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차태식(원빈)은 국군정보사령부 특작부대 교관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세상과 벽을 쌓은 채 전당포를 하고 있다. 그때 옆집 여자아이 정소미(김새론)가 찾아온다. 둘 다 외로운 처지였고, 곧 저녁을 같이 지어 먹을 만큼 친해진다. 소미 엄마 박효정(김효서)은 나이트클럽 스트립 댄서이고, 약쟁이다. 박효정은 기둥서방과 마약을 빼돌리고, 결국 들켜 죽고 소미는 납치된다. 태식은 소미를 찾아 나선다. 그러다 총을 맞게 되고 옛날 특작부대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 문달서(조석현)를 찾아간다. 문달서는 고물상을 한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때 태식이 달서에게 부탁한다.
태식 : 총 좀 구해 줘. 콜트나 토카레프 말고 열 피 넘는 반자동으로.
(……)
달서 : 그거 하지 마라.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거 하지 마.
태식 : 찾을 사람이 있어. 며칠 안 됐는데, 얼굴이 기억이 안 나.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둘걸.
문달서는 15발에서 19발까지 쏠 수 있는 글록19(glock19)을 구해 준다. 나는 영화 ‘아저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으라면 위 구절 “찾을 사람이 있어. 며칠 안 됐는데, 얼굴이 기억이 안 나.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둘걸”을 들고 싶다. 소미가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게 그렇다. 한 달 전에 헤어진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 얼굴도 막상 떠올리면 가물가물하다. 엊그제께 시골에 다녀왔는데도 아버지 어머니 얼굴이 뚜렷하지 않다. 아까 일도,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날 때가 많다. 청문회장에서 국회의원이 다그치면 증인들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할 때가 많다. 날마다 나쁜 짓을 하면, 뇌물 받는 일이 일상인 사람들한테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기억에도 계급이 있는 것일까.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