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과 누의 ‘저승사자’

 악어는 강의 최상위 포식자이며 최강의 파충류이다. 파충류하면 대개 차가운 뱀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차가운 피부 비늘과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 그리고 독니 같은 공포스런 이미지들과 함께…. 그러나 역동적인 악어를 단순히 이런 뱀 같은 파충류라고 부르는 건 무리일 수도 있다. 악어는 우리가 동물다큐에서 자주 보아왔듯, 건기에 마라 강을 건너는 얼룩말과 누의 저승사자이다. 그들은 무장한 갑옷을 입은 생김새만큼 커다랗고 공포스러우며 여러 마리가 떼로 달려 들어 한치의 자비도 없이 살아있는 동물들을 능지처참해버린다. 희생당하는 동물들은 제발 생명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것이다. 그런 악어에 대한 선입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앨리게이터’이다. 당시 한참 ‘죠스’가 유행을 타자 그 비슷한 아류작들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진 것 같다. 그래서 대개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은 죠스를 따라 가고 있다. 특히 마지막에 거대악어 폭발신은 죠스의 마지막 장면과 거의 흡사하다.
 
▲생체 실험·폐수 방류의 재앙

 영화 ‘앨리게이터’(1981, 미국, 감독 : 루이스티그)는 작은 미국 남부의 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한 소녀가 앨리게이터 공연장에 와서 조련사가 물리는 걸 보았지만 그 충격적인 영향으로 오히려 새끼 악어 한 마리를 구입하게 된다. 그런데 그 소녀가 너무 악어 키우기에만 열중하자 그녀의 아버지는 급기야 그 새끼악어를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려버린다. 그 악어는 커다란 도시의 하수도 배관 안에 떨어진다. 그리고 12년 후 그 소녀는 성장하여 파충류 전문박사 ‘켄델’이 된다. 그 시에는 시의 경제를 주무르는 거대 제약회사 ‘가투’가 자리 잡고 있고 그곳에선 유기견들을 활용한 불법생체실험이 자행되고 있다. 합성호르몬을 이용해 가축들의 체중을 급격하게 늘릴 식품혁명 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실험에 사용되고 버려진 유기견 사체들을 지속적으로 하수구에 불법 폐기 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하수처리장 수조에서 한 남자의 사체 조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개의 뜯긴 사체들도 잇달아 발견된다. 이 사건은 함께 일하던 파트너의 죽음에 책임이 있어, 대도시에서 이 마을로 강등돼 내려온 ‘메디슨’ 형사에게 배정된다. 그는 후배와 하수관을 수색하던 중 후배가 커다란 악어에게 희생을 당하고 그는 간신히 빠져나온다.

 거대하고 공격적인 악어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또 그와 함께 있던 동료가 죽었다는 오해만 더 깊어져 버린다. 그는 대학의 파충류학자인 켄델 박사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지만 그녀의 쌀쌀한 말투에 실망하고 돌아서서 홀로 수사를 진행한다. 그러던 중 과거의 행적을 가지고 그를 짓궂게 괴롭히던 기자가 취재 욕구에 홀로 하수도 안에 들어가게 되고 그마저 악어에게 희생당하고 만다.
 
▲하수도 속 거대 파충류와 사투 

 다행히 그는 죽기직전에 여러 사진을 찍어놓아 이젠 시민 모두가 하수도에 사는 괴물 악어의 존재를 알게 됐다. 사냥꾼들과 경찰이 동원된 대대적인 하수도 수색이 시작되지만 수색대는 허탕을 치고 실험에서 버려진 개들과 불법 약물을 먹고 거대화 돼버린(아이들 표현대로 하면 트럭보다 더 큰)악어는 하수구를 뚫고 나와 어느 집 앞 수영장에 숨어버린다. 그곳에서 또 아이 한 명을 물어 죽인 후 도심 가운데 인공호수에 들어가 버린다.

