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자연이었던 범고래 이야기

▲ 영화 ‘프리윌리’ 중.
 ‘윌리를 자유의 품으로!’란 이 모토(motto)는 이 영화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족관 및 해양동물쇼장 건설 붐과 더불어 또 다른 한편에서 부르짖고 있는 운동의 모토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포유동물인 고래 같은 지적 동물을 비좁은 수족관에 절대 키워서는 안 된다는 현세의 외침이기도 하다. 영화 ‘프리윌리’의 ‘윌리’ 역시 쇼 장의 범고래였다. 범고래는 바다의 최강 포식자이며 킬러고래라고까지 불린다. 그런 대양의 헤비급 킬러가 쇼장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고 모욕적으로 보인다. 범고래는 영리해서 훈련을 거치면 돌고래 이상의 쇼를 펼칠 수 있고 덩치가 돌고래보다 훨씬 크니 사람들의 감탄도 배 이상으로 자아낼 수 있다. 그런 윌리에게 한 부랑 소년이 매일 찾아왔고 자기와 같은 처지에 놓인 윌리가 자유롭기를 갈망했고 마침내 소년의 곧은 신념에 매료된 주변인들과의 공동 노력으로 윌리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 자유 윌리가 된다는 내용이다.
 
▲돌고래 윌리-떠돌이 제시의 동병상련
 
 ‘프리윌리’(1993, 미국 워너브라더스사, 감독 : 사이먼 윈서)의 인간 주인공인 제시는 엄마에게 버림받아 6세 때부터 떠돌이 생활을 했으며 12살이 된 지금도 거리에서 좀도둑질 생활을 하며 거리와 경찰서를 전전한다. 그러다 우연히 수족관에 들어가 수조관 벽에 낙서를 하던 중 신비한 고래의 소리에 잠깐 사로잡힌다. 제시는 이 낙서 때문에 결국 무단침입 및 건물훼손죄로 붙잡혀 수족관에서 두 달 동안 청소하는 벌을 받게 된다. 한편 수족관에는 어렸을 때 잡혀 와서 줄곧 공연을 해 온 6톤 무게에 크기가 10m나 하는 거대한 동물 스타 윌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공연하기를 거부하고 수족관 한쪽에서 힘없이 지내고 있다. 제시는 윌리가 수족관에 빠진 자기를 우연히 구해준 걸 계기로 윌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범고래 조련사 ‘레린들리’에게 몇 가지 고래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운 후 윌리와 서로 같이 혀를 내밀기도 하는 둥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제시나 윌리 모두 서로의 처치에 동병상련을 감정을 느낀 것이다.

 제시의 지극 정성 덕택에 윌리도 활력을 다시 회복하고 제시의 손짓을 따라 곧잘 공연동작을 따라하자 수족관 사장도 제시를 정식 조련사로 인정을 해준다. 제시가 마음을 잡고 일자리도 얻자 마을의 경찰관은 제시에게 글렌과 애나라는 좋은 양부모를 소개시켜 주고 드디어 제시도 길거리 방랑 생활을 끝내고 가정의 품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제시와의 첫 공연에서 윌리가 실수를 반복하자 수족관 사장은 제시 몰래 윌리가 사는 수영장의 물을 모두 빼내 사고사로 위장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려는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그 음모는 사전에 발각되고 제시는 설령 자기가 다시 감옥에 가더라도 수족관에서 윌리를 빼내어 자유롭게 해주기로 굳게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게 된다.

 양부모를 비롯한 제시 주변의 사람들도 제시의 뜻을 공감하고 그를 적극 도와주는 공범이 되어준다. 마침내 윌리는 제시의 손짓에 따라 높은 방파제 벽을 극적으로 뛰어 넘어 거대한 바다의 품으로 돌아가면서 마이클 젝슨의 주제곡 ‘Will you be there“’가 푸른 바다 가운데 잔잔하게 울려 퍼지며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한 편의 영화가 주는 강렬한 외침
 
 이 영화는 한 마디로 거대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의 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윌리 역은 실제 조련 범고래인 ‘케이코’가 맡았다. 이 영화가 빅히트를 치자 비록 영화제작자가 절대 동물에게 무리한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사람들은 케이코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영화처럼 케이코를 다시 자연에 돌려보내 주어야한다는 여론이 강력하게 일어났다.

 그 여파로 케이코는 세계최초로 재활과정을 거쳐 아이슬란드 범고래 무리로 되돌려 보내진 최초의 범고래가 되었다. 하지만 그 1년 후 노르웨이의 바닷가에 케이코가 홀로 나타났고 사람들 주위를 떠돌다가 몇 달 후 쓸쓸히 최후를 맞고 말았다. 오랫동안 사람 곁에 적응된 고래의 회귀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하고 할 수 있었다.

 최근엔 조련사를 세 사람이나 직간접적으로 죽이고 33세의 나이로 쓸쓸히 죽은 수족관 범고래 틸리쿰(수, 33세)이야기(다큐 : 블랙피쉬 참조)가 화제가 되었다. 미국 수족관 씨월드는 이 범고래의 죽음을 계기로 잠정적으로 범고래 쇼를 모두 중단한다고 선언해 틸리쿰은 죽어서야 비로소 동물 영웅이 되었다.

 범고래나 코끼리 같이 거대한 동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큰 자연이다. 그 자연을 인위적으로 가두고 조정하려 하는 건 자연에 대한 모독이자 만용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동물보호에 대해 “땡!”하고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진한 경종을 울렸고 그 여파는 오늘날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편의 위대한 영화가 어느 운동이나 외침보다도 강력한 메시자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이 영화 하나가 잘 보여주고 있다. 후속편으로 2, 3, 4편까지 만들어 졌고 나름대로 모두 수작이었지만 1편만큼의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또한 영화제작을 위한 동물학대 논란에 오히려 불을 지피기도 했다.
최종욱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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