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중요한 이야기가 빠진 다큐

 히스 레저는 요절했다. 1979년에 태어나 2008년 1월에 삶을 마감했으니, 28년을 살고 죽은 셈이다. 재능이 많았던 배우는 그렇게 서둘러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0년 만에 그에 관한 기억이 다큐멘터리로 도착했다. 바로 ‘아이 앰 히스 레저’다.

 이 영화는 히스 레저의 스물여덟 해 동안의 삶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방식에 있어 예상 가능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작품의 전개 방식부터가 그렇다. 시간 순서대로 히스 레저가 출연했던 초기작들부터 발자취를 살피고 있는 점도 그렇고, 당시를 회고해 줄 만한 사람이 인터뷰이로 나서서 당시의 정황을 이야기하는 점도 그렇다. 그리고 인서트 장면으로는 어김없이 당시에 출연했던 영화 속 장면이 삽입된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는 고인에 대해서 좋은 면만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이유로 이 다큐멘터리는, 히스 레저의 인간적인 면모와 예술가로서의 재능과 넘치는 열정들을 계속해서 나열한다. 그가 모험가적인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기에 호주의 고향마을인 퍼스에서 시드니로 그리고 미국으로 장소를 옮기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다는 이야기를 빠트리지 않고, 그가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독학으로 빛과 앵글을 연구했다는 것 역시 포함시킨다. 그리고 가수 친구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감독으로서도 재능이 있었다는 기록 역시 추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배우로서의 열정이 대단했음을 강조한다. 캐릭터를 분석하고 자신이 맡아야 할 인물의 이해를 구하고자 지인들의 새벽잠을 깨우면서까지 몰입했다는 이야기는 히스 레저의 연기 욕심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한계는, 히스 레저의 열정적인 삶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소리도 여러 번 들으면 싫증나는 법이다. 한데도 이 영화는 히스 레저가 짧고 굵게 살았음을 줄기차게 설파한다.

 이에 비한다면, 히스 레저의 결혼 실패와 같은 이야기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고, 결혼생활의 실패가 자살로까지 연결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함구한다. 히스 레저는 ‘브로크백 마운틴’을 찍으면서 만난 미셸 윌리엄스와 결혼해 딸 마틸다를 낳았다. 이후 히스 레저는 미셸 윌리엄스와 이혼했고, 딸 마틸다를 놓고 양육권 분쟁을 벌이며 큰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양육권 분쟁이후 사생활은 엉망진창이 되었으며 약에 의존했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히스 레저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양육권 분쟁과 관련해서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면 히스 레저를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히스 레저의 사인(死因)을 놓고 무성한 소문이 돌았던 이야기역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으면서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한때 소문은, 히스 레저가 ‘다크나이트’의 조커 역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그 역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었고, 보험사가 나서서 밝혀진 ‘우발적 약물 과다복용에 의한 사망’이었다고 결론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히스 레저의 죽음과 관련한 전후 맥락에 대해서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아이 앰 히스 레저’를 연출한 두 명의 공동 감독이 고인의 죽음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기보다는, 고인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주목하는 것으로 족했기 때문이다.

 ‘아이 앰 히스 레저’가 아쉽다면 바로 이 대목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일찍 세상을 떠난 인물을 접근하면서 고인에게 누(累)가 되는 것을 자제하고 있기에, 한 인간의 인간적인 결함을 발견할 수 없다. 히스 레저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는 강조되고 있는 반면에, 어둡고 외로운 기운은 소홀하게 취급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히스 레저의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 뒤에 숨겨진 번민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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