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타니 겐지로 쓰고 엮음, 안미연 옮김, ‘태양이 뀐 방귀’, 양철북, 2016.
 지난 2월 21일자에 일본 초등학교 1학년 사쿠다 미호가 쓴 시 ‘개’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태양이 뀐 방귀’(양철북, 2016)에도 이 시가 실려 있었다. 다만 한 군데가 달랐다. ‘아이들에게 배운 것’을 우리말로 옮긴 서혜영은 “개는 나쁜 눈빛은 하지 않는다”로 했는데, ‘태양이 뀐 방귀’를 옮긴 안미연은 “개는 나쁜 눈빛을 하지 않는다”로 했다. 물론 안미연도 ‘눈빛은’으로 옮겼는데 편집자가 교정을 보면서 ‘눈빛을’으로 바꿨을 수 있다. 원문을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여섯 살 사쿠다 미호는 ‘눈빛은’으로 썼을 가능성이 높다. 어린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고 쓸 때가 많다.

 ‘태양이 뀐 방귀’에서 하이타니 겐지로는 이 시를 놓고, 그 아래에 간단한 평을 붙인다.

 “이 시를 읽었을 때, 나는 마음 한가운데가 찡해서 잠시 말을 잊었어요. 얼마나 멋진 시인가요. 나는 가만히 일어나 거울에 내 눈을 비춰 보았어요.”

 나도 가만히 일어나 거울 앞으로 갔다. 거울 속 내 눈은 맑지도 깊지도 않았다. 아이들 글을 말할 때, 흔히 아이들은 글을 쓸 때 솔직하게 쓴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솔직하게 쓴다’는 말을 너무 쉽게, 또 단순하게 알고 있지 않나 싶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태양이 뀐 방귀’ 뒤편에 어른들에게 쓴 글(‘내 스승은 아이들이었다’)을 따로 붙이는데, 그는 여기서 이런 말을 한다.

 “아이들은 시를 쓸 때 다른 사람을 위로해 줘야지, 다른 사람을 격려해야지, 다른 사람을 감동시켜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쓰지 않는다. 기쁘고, 화나고, 좋아하고, 즐거운 것을 그때그때 열심히 쓸 뿐이다. 다른 이를 의식하지 않는데 사람의 혼을 흔든다. 나는 아이들의 이런 창작력이 부럽다. (……) 아이는 스승이고 은인이라는 말은 아이를 칭찬하려는 말이 아니다. 아이를 칭찬하려는 것이라면 실례다.”

 아이들 글이 ‘솔직하다’는 것은, 아이들은 시를 쓸 적에 처음부터 잘 써보겠다든지, 잘 써서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겠다든지 하는, 그런 ‘계산’을 먼저 하고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그런 아이들도 있겠지만 그런 시는 뭔가 어색하고 티가 나기 마련이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말처럼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려고(움직이려고) 쓰지 않는다. 이 점이 어른들이 쓰는 글과 갈리는 지점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은 솔직하게 쓴다’는 말의 본뜻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태양이 뀐 방귀’에 오오타니 마사히로(일곱 살)가 쓴 시 ‘아빠’가 있다. “아빠는 / 쌀장사이면서 / 아침에 빵을 먹는다”(전문) 하이타니 겐지로는 이 시를 놓고 이런 말을 한다. “아빠가 쌀장사인데 아침에 빵을 먹는 것이 이상하지 않으면 어른, 이상하면 어린이. 아이가 이렇게 말해서 웃으면 어른, 하나도 이상하지 않으면 어린이. 감수성이 완전히 다릅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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