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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영 영화읽기]‘살인자의 기억법’
원작 소설과 다른 `영화’의 길, 그 결과…
조대영
기사 게재일 : 2017-09-08 06:05:01
 소설과 영화는 이야기예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두 매체는 차이점이 분명하기도 하다. 우선, 소설과 영화는 언어가 다르다. 소설은 소설가의 상상력을 글로 표현하는 반면, 영화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주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은 소설가 혼자서 작업하기에 자본의 질서에서 자유로운 반면, 다수 대중을 상대하는 영화는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든 ‘살인자의 기억법’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김영하 작가의 원작은 치매를 앓게 된 연쇄살인마라는 소재를 속도감 있는 문체로 전개시키며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니까 수십만 독자를 매료시킨 힘은 김영하라고 하는 소설가의 재능이 결정적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소설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원신연 감독은 원작과는 다른 영화의 길을 간다.

 알츠하이머 환자인 병수의 과거 연쇄살인 동기를 달리하는 것부터 영화는 원작과의 차별화를 꾀한다. 그러니까 소설 속 병수는 살인 자체로 쾌감을 느끼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였지만, 영화에서 병수(설경구)의 연쇄살인은, 못된 행동을 하는 인간쓰레기들을 ‘청소’한다는 명목을 부여하여 관객들이 병수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원작에서는 미미했던 부성애의 메시지를 강화한 것 역시 눈에 띈다. 그러니까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딸을 지키려한다는 설정을 강화하며 이 영화는 더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하고자 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병수의 안면 근육 경련에 대한 묘사는, 원작에 없는 설정으로 영화만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경우다. 이는 치매환자로서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병수의 혼란스런 기억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 시각화와 함께 기억이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도 살인의 습관은 그대로 남아있는 병수의 증상은, 태주(김남길)의 등장 이후 발생한 연쇄살인의 진범이 누구인지를 궁금하게 만들며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시키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다 원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태주(김남길)의 역할을 강화하며 극을 추동시킨 것도 감독의 선택이다. 원작에서는 다소 모호하게 처리했던 인물인 태주를, 영화 속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면서 캐릭터의 입체성을 강화했다는 말이다. 이는 연쇄살인의 실체가 주인공인 병수의 망상이었다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던 원작에 비해, 영화는 태주를 병수만큼이나 사연이 있는 인물로 형상화시키며 이야기를 진전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원신연 감독은 원작의 결말보다 더 멀리 나아가는 이야기를 펼쳐낸 셈이다.

 그러나 ‘살인자의 기억법’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약점을 노출하며 걸작의 반열에 오르지는 못한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병수의 치매에 관해서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가장 두드러진 증상 중 하나는 기억장애다. 심한 경우 자신의 이름은 물론 가족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고, 어제 내가 무엇을 했으며, 오늘 뭘 해야 하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질병으로서의 치매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증상을 안일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심하게 말해, 영화 속의 병수는 무늬만 알츠하이머 환자처럼 보이고, 병수의 기억장애 역시 극의 필요에 따라 배치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다 내러티브의 전개 역시 순조롭게 진행된다기보다는, 개연성을 무시한 채 결말을 향해 간다는 느낌을 준다. 이는 결국, 이 영화가 허술한 토대위에 세워진 건축물과 다르지 않도록 한다. 이렇듯, ‘살인자의 기억법’이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것은 결정적 아쉬움이다.

 이런 이유로, 설경구가 각고의 노력으로 펼쳐 보이는 메소드 연기는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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