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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영 영화읽기]‘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원작의 명성, 헐리우드 기성품으로 탈바꿈
조대영
기사 게재일 : 2017-04-07 06:00:00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1995)는 철학교과서로 추앙받는 애니메이션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인간의 영혼(Ghost)에 기계의 신체를 가진 사이보그를 창조해 내며,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지워진 시대에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따져 물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기존의 SF들이 암울한 미래사회를 예견하고 있었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인간과 기계의 융합을 제시하며 인간중심주의 사고를 벗어난 것도 신선했다. 그러니까 ‘공각기동대’는 인간과 영혼 그리고 기계 생명체의 존재론을 탐구한 범상치 않은 ‘철학영화’였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작품은 현재까지도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명성에 기대어 할리우드는 이 작품을 리메이크하기에 이르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원작재구성은 지극히 할리우드적인 방식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이야기를 단순화시키고, 볼거리에 치중한 영화가 되었다.

 영화는, 사이보그 육체를 얻게 된 메이저(스칼렛 요한슨)의 모습을 그린 도입부에서는 원작의 ‘고스트’(영혼)를 담아내겠다는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여전사 메이저가 미션 도중 실존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장면들을 연출하며 메이저의 자아정체성을 강조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원작의 철학적 고뇌 대신, 메이저가 온갖 어려움을 딛고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했다고 할 수 있다.

 생체-로봇 관련 첨단 기업인 한카 로보틱스는 사이보그인 메이저의 인간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정신은 인간이지만 몸은 인공지능인 메이저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는 메이저로 하여금 두 인간을 만나 존재론적 고민에 빠지도록 한다.

 메이저는 흑인 창녀의 가면과 화장을 벗은 인간의 얼굴과 마주한다. 이때 그녀의 피부를 어루만지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 즉 밀착된 인간관계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아파트의 중년 여성과의 만남 장면에서도 정신과 기계가 결합된 메이저의 혼란을 엿볼 수 있다. 중년의 여성은 메이저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마치 오랜만에 만난 딸을 대하듯 한다. 이때 중년 여성은 “당신은 누구죠?”라고 묻고 메이저는 “나도 모른다”라며 황급히 일어난다. 이때의 메이저의 표정은 꽤나 복합적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인간기계인 메이저로 하여금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도록 하며 관객들에게 정체성에 대해서 숙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원작의 철학적인 묵상 보다는 인간의 영혼을 가진 기계의 정체성에 방점을 찍는 것으로 내용을 정리했던 이 영화는,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원작에 뒤지지 않겠다는 각오가 역력하다. 특히나 원작의 명장면을 오마주한 신들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몸을 투명하게 투과하는 광학미체수트를 입은 메이저가 고층 빌딩에서 낙하하는 장면과 물 위에서 격투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음산하지만 감각적인 미래 도시의 비주얼을 되살려낸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원작의 비주얼을 참고해서 구현한 영화 속 세계는 수많은 홀로그램과 조명이 주를 이루도록 했다. 여기에다 동양과 서양 그리고 과거와 미래가 혼재된 도시의 비주얼은 할리우드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케 한다. 이 영화의 화려한 미장센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제작사인 드림웍스는 칸 광고제에서 인정받은 루퍼트 샌더스 감독에게 메가폰을 쥐어 주었기 때문이다. 정리해 보면,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할리우드의 기획력이 만들어낸 산물로서, 원작의 명성을 가져다가 할리우드의 기성품으로 탈바꿈시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조대영 /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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