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와 김기춘의 그림자

 올해는 대한민국에게 중요한 한 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점을 찍은 구체제의 악습을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제의 악습을 청산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꽤나 오래된 자본과 정치의 유착을 뿌리 뽑고, 이를 모른 채 눈감아 주는 언론과 법조계의 결탁을 바로 잡는 것도 그 하나가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박근혜에게 수백억을 주고 수 조원을 챙긴 이재용의 영장이 기각되는 꼴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개혁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정치와 재벌 그리고 언론과 검찰 등을 들 수 있는데, ‘더 킹’은 바로 비리 검찰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겨냥한다.

 그러니까 영화 속 한강식(정우성)은 검사 신분으로 획득한 정보력과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이 필요한 ‘때’에 이를 이용하여 권력을 키우는 인물이다. 영화는 그와 한 배를 탄 박태수(조인성)가 해설자가 되어,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정·재계의 비리가 은폐되고 폭로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전직 대통령들을 연대순으로 호출한 뒤 진짜 왕은 검사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검사는, 정의를 위해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권력을 탐하는 영화 속 검사들은 정보를 가공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나쁜 놈들인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검사들은 성실하게 자신의 맡은바 임무를 다하고 있지만 일부 몰지각한 검사들이 문제임을 이 영화는 빠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분별력과 상식이 없는 법조인은 누구인가. 국가의 일을 제멋대로 가지고 논 국정농단의 주범인 김기춘과 우병우를 떠올릴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이유로 이 영화의 주요 인물인 한강식과 박태수에게서 김기춘과 우병우가 연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한재림 감독이 썩어빠진 검찰들을 영화적으로 고발코자 한 것은, 이들의 악의적인 악행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바로 노무현이다. 그러니까 정치검찰로 상징되는 부패권력과 싸우다 희생당한 사람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이 영화는 ‘노무현’을 호출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더 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부터 탄핵 그리고 서거 장면을 꽤나 비중 있게 배치한다. 특히, 노무현이 검찰수사를 받을 당시 창문에서 비열한 웃음을 흘리던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의 모습이 연상되도록 연출한 것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당시 박근혜의 웃고 있는 얼굴이 스크린에 펼쳐지도록 한 것은 이 영화의 가장 정치적인 순간이다.

 ‘더 킹’이 흥미로운 것은,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무거움과 경쾌함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팽팽한 긴장감과 유쾌한 장면들의 적절한 안배가 돋보인다는 말이다. 특히, 한강식 일행들이 팬트하우스 파티에서 아이돌그룹처럼 율동하고 노래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잘 노는 검사들을 연출하며 무거운 분위기를 상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킹’의 장점 중 하나는, 30년 동안의 한국현대사를 한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많은 공간을 옮겨 다니며 사건과 상황을 담아낸 것도 그 이유가 되긴 하지만, 시종일관 흐르는 박태수의 내레이션이 주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이런 이유로 관객들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량을 손쉽게 수혜 받는다. 다만, 관객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점에서 이 방식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여튼, 한재림 감독은 픽션과 실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원 없이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정신 바짝 차리고 투표하라는 경고를 빠트리지 않는다. 이는 매우 중요한데, 말로만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개혁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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