 호수에 들어있는 악어를 보트로 쫓던 경찰관들마저 두 사람이나 희생당하고 나서야 시장은 부랴부랴 악어전문 사냥꾼이라는 ‘칼블럭’을 부르고 급기야 메디슨 형사를 해고시켜버린다. 그러나 칼블럭은 단독행동을 하다가 그 역시 거대악어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하지만 시장은 그런 일련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재선을 위해 파티를 계획한다. 해고된 메디슨은 희생된 동료의 복수를 위해 자기 혼자 악어를 잡아보기로 결심한다. 메디슨의 진실어린 태도와 거대 파충류에 대한 호기심으로 켄델 박사도 그의 사냥에 합류하게 되는데 그들은 급기야 연인사이로 발전해가면서 둘의 협력관계도 더욱 깊어진다.

 이런 어지러운 뒤죽박죽 사건 끝에 마침내 악어는 시장이 벌이는 파티장의 고기 굽는 냄새에 이끌려 식장에 난입하고 시장과 제약회사 사장을 비롯한 이 일에 책임 있는 여러 사람들을 물어 죽인 후 유유히 사라진다. 결국 하수도에 홀로 들어간 메디슨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간발의 차이로 설치한 폭탄이 터져 거대 악어는 폭사되고 이 영화는 잠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듯 하다가 마지막에 그의 새끼인 듯한 작은 악어가 하수구에서 눈을 뜨는 장면으로 2부를 암시하고 끝난다.

 그리고 후속 작으로 앨리게이터2가 훨씬 강력한 악어로 무장하고 오버해서 나타났지만 역시 원작만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영화에서 악어는 조잡한 그림자와 작게 축소한 미니어처들, 실제 악어촬영 화면, 악어머리 모양만 만든 인형정도로 짜깁기해 한편의 공포영화를 만들어 냈지만 공포 전달엔 전혀 손색이 없다. 이 영화는 요즘 시종 으스스한 공포영화와는 달리 영화 안에 코미디, 로맨스, 공포와 스릴, 휴머니즘까지 온갖 요소를 욕심껏 다 담으려다보니 다소 배가 산으로 간 느낌이 난다.
 
▲앨리게이터와 크로커다일 차이 

 현실의 악어는 크게 앨리게이터와 크로커다일로 나눈다. 앨리게이터는 미국 동남부(루이지에나, 플로리다)와 남미의 작은 카이만 악어, 중국 양쯔강 연안에만 사는 극 멸종위기의 악어들을 총칭하지만 주로 앨리게이터 하면 3~5m 크기(영화에선 거의 10m 크기 육박)의 미국 미시시피 악어들을 가리킨다. 머리가 둥그렇고 몸 색깔은 비교적 검고, 입을 다물면 위턱이 넓어서 윗 이빨만 노출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대부분 보는 아프리카, 호주, 인도, 아시아, 아메리카 악어들은 크로커다일이라는 다른 과로 불리며 80개나 되는 위아래 이빨이 거의 모두 노출되어있고 머리는 삼각형으로 뾰족하거나 가비알 크로커다일 같은 경우는 톱니모양을 하고 있다.

 특히 인도나 아프리카 악어의 경우 7~10m 크기의 초대형 크기를 가지고 있고 지극히 위험하다. 본래 앨리게이터는 강가나 호수 늪지대 같은 곳에 살며 좀처럼 사람의 생활권으로 침입하지 않고 사람을 잘 공격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이 영화 같은 이야기는 거의 현실성이 결여돼있다. 하지만 불법 생체연구, 폐수방류나 무단 동물 폐기 같은 일은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충분히 가정할 수 있는 현실을 이 영화에서 상상이상으로 보여주었다. 영화가 워낙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탓에 주연급인 악어가 갑자기 엑스트라 정도로 추락하기도 하지만 1980년대 개봉당시의 영화계 풍토로 봐선 관객에게 충분히 재미와 교훈은 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덤으로 평소 접하기 힘든 악어에 대한 생태학습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최종욱<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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