그 기억을 전해주려하지만, 뿌리 주변에 포장된 콘크리트에 호흡이 방해받고, 배수 처리도 불량해 생육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광주광역시 관내 노거수 중 주엽나무는 한 그루뿐이고 산림청의 보호수 지정 규정이 다 충족됐음에도 보호수 지정을 미루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김세진 <광주생명의숲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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