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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영 영화읽기]‘언노운 걸’
우리 시대 윤리에 대한 영화적 발언
조대영
기사 게재일 : 2017-05-12 06:00:00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는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극영화로 전향한 벨기에의 형제감독이다. 이 형제감독은 그간 열편의 연출목록을 쌓으면서 자신들의 영화적 인장을 확실히 하기도 했다. 그들은 음악이나 일체의 사운드를 배제하고 있고(다르덴 형제의 영화에서 음악이 사용된 것은 ‘자전거를 탄 소년’(2011)이 유일하다.), 카메라는 고정된 쇼트보다는 핸드 헬드(들고 찍기)를 고수하며, 상황과 인물들을 관조하는 스타일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노운 걸’역시 예외가 아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자신들만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자신들의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신자유주의를 살고 있는 유럽의 사회제도적인 문제와 이에 반응하는 개인의 윤리적인 문제들을 영화 속에서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언노운 걸’은 이 대목에 있어서도 전작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제니(아델 에넬)는 프랑스 변두리 지역의 병원에서 임시로 근무를 하고 있는 의사다. 어느 날 제니는 인턴의사인 줄리앙(올리비에 보노)을 질책하는 와중에 누군가가 병원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만 열어주지 않는다. 진료시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그 소리를 무시 했던 것이다. 다음날 제니는 어젯밤 병원 문을 두드렸던 사람이 강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병원 현관 CCTV 영상을 확인해 보니, 거기에는 ‘이름 모를 흑인 소녀’가 찍혀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이 ‘언노운 걸’인 이유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사태에 대한 제니의 반응이다. 흑인 소녀가 죽은 것이 자신이 문을 열어주지 않은 것이 큰 이유이기라도 하다는 듯이, 제니는 ‘죄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문을 열어주지 않은 것이 죄가 될 수는 없다고 제니를 위로하고, 제니의 주변 사람들도 제니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 그런데도 제니는 마음이 편치 않은지 진료를 해나가는 와중에 소녀가 어디서 무엇을 한 누구인지를 궁금해 하며 탐문 길에 나선다.

 이러한 제니의 행동은 세속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쉬이 이해되지 않는다. 속된 입장에서 보면 병원 문을 열어주지 않은 것이 죄의식에 사로잡힐 정도는 아니다 싶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르덴 형제는 소녀의 이름을 찾아나서는 제니를 연출한다. 이것은 다르덴 형제가 우리 시대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윤리의식이다. 죽은 소녀가 누구인지는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그리고 죽은 소녀의 연고를 확인해서 장례라도 제대로 치러주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임을 설파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니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흑인 소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간다. 당연히 제니의 탐문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제니는 소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는 와중에 신체의 위협을 받기도 하고, 소녀와 엮여 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대하는 것이 편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때로는 불편해하고, 때로는 미안해하며, 때로는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니는, 소녀가 아프리카에서 이주해온 불법체류자이자, 언니의 방관으로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았던 18세의 매춘부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소녀는 세상의 폭력과 무관심 속에서 스러졌고, 무덤도 없이 치워질 가장 밑바닥의 사회적 약자였던 것이다. 결국 ‘언노운 걸’은 제니라는 인물로 하여금 소녀의 슬픈 죽음을 애도하도록 하며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

 “현대사회의 질병 중 하나는 무관심”이라고 다르덴 형제는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언노운 걸’은 타인의 고통에 무디어져 가는 우리 시대의 윤리에 대한 영화적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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