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다고? 절대 감각 쥐, 요리를 하다

 쥐가 요리를 한다? 너무 잘 만들어진 설정이다. 쥐는 비록 찌꺼기이지만 인간이 먹는 거의 모든 것을 먹는다. 더구나 더럽고 조금 발효되거나 부패된 것도 포함해서. 그들이 그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먹을 것과 못 먹을 것을 감각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 민감한 후각과 미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쥐의 이 두 가지 감각은 인간 요리사들에게도 간절히 원하는 로망이기도 하다. 쥐는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절대 미각 뿐 아니라 절대 후각, 절대 청각, 절대 촉각 또한 가지고 있고 심리적으로 매우 안정된 절대 감정까지 가지고 있어 폐쇄적이고 어두운 좁은 굴 안에서도 두려움 없이 살아 갈 수 있다.

 쥐의 이미지는 사실 매우 부정적이다. 하지만 자연계의 궂은 일인 사체 처리를 도맡아 해주는 하이에나나 독수리처럼 쥐 역시도 같은 의미에서 장의사들이다. 그래서 자연계에선 우리가 혐오하지만 꽤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가령 파리·바퀴벌레·쥐·개미 같은 동물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 

 영화 ‘라따뚜이’(2007년 미국 픽사 브래브 버드 감독)는 집시 같고 자유 영혼을 가진 아웃사이더 같은 쥐들의 성격에 이런 초감각들을 십분 활용하여 만든 수작이다.

 이 이야기는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요리사 구스토의 죽음과 그가 남긴 유명한 말 “Anyone can cook(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에서 시작한다. 그는 요리를 무슨 예술작품 쯤으로 알고 있는 파리의 유명한 요리비평가 이고에 의해 혹평을 받은 후 몇 달 있지 않아 죽었다. 그의 레스토랑은 욕심 많은 부주방장에 의해 계승되었고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 부주방장이 이 식당을 물려받게 돼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동봉한 편지와 함께 보낸 어리숙한 한 청년 링귀니가 나타나 일을 배우겠다고 자청한다. 그 편지에는 그가 구스토의 숨겨진 아들이고 식당 계승자라고 적혀있었다. 부주방장은 이 진실을 숨기고 그에게 주방 청소부터 일을 시킨다.

 한편 파리 근교 한적한 곳에 한 떼의 쥐들이 집안에 살고 있었다. 두 형제가 있었는데 동생 레미는 몽상가이자 타고난 절대 후각을 가지고 있고 사람 말을 알아듣는 특이한 쥐였다. 그 두 형제는 어느 날 졸고 있는 할머니의 집에서 무얼 훔쳐 먹다가 사나운 할머니에게 들키고 만다. 화가 난 할머니는 천정에 대고 마구 총질을 해대고 그동안 잘 살고 있었던 천정은 무너져 내린다. 쥐들은 무너진 천정과 함께 모두 쏟아져 내려와 도망치게 된다. 레미는 그 집에서 구스토의 책을 가져가려다 홀로 떨어져 하수구에 떠내려가게 되고 우연히 도착한 곳이 바로 파리의 구스토 레스토랑이었다. 그리고 그는 주방에 들어갔다가 요리에 흥미를 느끼고는 있지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리숙한 링귀니를 보게 되고 우연히 링귀니가 실수한 스프에 자기의 절대 후각을 살려 엄선된 재료를 다시 찾아 넣어 훌륭하게 만들어 낸다. 그 스프는 손님들로부터 대호평을 받게 된다. 그 덕에 링귀니는 무사히 그 식당의 요리사가 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둘은 처음에 좀 놀라지만 레미가 링귀니의 주방 모자에 들어가 머리카락을 조정하는 걸로 요리를 시작하게 되고 링귀니는 레미의 꼭두각시가 되어 요리를 만들자 식당은 그가 만든 특별한 요리 덕분에 다시 호황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계속 시샘과 욕심으로 링귀니를 괴롭히던 부주방장은 레미가 훔쳐 나온 후계자 계승 편지 덕에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고 이에 대한 앙심으로 구스토 식당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헤치던 던 중 마침내 쥐가 요리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레미를 잡아 차에 가둔다. 평론가 이고가 참석한 가운데 링귀니는 레미없이 홀로 요리를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리지만 레미의 아버지가 동원한 쥐떼들이 식기 세척기로 목욕을 하고 레미의 지휘아래 모두 달라붙어 수십 인분의 요리를 해낸다.

