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들에 대한 반박

 역사는 기억투쟁이다. 37년이 지난 광주민주화운동이 아직도 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한 것은 이를 증명한다.

1980년 5월 신군부의 폭압에 맞서 광주시민들이 온몸으로 항거했던 광주민주화운동은, 역사적 진실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온당한 평가가 정립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월광주’를 곡해하는 무리들의 방해공작과 근거 없는 비방 그리고 왜곡과 폄훼가 멈추지 않고 있는 이유도 한 몫 한다.

일간베스트의 누리꾼들은 끊임없이 거짓을 날조하고 있고, 전두환은 회고록에서 “북한의 특수요원들 다수가 무장하고 있는 시위대 속에서 시민으로 위장해 있을 터였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지만원 씨는 “5·18은 북한군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떠벌리기도 했던 것이다.

이렇듯, 역사왜곡에 앞장서는 무리들의 활약은 멈출 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택시운전사’는 전두환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을 환기시키는 영화다.

 `택시운전사’의 가장 큰 미덕은 영화의 주인공을 광주와 연관이 없는 외부인으로 설정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만들어진 `오월영화’들에서 주인공들은 항쟁의 당사자들이었다. 예컨대 `꽃잎’의 소녀가 그렇고, `부활의 노래’와 `화려한 휴가’의 주인공들이 그러했다.

그들은 비극의 현장에서 죽음을 목격하거나 죽음을 맞으면서 관객들이 연민을 느끼도록 했다. 그러나 `택시운전사’는 서울의 택시운전사인 주인공이 우연치 않게 광주의 학살을 목격하는 것으로 설정하여 차별화를 꾀했다.

 이 설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장훈 감독은, 영화의 초반부 40여 분 정도를 만섭(송강호)이 세속적인 택시운전사로 살아가는 모습에 할애한다.

만섭은 대학생들의 데모 때문에 도로가 막힐 것을 걱정하는 소시민이자, 아내와 사별하고 11살 딸을 키우며 밀린 사글세를 걱정해야 하는 평범한 가장인 것이다.

이 영화가 소박하게 감동적인 것은, 이 인물이 돈을 벌 목적으로 기자를 태우고 광주에 갔지만, 그곳에서 항쟁을 목격한 후 역사 인식을 새롭게 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학살을 목격한 후에, 인간에 대한 도리와 예의를 다하고자 하는 인지상정의 인물을 제시하며 `오월영화’의 강박을 털어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만섭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다수의 관객들을 만섭에게 동화되도록 했다는 점이다.

장훈 감독은 관객들이 만섭에게 감정이 이입되도록 심혈을 기울였고, 결국 관객들이 만섭의 시선으로 항쟁을 목격하도록 한다. 이때 관객들은 계엄군의 총알이 시민들의 몸에 구멍을 내는 클로즈업을 연속해서 보게 되는데, 바로 이 순간 관객들은 국가폭력의 만행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감독은 또한, 독일 기자인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등장시켜서 항쟁 당시 언론의 작태와 광주의 진실이 어떻게 알려지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도 공을 들인다.

장훈은 마음먹고 항쟁당시의 언론을 꼬집는다. 신군부의 눈치를 보느라 신문은 진실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방송은 거짓말을 내보냈음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실재하는 역사이기도 했던 광주MBC가 불타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당시의 언론에 사망선고를 내린다.

이렇게 국내의 언론이 입을 다물었기에, 피터가 죽음을 무릅쓰고 촬영한 광주항쟁의 기록이 더욱 값진 것이었음을 빠트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택시운전사’는 독일의 위르겐 한츠페터 기자와 그를 태워 광주로 갔던 김사복 씨의 실화를 기초로 가공된 이야기다.

그러니까 역사적 사실에 기초했다고는 하지만 극적인 필요에 의해 상상력을 가미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장단점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장점의 장면을 꼽자면, 쫓기고 있는 피터에게 재식(류준열)이 목숨을 구걸하는 대신 진실을 반드시 알려달라고 부르짖는 장면의 연출은 신의 한 수라 할만하다.

이에 반해, 피터가 택시기사들의 도움을 얻어 광주를 빠져나가는 카체이스 장면은 도가 지나친 연출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택시운전사’는, `오월광주’에 대한 영화로서의 `기억투쟁’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조대영<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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