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택 감독의 영화 ‘감자 심포니’

▲ 영화 ‘감자 심포니’(2009)의 한 장면. 앞에 있는 이가 감독 전용택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절벽 역으로 나온다.
 ‘감자 심포니’(2009)를 찍은 전용택 감독에 관한 자료를 찾다 우연히 그의 대학 1년 선배 이남호 신부님이 쓴 네이버 영화 리뷰를 읽었다. 거기에 전용택과 있었던 이야기 한 토막이 있다.

 1985년, 전용택이 연세대학교 불문과에 입학하고 3월 무렵에 있었던 일이다. 선배와 용택은 선후배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가 오밤중에 둘이서만 신촌 어느 놀이터에 남게 되었다. 둘은 무척 배가 고팠다. 선배는 돈이 한 푼도 없고 용택에게는 순댓국 한 그릇 사 먹을 돈이 있었다. 용택은 가게로 들어가 순댓국 한 그릇을 시킨다.

 용택이 묻는다. “형, 안 먹나?” 선배가 대답한다. “괜찮다. 너 먹어라.” 선배는 한 번 더 권할 줄 알고 아니라고 했는데, 용택은 더 권하지 않고 혼자 그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선배는 그날 그때 일을 이렇게 기억한다.

 “나는 한 번 더 권할 줄 알고 아니라고 했는데, 깔끔한 용택 군은 더 권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먹고 싶었지만 아니라고 했기에 억지로 참았다. 사실 숟갈을 들이대고 같이 먹어야 했지만, 지금도 고질인, 자기 욕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습성, 1년 선배라는 위치, 내가 뱉은 말을 책임져야 하는 그 무익한 의무감, 뭐 그런 걸로 인해 찾아온, 그때의 배고픔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용택 군은 그처럼 나의 허기의 기억과 함께하는 존재이다. (……) 용택아, 생각해 보니 너를 원망할 게 아니었다. 나의 소심함이 문제였던 게지. 하여간 용택이 너는, 나의 주림의 기억과 같이할 것이다. 영원히.”(2010년 4월6일, ‘감자 심포니, 전용택 표 구라’)

 이남호 신부님은 애써 ‘깔끔한’ 용택이라 하면서 그가 원래 쿨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그날 몹시 서운했고, 그만큼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그러니 25년 전 일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게다. 그런데 위 글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있다. 과거 어떤 일을 해결하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선배는 이 일을 자신의 문제로 해결한다. 사실 그때 나도 엄청 배가 고팠고, 그래서 솔직히 좀 서운했지만, “이 비겁한 놈아, 한 번을 더 물어보지 않냐? 나도 배고프다.” 이러면서 숟갈을 들고 덤볐어야 했다고, 문제라면 자신의 ‘소심함이 문제’였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영화 ‘감자 심포니’는 ‘기억’과 그 해결 방식 또는 기억과 반기억(또는 ‘되기’)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 이남호 신부님이 후배 용택과 있었던 옛일을 떠올리는 것도 이 영화가 ‘기억’에 관한 영화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감자 심포니’에서 감자는 찰옥수수와 더불어 강원도를 상징한다. 그도 그렇듯이 이 영화는 강원도 영월이 배경이다. ‘심포니’가 여러 악장으로 되어 있듯, 이 영화는 네 악장으로 시퀀스를 나눴다. 영화는 검은 바탕에 흰 글씨 한 구절을 깔고 시작한다.

 “우리들의 야망 없는 현재는 그 불편한 기억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한 구절에 이 영화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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