그게 바로 각종 계절 채소와 과일로 만든 라따뚜이라는 평범한 요리였지만 이고는 먹는 순간 유년기적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추억의 깊은 맛을 느낀다. 그리고 링귀니는 더 이상 속일 수 없어 이고에게 주방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이고는 듣고 조용히 돌아가지만 다음날 누구나 요리사가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구스토 식당에 대한 완벽한 호평을 내놓는다. 하지만 부주방장의 고발에 의해 방문한 시 위생과 직원에 의해 주방에 쥐가 바글바글 하다고 폭로되어 결국 구스토 식당은 문을 닫게 된다.

하지만 새로이 쥐식당이라는 상호를 달고 링귀니, 레미 그리고 링귀니를 끝까지 믿어 준 여자 친구이자 주방장 콜렛과 함께 행복한 요리사 생활을 함께 계속 이어나가게 된다. 여기서 나온 쥐 레미는 죽은 구스토가 계속해서 자기에게 나타나 말을 건네는 망상증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세느강과 에펠탑, 옛 건물들이 조화를 이룬 파리인지라 영화를 재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억울한 멸시 뚫고 자신의 길 가다

 쥐, 여기서 나오는 레미는 집 주위에 사는 20cm가 넘는 징그러운 집쥐(시궁쥐)이다. 쥐는 포유류 중에서 가장 종이 많고 번성한 동물이고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에 집 근처 어딘가에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최근에 구서제와 하수구의 정비로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1년에 4번을 번식하고 한번에 6~10마리의 새끼를 낳으니 보통 1년에 4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게 되고 그들 역시 두세 달 후면 성숙해 출산이 가능해진다. 대신 짧은 생애 동안에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같은 여러 가지 질병에도 항상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징그럽고 혐오스럽게만 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쥐의 또 다른 측면 즉 자유영혼과 절대감각을 가졌지만 자신들의 장점을 인정받지 못하고 늘 어둠의 자식으로 사는 데 익숙해진 무리 중에서, 결코 그런 멸시에 굴하지 않고 자기 길을 꿋꿋이 개척하는 용기 있고 개성 있는 주인공으로 쥐를 묘사했다. 이 영화뿐만 아니라 ‘톰과 제리’ ‘스튜어트 리틀’ ‘미키마우스’ 또한 모두 쥐가 주인공들이고 모두 다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롱런한 명작들이다. 이런 걸 보면 사람들의 깊은 내면에는 쥐에 대한 일종의 동정심 내지 동질감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같다.

 물론 모든 동물은 인간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과 끊임없는 투쟁 속에 살아간다. 사람 역시도 동물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데 쥐는 더럽고 식량 축내고 병을 옮긴다는 이미지가 그동안 너무 표면적으로 부각되었다. 그런데 그런 배경에는 함께 공생하는 인간이 오염과 병원균의 원인 제공자라는 측면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쥐의 입장에선 페스트 같은 건 자기들도 인간에게 감염되어 인간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죽어 나가는데 자기들 탓만으로 돌리는 건 무척 억울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천시당하면서도 암흑 속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내는 동물들에 대한 긍정적인 이면을 밝혀주는 매우 균형 잡혀있는 영화다. 더불어 요리의 철학도 담겨있는 우리시대의 멋진 우화라고 할 수 있다.
최종욱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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