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동철 글, ‘달려라, 탁샘’, 양철북, 2012. 탁동철 선생님과 산골 아이들의 학교 이야기이다. 이 책을 보면 그가 어떻게 아이들과 놀고, 공부하고, 삶을 가꾸어 가는지 알 수 있다.
 아래 글은 강원도 양양 오색초등학교 5학년 이명준이 쓴 글 ‘훌륭한 사람’이다.
 
 터미널에 가다가 옆을 보니 할머니가 넘어져 있다. 아저씨들 아줌마들 모두 다 모른 체 지나간다. 그때 검은 안경을 쓴 아저씨가 다가와서 할머니를 일으켜 드리고 옆에 떨어진 생선을 담았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 바라봤다. 아, 저런 사람들이 진짜 훌륭한 사람이구나.(2000. 4. 7)
 
 할머니가 넘어졌고, 사람들이 모른 체하고 지나갈 때 선글라스를 쓴 아저씨가 다가와 일으켜 드린다. 그 남자는 비린내 나는 생선을 손으로 집어 봉투에 담아 드린다. 명준이는 길을 가다 이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그리고 한마디 한다.

 “아, 저런 사람들이 진짜 훌륭한 사람이구나!”

 명준이는 ‘훌륭한 사람’을 책에서 찾지 않고, ‘위인’에서 찾지 않는다. 자신이 보고 느낀 그대로 저런 사람이야말로 훌륭한 사람이라 한다. 명준이는 이 글에서 ‘훌륭하다’는 말을 참으로 훌륭하게 썼다. 오색초등학교는 강원도 설악산 자락에 있다. 오색약수터 가는 길에 있는 아주 자그마한 학교이다. 명준이 담임은 탁동철 선생이다.

 ‘훌륭하다’는 말은 ‘추상적’인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조차도 아이들 글에서는 구체로 살아난다. 아래 시는 경북 상주 청리초등학교 3학년 정충수가 쓴 시 ‘까치’이다. 나는 아직까지 어른들이 쓰는 시나 소설에서 ‘훌륭하다’는 말을 이렇게 훌륭하게 쓴 것을 본 적이 없다.
 
 까치가
 날아가면서
 날개를 치는 것을 보니
 참 훌륭한 것 같다. (1963. 12)
 
김찬곤 <광주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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