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패니메이션의 미래를 열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강국이다. 한국과 비교해 보면 이는 명확해 진다. 일본은 역대 최고 흥행작이 애니메이션인 반면, 한국은 이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밝히자면, 일본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인 것이다.

 이 두 영화를 만든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다. 한데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영화들 이후 하향세가 뚜렷하다. 이에 재패니메이션 팬들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대체할 만한 감독은 어디 없나 하고 두리번거렸고, 이때 두각을 나타낸 감독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신카이 마코토다.

 신카이 마코토는 전작들인 ‘초속5센티미터’(2007)나 ‘언어의 정원’(2013) 등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더니, 드디어 ‘너의 이름은.’으로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리에 등극한 것이다.

 일본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제치고 관객 동원 2위 자리에 오른 것이 입증하듯이, ‘너의 이름은.’은 여러 모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작품이다. 우선 주목할 수 있는 것은 관객들에게 숨쉴 틈을 주지 않는 전개다. 이 영화는 분명 관객들을 장악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적재적소에 배치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과 작화(作畵)의 조화 역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여기에다 2D애니메이션이 전해줄 수 있는 최상의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전체적으로 압도적인 영상미와 스케일을 확인할 수 있고, 도시를 그려낸 작화는 실사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이다. 그러니까 ‘너의 이름은.’은 셀 애니메이션이 발휘할 수 있는 기술력의 최대치를 선사한다.

 ‘너의 이름은.’은 펼쳐내고 있는 이야기에 있어서도 관객들을 충분히 매료시킨다. 크게 보아 이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데, 전반부가 사춘기 감성을 자극하는 하이틴 로맨스라면, 후반부는 자연재해에 위협당하는 재난영화라고 할 수 있다.

 전반부의 이야기는 지극히 만화적이다. 그것은 남녀의 몸이 바뀌는 것을 소재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는 성이 바뀌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에피소드를 나열하며 웃음을 만들어낸다. 기존의 이런 류의 이야기와 이 영화가 다른 점은, 자고 일어나면 기억하기 힘든 꿈의 특성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미츠하와 타키는 반복되는 꿈을 꾸긴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꾸었던 꿈의 내용이 달아나 버리기에, 그 틈에서 재미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남긴 메모를 통해 상대방을 알아가게 되고, 서로의 뒤바뀐 영혼이 이어져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이 영화는 바로 이 대목에 힘을 싣는다.

 신사의 무녀인 미츠하의 할머니는 ‘무스비(結び)’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발설한다. 이 단어는 우리나라 말로 ‘이어짐’, ‘매듭’ 등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무스비는 사람은 어떻게든 연결돼있음을 뜻한다. 이 때문에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은 끊임없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 재난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서로 이어져 있는 두 사람이 불가항력의 이유로 이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혜성은 산골 마을을 덮친다.

 이렇게 이 영화가 재난영화로 선회한 이유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그렇다. 이 자연재해는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지시한다. 그러니까 신카이 마코토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두 소년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대지진으로 피치 못하게 이별한 고인들 역시 우리들과 연결되어 있었던 사람들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게 신카이 마코토는, 천재지변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재패니메이션의 미래를 연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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